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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와 사형제도] ‘형장의 이슬’ 대기자 사형수

영원한 작별을 앞둔 그들의 삶과 형장

형장에서 이슬로 사라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분이 채 안된다. 교도소장의 사형집행 선고에 이어 교수장의 바닥이 꺼져 내린 뒤, 의무관이 최종 사망확인할 때까지의 시간이다. 이 30분을 맞이할 때까지의 시간을 사형수는 어떻게 보내고 기다릴까.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이상혁 회장(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확정판결후부터 집행에 이르기까지 사형수의 태도는 시간을 두고 변화를 보인다. 확정판결 초기 사형수는 매일 죽는다. 언제 자신에 대한 사형집행 명령이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침 인원점검 때부터 ‘혹시 나일지 모른다’는 불안과 초조가 사형수를 엄습한다. 오후가 되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또다시 내일 아침의 숨막힐 순간을 생각하며 밤잠을 못 이루는 하루하루를 반복한다.

사형수가 자신의 하루 운명을 예측할수 있는 날은 공휴일. 법적으로 사형집행을 금하고 있는 일요일과 국경일은 사형수가 그나마 죽음의 공포에서 잠시 해방되는 날이다.

교도소 교화 경험자들에 따르면 확정판결 직후의 사형수나 사형판결을 확신하는 미결수는 자살충동에 휩싸일 뿐 아니라 종교와 대화까지 거부한다.

1974년 ‘희대의 살인마’로 불렸던 김대두의 변론을 맡았던 이상혁 회장의 기억. “처음 만났을 때 김대두는 나에게 ‘당신 검찰의 앞잡이 아냐? 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번째 만나 그의 가족 이야기로 말을 꺼내자 김대두가 눈물을 흘렸고, 비로소 대화가 가능해졌다.”


불안ㆍ초조 단계 지나면 대부분 종교에 귀의

사형수의 긴장과 분노는 종교에 귀의해 교화를 받으면서 조금씩 완화된다. 서서히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체념과 달관의 경지에 진입한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사형수의 99% 이상이 독실한 종교인이 된다”고 말했다. 간혹 말썽이나 문제를 일으키던 사형수도 이 단계에 접어들면 모범적인 수형생활을 하게 된다.

명동성당 이영우 신부는 “일반인은 사형수의 절반밖에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흉악한 범죄내용만 언론보도를 통해 접할 뿐이지, 교화에 힘입어 전혀 다른 인간으로 변해있는 사형수의 또 다른 모습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신부는 사형수가 감방 안에서 비로소 참인간으로서 삶의 맛을 느끼는 사례가 많다고 강조했다.

과거 사회에서 소외됐던 사형수는 지속적인 교화속에서 자신이 관심과 사랑의 대상이됐음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다.

확정판결을 받은 사형수는 미결수 수용실에서 일반 재소자와 함께 생활한다. ‘최고수’로 통하는 사형수에게 다른 재소자들은 ‘권위’를 인정하고 ‘상전’ 대접을 해준다.

하지만 최고수로서의 특별 위치에 기대 왕노릇을 하는 사형수는 없다. 솔선수범하고 오히려 다른 재소자를 교화시키는 사형수가 더 많다. 처음에 두려움을 가졌다 뜻밖의 인간적인 면을 발견한 일반 재소자들이 출소 후 사형수를 면회하거나 편지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는 사형수의 생활과 사형절차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지나치게 왜곡돼 있다고 말했다. 영화와 소설 등에 의해 가공된 모습을 진짜로 여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국 이후 923명 사형집행

1948년 건국 후 지금까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람은 923명(군법회의 제외).

형사소송법 463조에 따르면 법무장관은 사형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사형집행을 명하게 돼있다. 법무장관으로부터 사형집행 명령서를 받은 구치소나 교도소는 5일 이내에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형소법 467조).

그러나 463조는 강제규정이 아니어서 법무장관이 사형명령을 미뤄도 문제가 없다. 김대중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사형집행이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사형집행 명령을 받은 구치소나 교도소는 집행계획을 수립한다. 피처형자가 복수일 경우에는 집행순서를 정하고, 사형장 시설물 점검과 직원 차출ㆍ교육이 이뤄진다. 집행에 참가하는 직원이 자원한경우는 없다. 차출에는 부인의 임신 등 집안 사정이 감안된다.

사형장이 있는 교도소(구치소)는 고등검찰청 소재지가 있는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5곳이다. 사형장에는 고검검사와 교도소장, 집행직원, 최후 종교행사를 위한 종교인만 참석할 수 있다.

간혹 극소수의 사법 연수원생들이 참관하기도 하지만 가족 등 일반인은 안된다.

해당 사형수를 감방에서 사형장까지 호송하는 임무는 10명 정도로 편성된 ‘연출팀’이 맡는다. 호송과정에서 저항하는 사형수는 거의 없다.

사형장(교수장)에 도착한 사형수는 ▲인적사항 확인 ▲범죄내용 확인 ▲종교행사 ▲유언의 절차를 밟는다. 유언은 가족 등에 대한 전언이 있을 경우 유언장으로 기록된다.

서울구치소 관계자에 따르면 유언은 속죄의 말이 가장 많다. 장기기증과 가족에 대한 걱정, 극소수 자기변명도 있다.

유언이 끝나면 사형수의 머리에 검은 보자기가 씌어지고, 목에는 밧줄이 감겨진다.

소장의 집행선고와 함께 사형수는 이승과 영원한 작별을 하게 된다. 사망확인 후 입관 된 시체는 24시간 후 직계가족에 인도되지만, 연고자가 없는 경우에는 해당 교도소 묘지에 묻힌다. 가매장 3년 후까지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는 시신들은 사형수 묘지에 합장된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들은 사형 과정의 세세한 문제에 대해 언급을 회피했다.

이들은 “사형집행이 사회적 흥미거리가 되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모든 생명은 존엄하고 경외로와야 한다”는 것이다.

사형집행 참여자로서의 경험에 대해서는 더욱 말을 아꼈다. “사형집행이 좋아서 하는 사람은 없다. 공무원으로서 직무명령을 수행할뿐이다. 참여자가 느끼는 감정은 개개인의 몫이다.” 이들의 말에서 ‘죽는 자’와 ‘집행자’ 모두가 비인간성을 경험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없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1/06/2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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