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향계] 여야 언론국조 '워밍 업'

이번 주는 수 개월을 끌어온 언론사 세무조사 정국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세무비리로 검찰수사를 받은 언론사 사주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일단 매듭지어지고 이에 따라 정치권의 공방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정국의 새 국면은 언론국정조사가 핵심이다. 여야는 13일 3당 총무회담을 갖고 언론국정조사 실시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를 봤다. 그러나 국정조사 증인 및 참고인 선정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 언론국정조사가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증인 리스트 작성 등 국정조사 벼르는 야

증인ㆍ참고인 선정에 대해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견해가 판이한 것은 이번 언론국조를 통해 얻으려는 정치적 목표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언론사 세무조사와 뒤이은 검찰 수사가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여권 핵심부의 치밀한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주장을 부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인사들을 중심으로 증인 및 참고인 명단을 짜고 있다. 안정남 국세청장과 손영래 서울지방국세청장, 23개 현장 팀장,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 등은 한나라당 증인 리스트의 기본이다.

한나라당은 여기에 더해 한광옥 청와대비서실장, 박지원 정책기획수석, 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 오홍근 국정홍보처장, 이근영 금감위원장, 신승남 검찰총장 등 청와대와 언론관련 정부부처, 검찰 등의 고위인사들을 대거 증인 명단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한나라당 증인 채택 대상에는 이종찬 전 국정원장도 포함된다.

세무조사를 통한 언론 길들이기는 정권 초기 중앙일보 기자였던 문일현씨가 작성, 이 전 원장에게 보낸 언론문건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러나 언론사 세무조사가 조세정의 차원에서 이뤄진 만큼 세무조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인사의 증인 채택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관심을 기울이는 증인은 언론사 사주들이다.

언론사의 방만한 경영과 사주 비리를 적나라하게 들어냄으로써 언론사 세무조사의 정당성과 불가피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언론사 세무조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일부 언론의 사주들을 증언대에 불러 국민들로 하여금 직접 심판토록 한다는 내심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세무조사를 받았던 23개 언론사 사주 가운데 누구누구를 증인으로 부를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국정조사특위 활동시기에 대해서는 16일부터 시작해 9월9일까지 끝낸다는 데 여야가 거의 합의를 한 상태다.

그러나 민주당이 13일 총무협상에서 추경안 외에 돈세탁방지법등 쟁점 법안도 함께 처리할 것을 요구하는 바람에 최종 합의에는 실패했다. 민주당은 언론국조에 합의해 주는 대신 이들 법안까지도 끼워팔기를 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는 “민주당이 막판에 새로운 요구조건을 들고 나오는 것은 국조를 사실상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결국 여야 총무들은 16일 다시 모여 국조문제와 임시국회 일정을 다시 논의키로 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8ㆍ15 경축사를 계기로 그 동안 대치 일변도로 굴러온 정국을 대화쪽으로 되돌리고 싶어하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영수회담 추진까지 거론된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도 최근 정-경분리 대응을 통한 이미지 개선 노력을 하고 있어 대화국면 진입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기도 한다. 하지만 언론정국의 긴장이 여전하고 한나라당 내부에서 강경대응의 목소리가 높아 당분간 대화정국의 진입은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10ㆍ25 재선 후보물색 본격화

10ㆍ25 재선거가 두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여야의 후보물색 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서울 동대문 을에 허인회 지구당위원장을 재 공천한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구로 을에는 경쟁력을 갖춘 인물이 떠오르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최근 당내에서 한나라당 이승철 지구당위원장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현재 거론 중인 인사들이 대부분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 등의 투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장관이 투입될 경우 개각요인이 발생하며 이는 청와대 비서진 일부 개편 등 당정쇄신의 방아쇠가 될 개연성이 있다.

한나라당은 구로 을에는 이승철 위원장을 유력한 후보로 상정하고 있으나 동대문 을에는 여러 인사들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최근 총재 특보로 정치에 복귀한 홍준표 전 의원, 장광근 수석부대변인 등이 유력한 후보군이다.

이계성 정치부차장

입력시간 2001/08/1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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