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망가지는 강에서 인간이 느껴야 할 것은?

■ 위대한 강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꽃향기에 취하거나 녹음 우거진 숲을 거닐며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다.

그러나 누가 이 나무를 심고 가꾸었을까, 얼마나 큰 노고가 이 아름다움과 싱싱함 뒤에 있는가를 생각하는 이는 드물다.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는 마음, 자연 그대로의 보존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를 본후 꽃길과 숲을 찾는다면 더욱 의미있는 나들이 길이 되지않을까.

캐나다의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작가 프레드릭 벡의 1987년 작 < 나무를 심은 사람 The Man Who Planted Tree > (중학생, 성베네딕도)은 식목일이나 숲의 유용함, 자연 환경보호를 이야기할 때면 어김없이, 가장 먼저 거론되는 작품이다.

<나무-> 는 영화 <지붕위의 기병> 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 남부프로방스 지방의 알프스남쪽 산기슭에 홀로사는 양치기 노인 부피에가 20세기 초부터 40여년간 꾸준히 나무를 심어 황무지를 낙원으로 바꾸는 과정을 파스텔풍 그림에 담은 아름다운 영상시다.

노인이 홀로 이 외로운 작업을 하는 동안 바깥 세상에는 1차 세계대전, 마르크시즘과 파시즘의 대두, 2차 세계대전 등의 격랑이 휩쓸고 간다.

<나무->는 지구 재녹화 운동 등의 교재로 쓰이고 있고, 캐나다에만 2억5,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30여분짜리 애니메이션을 위해 작가 프레드릭 벡은 5년간 2만 장의 그림을 손수 그렸다. 컴퓨터의 힘을 빌리거나 조수를 두지않고 홀로 묵묵히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태도는 작품 주인공과 다르지 않다. 이런 힘든 작업 탓에 벡은 실명 위기에 처해 그의 작품을 아끼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런 탓에 다음 작품 위대한 강 < The Mighty River> (전체 가, 라바필름)은 1994년에야 완성된다. 캐나다의 퀘벡 지방을 가로지르는 세인트 로렌스강의 역사를 조명하며, 깨끗하고 풍요로웠던 강이 인간에 의해 더렵혀지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그린 다큐 애니다.

빙하기를 지나 봄이 오면서 강이 생성되는 과정, 그 강과 주변 숲을 채우는 어류와 동식물의 탄생. 자연의 풍요로움과 무한함에 감탄한 원주민들은 이 강을 ‘맥도구악’(위대한 강)이라 부르며 자신들에게 꼭 필요한것만을 취한다.

그러나 유럽 열강의 상륙으로 강과 숲은 착취의 대상이 된다. 프랑스와 영국 함대는 삼림 벌채와 어류, 동물 사냥을 일삼았고, 무역을 위한 항구와 도시를 건설하며 자원 약탈을 위한 전쟁도 불사한다.

공장 건설로 인한 오폐수가 흘러들면서 숨쉴 수 없는 강이 된 현재까지를 배우 도날드 서덜랜드가 나레이션 한다.

“강은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경멸당하고 있다. 부만을 탐하는 인간에 의해 강은 병들어간다. 하모니는 깨어졌고 화해는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는 강의 요구에 완전히 전적으로 응해야한다”는 마지막 나레이션은 우리 강들도 듣고 싶어할 것이다.

작가 벡은이 작품을 위해 캐나다 역사를 공부하고 취재를 한 후, 4년간 1만7,000장의 그림을 손수 그렸다고 한다.

1924년생인 그의 나이와 수공업적인 작업 방식 때문에 <위대한 강>이 마지막 작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메시지, 영상 모두 빼어난 작품들이니 구입하여 교육용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성베네딕도02-279-7429/ 라바02-765-8312

옥선희 비디오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1/06/12 19:18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