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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이야기(22)] 뇌의 활동(下)

[개 이야기(22)] 뇌의 활동(下)

행동 양태를 정하는 대뇌피질 부위는 '연상피질(聯想皮質)'이라고 일컬어지는 신피질(Neocortex)이다. 이 영역은 정보의 상대적 중요성을 결정하고, 이전의 경험과 정보를 비교한 뒤 적절히 반응하고 결과를 예측하면서 대뇌의 연결망인 대뇌변연계(大腦邊連系ㆍlimbic system)로부터 전해진 정보 항목을 수급하는 것을 책임진다.

이처럼 개의 연상피질은 인간과 똑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유일한 차이는 양적 차이이며 피질의 정교함에 대한 발달 정도와 수준의 차이가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개의 조건 반사를 통한 학습도 연상피질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대뇌피질의 측막(側膜)과 뒤통수 부위에 있는 후두골의 둥근 돌출부는 주위 환경에 대한 의식적 인지에 개입하는 부분이지만, 관자놀이의 둥근 돌출부위는 학습과 기억에 관계한다.

이 부위는 또 기억의 저장소이다. 인간과 개의 대뇌피질상의 차이도 양적 차이와 정교함에 대한 발달수준상의 차이다.

개가 동물병원에 들어서면서 공포에 떠는 것은 대뇌피질 관자놀이의 둥근 돌출부가 병원에 대한 어떤 옛 정보를 방출하기 때문이다.

이 부위는 또한 '해마회'와 연결되고 해마회를 통해 신체의 호르몬계까지 연결된다. 이 연관 관계를 통해 우리는 개가 마침내 병원에 들어섰을 때 싸울 기세이거나 도망가려고 하는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개와 인간의 뇌를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는 대뇌피질의 앞 이마 부위의 돌출부, 즉 '전두엽'이다. 이 부위는 인간에게는 지적 기능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부위이다.

개는 아무리 훈련을 잘 받았어도 지적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개들은 충분히 큰 전두엽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개는 전두엽을 가지고 있고, 이 부위는 경계와 지능, 체온 등을 책임진다. 개의 전두엽을 손상하면 어리석음, 비활동성, 때때로 흉폭한 행동 등을 야기시킨다.

이상하게도 개의 뇌에서 전두엽을 제거해버리면 어려운 상황에서는 좀 더 잘 견디지만 환경에 대응하는 능력은 줄어든다. 한때는 전두엽 절제술이 실제로 개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를 교정하기 위한 치료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치료법은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이었으며 의학적 정당성도 없었다. 인간의 비위에 맞지 않는 행동양태를 보인다고 해서 동물의 뇌를 자르거나 태우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고 과학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개를 비롯한 동물의 뇌에는 너무나 복잡하게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가 있다. 이 네트워크의 거의 모든 부분이 다른 부분과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 간단히 말해 뇌는 거의 무한하게 복잡한 데이터들의 조절자이다.

그리고 그 기능과 역할에 대한 간명하고 명쾌한 과학적, 철학적 정답은 아직 없다. 만약 우리가 훌륭한 진돗개를 번식하고 사육하기 위해 개의 뇌를 연구함으로써 그들의 정신 활동에 대한 어떤 것을 배운다면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강아지나 어린 개는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가능한 한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좋다. 또 그들의 주인과 가능한 한 잦은 접촉을 하여야 한다. 그러면 강아지는 더 많은 뇌세포와 상호 연계가 뛰어난, 훌륭한 큰 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는 단지 유전적으로 혹은 본능으로 입력된 뇌기능의 차원이 아니다. 만약 개가 뇌의 자극을 받는 기회를 박탈당한다면 개는 좀 더 작은 뇌를 가지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우리는 이처럼 개가 갓 태어난 강아지일 때부터 가능한 한 최상의 주변 환경과 사육관리를 해 줌으로써 개의 정신발달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많은 경우 잡종개들이 순종보다 상대적으로 좀 더 큰 뇌를 가질 수가 있다.

잡종개들은 매우 어렸을 때부터 좀 더 넓은 환경에 방치됨으로써 감각의 자극을 경험할 기회가 더 많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변종의 생존을 위해 하늘이 주는 기회일까. 정말 알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다.

윤희본 한국견협회 회장 anydoc@lycos.co.kr

입력시간 2001/05/1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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