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일산] 르포/ 신도시 성인나이트클럽

신도시의 밤은 중년의 해방구

경기 고양시 화정동 옥빛마을 인근의 속칭 ‘로데오 거리’. 평일 밤인데도 안마시술소 술집 노래방 등 유흥업소들의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로데오거리 한가운데 위치한 A나이트클럽. 나이트 클럽 인근 2차선 도로는 불법 주차한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주차한 차량들의 상당수가 서울 번호판이다.

출연 연예인을 알리는 포스터와 총천연색 풍선으로 요란하게 꾸며진 건물 입구를 거쳐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 나이트클럽에 다다르자 깔끔한 유니폼을 입은 종업원들이 나와 손님을 맞았다.

“찾는 웨이터가 있으십니까” 하는 질문에 “없다”고 답하자 웨이터들은 서로 간단한 수신호를 나눈 뒤 안으로 안내 했다.

홀 내부는 서울 강남의 유명 성인나이트클럽 뺨치는 규모와 시설로 꾸며져 있었다. 밴드와 DJ를 위한 대형 무대가 전면에 있었고, 그 좌우편에는 초대형 모니터가 설치돼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을 스크린에 담아 비추고 있었다.

일반 상가 건물인데도 6~7층 두 층을 터서 대형 극장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무대 바로 앞쪽에는 춤을 추기 위한 플로어가, 그 뒤로 700~800석 정도의 테이블이 각각 배치돼 있다. 홀 가장 자리 1~2층은 룸들이 들어차 있다.

밤 10시 경인데도 홀 내부는 절반이상 테이블이 차 있었다. 손님들은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에이르는 중년 남자들이 주류였다. 여자 손님은 2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까지 다양했으나 30대 초반이 가장 많은 듯했다.


‘물’ 괜찮고 술값도 서울의 절반수준

무대에서는 푸른 눈을 한 8등신 러시아 미녀들이 아슬아슬한 토플리스 차림으로 빠른 비트의 음악에 맞춰 현란하게 몸을 흔들었다. 취기가 오른 일부 중년 남녀들은 플로어에서 DJ의 리드에 따라 두손을 올린 채 박수를 치며 몸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20대 후반의 여성 웨이터는 취재진에게 ‘오붓한’ 룸과 ‘볼거리가 많은’ 홀 중에서 택일할 것을 물었다.

“어느 곳이 좋으냐”고 묻자 “룸은 홀에 비해 비싸지만 노래방 시설이 따로 돼 있고 조용해서 부킹하는데 유리하다”고 귀띔 했다.

웨이터가 보여준 메뉴 판에는 30만원이 넘는 외국산 고급 양주들이 있었지만 국산 프리미어급 양주 가격은 12만원으로 서울강남의 고급 성인나이트클럽 보다는 병당 8만~10만원 정도 저렴한 편이다. 안주도 대개 하나에 6만~7만원선으로 통일돼 서울의 절반 수준이다.

룸에 들어서자 웨이터는 대뜸 “이 곳 아가씨 부를까요, 괜찮은 얘들 많은데…” 하고 의향을 물었다. 잠시 머뭇거리자 “원하신다면 무대에서 춤추고 있는 러시아 아가씨를 찍어도 됩니다.

단 러시아 아가씨는 계속 앉아있지 못하고 춤 시간이 끝난 중간중간에만 들어 옵니다” 하고 귀뜸 했다. 사양하자 웨이터는 “그럼 쭉 빠진 미시족으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나갔다.

자정이 가까워 오면서 클럽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60명에 달하는 웨이터들은 여자 손님들을 남자들 테이블로 데려가느라 여념이 없었다. 홀의 테이블 곳곳에서는 낯선 중년 남녀들이 어색한 만남을 갖고 있었다.

룸도 예외가 아니었다. 룸을 담당하는 웨이터들은 남자 파트너가 없는 여자 손님에게 다가가 “괜찮은 남자분이니 잠시 대화만 나눠 보라”며 설득해 룸으로 데려 왔다.

