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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재정 파탄, 복지부 간부 문책으로 귀착?

보험재정 파탄, 복지부 간부 문책으로 귀착?

"이런 식의 감사결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 "시키는대로 하는 공무원만 봉이냐", "당시 상황에서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겠느냐."

5월 1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보건복지부의 한 사무실. 의약분업 시행에 관여한 한 부서 직원 3명이 연달아 불만을 쏟아냈다. 다소 격한 감정의 표현들이 여과없이 표출됐다.

화살은 감사원에 겨눠져 있었다. 감사원이 4월9일부터 40여일간 건강보험 재정파탄과 관련해 복지부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복지부 과장급 이상 간부 7~8명의 의약분업 준비 소홀 및 재정 예측 잘못 책임이 드러나 징계키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일간지에 이 사실이 보도되자, 즉각 "감사위원회가 끝나봐야 정확한 결과가 나온다"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냈다. 그러나 일간지에서 언급한 징계대상 간부 및 징계 이유 등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보도 내용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복지부 공무원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자 청와대는 "감사원 본연의 임무수행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때맞춰 정부는 공직사회가 이완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 감찰활동에 들어갔다. 여야간에도 '의보특감' 결과 처리에 대한 공방이 계속되는 양상이어서 이번 문제는 두고 두고 시비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감사원의 징계 대상에 올라간 간부는 누구일까. 또 이들의 징계사유는 무엇이며, 이달 말 건강보험 재정안정 대책 발표에 영향이 없을 지 등이 뜨거운 관심사임은 틀림없다.

의약분업의 원활한 시행도 궁금해짐은 물론이다.


감사원 정계방침에 당사자들 반발

감사원은 크게 두 갈래로 복지부를 집중 감사했다. 의약분업 시행과 건강보험 재정파탄 부분이다. 결론은 "보험재정 파탄이 분업의 부작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일어난 사안"이었다.

즉 관련 부서 직원들이 통계나 자료 분석 등 의약분업을 위한 준비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의란'과 '보험재정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징계키로 가닥을 잡은 곳은 기획관리실 소속 보건정책국 약무식품정책과와 사회복지정책실 소속 연금보험국 보험급여과로 알려졌다.

보건정책국은 처방의약품 비치, 대 국민 홍보 등 의약분업 시행과 관련한 준비 등을 총괄했다. 연금보험국은 분업 전후의 의약품 값 변동 등 보험재정을 추계하고 보험정책을 입안하는 곳이다.

이들 부서의 책임자를 모두 합치면 정확히 6명. 징계대상 간부가 7~8명이 맞다면 나머지 1~2명은 유관부서 간부일 가능성이 크다.

의약분업 시행 당시, 그리고 보험재정 파탄의 '근인'으로 지적되는 의료수가 인상시 담당 부서 책임자는 이렇다. 4월 차관으로 승진한 이경호씨가 기획관리실장이었고 최근 명예퇴직한 뒤 WHO(세계보건기구) 집행이사에 피선된 엄영진씨가 사회복지정책실장이었다.

보건정책국장은 송재성 현 연금보험국장 자리였다. 송 국장은 지난해 9월 차흥봉 전 장관 후임으로 최선정 전 장관이 들어온 이후 공교롭게도 연금보험국장으로 옮겼다. 보건정책국장과 연금보험국장 자리는 복지부내에서 양대 핵심부서로 통하는 요직이다.

약무식품정책과장은 안효환씨가 맡았다. 의료계에서 '대화 거부 인물'로 지목해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안전국장으로 잠시 '외도'했던 안 과장은 최근 복지부 공보관으로 복귀했다. 수가 인상을 담당하는 보험급여과장은 전병율씨다. 의사이기도 한 전씨는 WHO 파견 근무 발령이 나 6월 중 출국할 예정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징계 대상으로 거론되고있는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있다. 복지부내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한 직원은 "통치권 차원에서 결정됐던 개혁 시책의 책임을 실무자에게 몽땅 뒤집어씌우려는 의도 자체가 형평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실명을 써도 좋다고 흥분한 한 직원은 "책임문제를 따질경우 정치권과 공동 책임론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감사원이 복지부의 정책 수행 과정의 잘못 찾기에만 주력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감사원측은 이런 시각을 '누워서 침 뱉는 꼴'이라며 일축했다. 한 관계자는 "실무책임자들이 재정 통계를 잘못 이해했거나 의약분업 부작용을 엉터리 분석해 보고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과장급 이상 간부의 역량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징계 신중해야" 감사원과 갈등 예고

감사원은 복지부 간부의 징계 방침이 미리 새나간 것을 두고 '당사자'들에게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있다. 감사때 집중 포화를 맞은 간부 중 일부가 일종의 구명을 위해 미리 정보를 흘렸다는 것이다.

어쨌든 복지부 간부들의 징계수위는 감사원 감사위원회 회의에서 결론이 내려진다. 감사위원회는 당초 21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책임소재를 두고 벌어지는 여야간 논쟁, 실무책임자만 징계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공무원 사회의 복지부동 우려 등 감사원의 고민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어쨌던 칼을 빼든 감사원으로서는 복지부 공무원들이 고의적으로 문제점 등을 축소ㆍ은폐했는지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야 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 분업 시행을 위한 정책준비와 부작용을 소홀히 다룬 것은 분명한 만큼 징계는 불가피하다"며 "감사위원회에서 고의성 여부 및 징계 요구의 범위, 수준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원길 복지부 장관의 '결심'도 관심거리. 보험재정안정 해결사 역할을 맡기위해 4월 부임한 김 장관은 감사원의 징계방침에 상당히 서운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의 한 측근은 "(장관이) '특감결과가 나와야 하겠지만 징계는 신중히 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해 직원징계를 두고 감사원과의 갈등 소지를 예고했다.

특히 복지부 내부에서는 징계결정이 이달 말 보험재정 안정 종합대책 발표전 나올 경우 대책 수립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적지않다. 재정안정 대책을 만들고있는 장본인들이 징계를 받게됐는데 누가 '일'에 매달리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징계설이 표면화 한 이후 해당 간부들은 감사 결과에 온통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 점검 진척을 늦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가 주변에서는 감사원이 의약분업 및 보험재정 관련 부서 실무 책임자들을 모두 징계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부처 실무자 징계도 중요하지만 정권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있는 의약분업 및 보험재정 파탄 수습이 선결과제라는 사실을 감사당국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결국 '징계 2~3명선, 징계 수위는 주의나 경고 등 가벼운 수준'이 될 공산이 커지고있다.

공직자 비리가 아닌 정책 실패에 대한 징계 요구라는 점도 이런 결론을 예상케하는 대목이다. 차흥봉 전 장관의 형사고발은 퇴임한 이상 책임을 다시 묻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많다.

김진각 사회부기자 kimjg@hgk.co.kr

입력시간 2001/05/22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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