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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스승을 딛고 정상을 향해 가다

이창호의 '미완성의 승리- V100'⑦

이창호7

과연 소년 이창호는 주변의 시선처럼 이겨줄 수 있을까. 팬이란 사람들의 속성은 묘하다. 절대자의 출현을 기대하지만 막상 절대자가 나타나면 또 다른 초인에 의해 쓰러지기를 기대한다. 조훈현이 쓰러지길 기대하는 것이다.

오후의 검토실은 동료기사와 보도진들이 빽빽이 모여 앉아 입추의 여지가 없어 보일 지경이었다. 이처럼 승부의 향방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기는 근래 보기 드문 일이었다. 이창호를 무언으로 응원하는 모습이리라.

그러나 중반 이후 조훈현의 우세로 대세가 결정나자 정상교체를 원하는 사람들은 실망의 눈치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조9단의 실수가 나온다. 갑자기 미세해진다. 아직도 1집반 정도는 조훈현이 앞서는 형세. 그런데 우변을 젖히는 끝내기를 이창호가 선행하면서 또 1집을 추격하면서 반집 승부의 양상이었다. 침이 바짝바짝 마르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분위기는 이창호의 것이었다. 바둑이란 것이 앞서기도 하고 뒤쳐지기도 하는 것이지만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줄곧 조훈현은 감점으로 고통받고 있고 이 창호는 그 과실을 따먹고 있다. 이러다간 역전을 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부담이라는 것이다.

조금씩 추격을 당하자 '이러다간 뒤집어지는 것 아닌가'라고 불안한 생각이 드는 순간 바둑은 역전에 이르곤 한다. 조훈현은 여태 그런 조바심을 낼 훈련이 절대 부족했다. 심지어 뒤지고 있던 바둑이라도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심감은 충만 되어있어도.

이제 눈터지는 계가 바둑이다. 조훈현은 끝내기 단계에 와서 완만하게 두어가다가 이창호의 집요한 추격에 휘말려 반집 승부를 만들어 놓았다. 더욱이 이제 와서는 두 사람 모두 제한시간을 거의 다 소비하여 초읽기에 육박한 시점.

결국은 조훈현이 역사의 흐름대로 실수가 나온다.

무려 220수가 진행된 시점에서 두 집 끝내기를 하다가 무심코 찌른 것이 패착이 될 줄이야. 최종순간에도 조훈현은 반 집을 이겨있었으나 무심코 나와 끊은 수가 문제였던 것이다. 지려고 작정을 한 것 같은 패국(敗局)이었다.

언제나 역사의 현장은 이렇게 설명이 안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창호가 최고위전에서 우뚝 섰다. 15세 되던 해 봄의 일이었고 속기전에 이어서 신문기전에 4번째 도전한 끝에 극적인 반집승으로 스승 조훈현을 따돌리고 우승을 한 것이다. 이런 기적이 있나. 응창기배를 석권하고 돌아온 스승 조훈현을 상대로 반집을 이겨 가다니.

바둑에 회의를 품기 시작한다. 이 얼마나 희귀한 일이던가. 인생을 알기 시작한 40대에 세상을 평정한다는 일반론이 아직도 유효하던 시절, 40대까지는 고리타분한 얘기라고 치더라도 조훈현 서봉수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30대가 전성시절을 구가하던 때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10대 소년이라니, 결국은 바둑가는 입을 쩍 벌이고 의심을 하고 자시고 할 시간도 없었다. 그 뒤로 이창호는 승승장구했으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사제지간의 도전기라는 것이 화제가 되었다. 조훈현의 유일무이한 문하생이 되어 내제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내면의 실력을 축적해 나갔다.

그 역시 88년경부터 바둑가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한판 한판 이길 때 만다. '어쩌다 한판을 이겼겠지' '그러다 말겠지' 하면서 반신반의 해온 것이 사실이다.

[뉴스화제]



● 조훈현 빛과 그림자?…명인전 공동선두

조훈현 9단이 명인전 본선리그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7월23일 한국기원 본선대국실에서 벌어진 명인전 본선리그에서 조훈현 9단은 최명훈 8단을 맞아 흑으로 223수만에 불계승을 거두고 5연승으로 유창혁 9단과 공동선두를 달리게 되었다.

이날 대국은 후지쯔배 결승에 나란히 올라있는 두 기사가 대결을 벌임으로써 오는 8월 4일 열리는 결승전의 전초전격이 되었다. 한편 조훈현 9단과 유창혁 9단은 리그 최종국을 남겨두고 있어 도전권을 결정하는 또 한번의 빅승부를 펼치게 된다.


● 왕위전 역대 최소수수(手數) 패배

왕위전 도전3국이 국내에서 벌어진 역대 도전기 사상 최단명국 도전기로 끝이 났다. 7월25일 한국기원 본선대국실에서 벌어진 왕위전 도전3국에서 초반 정석과정에서 수순착오를 일으킨 조훈현 9단이 49수만에 돌을 거둠으로써 도전기 사상 최단명국의 기록을 남기며 왕위전도전기가 마무리되었다.

이로써 이창호 9단은 35기 왕위전을 3:0 스트레이트로 방어하며 대회 6연패에 성공했다. 도전기 사상 최단명국은 97년 벌어진 대왕전 도전1국으로 이9단이 조9단을 상대로 75수만에 불계승을 거둔 바 있다.

입력시간 2001/08/0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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