취재진이있던 룸에도 20대 초반의 아가씨에서부터 30대 중반 가정주부와 노처녀까지 무려 7~8명에 달하는 여자 손님들이 웨이터 손에 이끌려 들어왔다.


“아는사람 만날 걱정 없어 좋아요”

친구 생일을 축하하러 서울 은평구에서 왔다는 한 주부(34)는 “이 근처에 사는 친구의 권유로 한 두번 와봤는데 생각보다 시설도 괜찮고 물도 좋아 가끔 온다”며 “서울에선 혹시 아는 사람을 만날까 괜히 위축되는데 여기선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좋다”고 말했다.

자신을 ‘30대 초반 노처녀’라고 소개한 한 여자 손님은 “지난해부터 울적할 때면 친구와 같이 이곳에 왔다”며 “9시 이전에 오면 여자 손님은 기본 테이블비만 받는데다 남자가 숫적으로 휠씬 많아 별 힘들이지 않고 잠깐 기분 풀 파트너를 찾기 편해서 좋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도우미로 일한다는 김모(21)양은 “요즘엔 친한 웨이터가 생겨 여자 친구들과 같이 오면 거의 공짜로 놀다 간다”며 “웨이터 언니가 들어가라는 테이블에 가서 중년 남자들을 대상으로 몇차례 부킹만 해 주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전모(41)씨는 “이곳은 다소 거리가 멀다 뿐이지 즐기는 데는 서울과 별 차이가 없다”며 “더구나 늘씬한 러시아 콜걸들도 있어 요즘 중년 남자들 사이에서는 신도시 원정족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들과 왔다는 한 30대 남자는 “지난해초 벤처 붐으로 경기가 좋을 때는 주로 서울 강남 일대 술집을 갔는데 요즘에는 술값이 저렴한 일산이나 분당 평촌 같은 신도시 유흥가로 주무대를 옮기는 회사원들이 많다”며 “서울에 비해 가격은 절반 밖에 안되는 데다 아가씨 수준도 별반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일했다는 한 웨이터는 “일산이나 화정 신도시의 유흥가에오는 손님 중 60~70%가 서울 서북부 지역이나 구일산 파주 원당 금촌 벽제 의정부 등 외지에서 온 중년 남성들”이라며 “서울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대우 받으며 스트레스를 풀 수있어 단체로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에는 미혼 여성보다 세련된 미시족이 중년 남성들에게 더 인기”라며 “부킹에 성공하려면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가는 수완과 이를 받쳐줄 만한 약간의 재력이 필요하다”고 귀뜸 했다.


짝짓기 성공하면 바로 모텔로 직행

자정이 넘어서도 클럽 분위기는 식을줄 몰랐다. 짝짓기에 성공한 중년 남녀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했지만 이내 그 공백을 20~30대 초반의 젊은 손님이 메워 나갔다.

이곳의 한 웨이터는 “짝짓기의 성공 여부는 마지막 순간에 남자가 여자 테이블 술값을 내주는 지 아닌 지를 보면 안다”며 “예전에는 주변 포장마차나 호프집으로 2차를 갔는데 요즘에는 바로 모텔로 직행하는 게 유행”이라고 말했다.

이 일대 성인나이트 클럽의 특징은 바로 윗층이나 아랫 층에 모텔이 함께 붙어 있다는 것이다. 궂이 남들 보기 쑥스럽게 러브 호텔을 찾아가느니 나이트클럽에서 바로 윗층 모텔로 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곳에서 짝을 찾은 커플은 엘리베이터를 타는 수고를 할 필요 없이 비상 계단을 통해 바로 모텔로 직행한다. 물론 일부 커플은 주변에 널려 있는 호화판 러브 호텔를 찾는 경우도 있다.

오전 3시. 나이트클럽 주변은 여전히 불야성이었다. 취객을 기다리는 서울 택시들, 짙은 담배연기를 뿜어대는 실내포장마차, 번쩍이는 안마방 간판, 휘청거리는 사람들. 신도시의 밤은 불타고 있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김명원 사진부 기자

입력시간 2001/07/12 17:18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