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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륜'은 JP대망론 밑그림?

뉴욕 발언 놓고 "속내 뭔가" 억측·분석 난무

“연륜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의 뉴욕발언 뒤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다. “JP가 대권기지개를 켠 신호탄”이란 측근들의 그럴싸한 해몽부터 “무슨 꿍꿍이냐”는 의혹의 시선까지 반응도 천차만별이다.

JP가 대선주자들을 향해 ‘불쑥’ 던진 비난의 파장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 등 비난의 과녁이 된 주자들은 침묵으로 불편함을 드러냈다.

‘한나라당과 공조할 수도 있다’는 한마디에 민주당과 한나라당 역시 “예의 줄타기 정치가 시작됐느냐”는 의혹 속에 표정이 엇갈린다. JP의 의도에 휘말릴까 저마다 조심하는 기색이지만 JP의 속내를 알아채기 위한 귀동냥과 분석은 한결같다.

그러나 JP는 언론사 세무정국에 쏠려있는 정가의 관심을 반짝 돌려놓고는 예전처럼 무대 뒤편으로 숨었다. 알 듯 모를 듯 선문답으로 구구한 억측을 난무케 한 뒤 발을 빼는 JP특유의 ‘말의 정치’가 또 한 판 벌어진 셈이다.


민주·한나라 '시큰둥', 자민련은 '반색'

실제로 이 달 초 방미한 JP가 뉴욕에서 한 말은 정치권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JP는 8일 뉴욕특파원과의 간담회를 자청, 차기대통령에게 필요한 제1 덕목으로 ‘경륜’을 들며 리더십론을 폈다.

“온 사방에 대통령이 되겠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많아 걱정스럽다.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연륜과 사심 없는 지도력을 갖춘 사람이 적합하다. 경륜은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탁월한 지혜를 갖추고, 수많은 경험을 한 세 가지 요소가 어우러진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JP의 말이 국내에 전해지기가 무섭게 자민련은 한동안 주춤했던 ‘JP 대망론’ 불지피기에 나섰다. 김종호 총재권한 대행은 “JP만큼 경륜을 갖춘분이 있느냐”며 “민주당, 자민련, 민국당 등 공동여당이 JP를 단일후보로 내면 내년 대선에서 필승 한다”고 주장했다.

이양희 사무총장도 “집권 2년 반이 지나면 내각제를 하겠다는 약속을 깬 민주당은 정치적 채무를 갚아야 할 시기가 됐다”고 거들었다. 채무상환이란 다름아닌 JP를 공동여당의 단일대선후보로 추대하는 것이다.

이 총장은 몇 달 전에도 “JP가 공동여당 대선후보라면 민주당과 합당하겠다”며 바람을 잡았다.

변웅전 대변인은 한 술 더떠 “출국 전 JP가 ‘차기 지도자는 나라를 재건한 박정희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 중 한 분이 돼야 한다’고 했는데 정상교육, 지혜, 경륜을 두루 갖추고 박대통령과 가까운 이는 JP 한 명 뿐이다”라고 못박았다.

“일반론일뿐 JP가 대권도전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혔다고 보기는 힘들다”(이완구 총무)는 차분한 지적도 있지만 당 분위기는 ‘JP 대망론’ 일색이다.

자민련이 이처럼 JP의 한마디에 호들갑을 떠는 데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 내년 지자제 선거, 대선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당의 유일한 구심점인 JP의 몸값을 유지하는 것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자민련은 연초 JP가 대선에서 조연을 맡겠다는 ‘킹 메이커’얘기를 꺼낸 뒤표밭인 충청권에서 급격한 민심이반을 실감했었다.

JP측은 “이회창총재, 이인제 최고위원 모두가 충청도가 고향이라고 주장하는 마당에 대권 가능성도 없는 JP에게 충청표가 모일리가 만무하다”고 설명했다.

한 고위당직자는 “JP가 출마할 지는 우리도 모르지만 솔직히 본인도 모를 것”이라며 “그렇지만현재 상황에서는 출마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본인이나 당을 위해 절대 유리하다”고 말했다. 어쨌든JP는 출마여부를 묻는 특파원들의 질문에 “어제의 논리, 내일의 논리가 있는데 내년의 논리는 가슴속에 있으며 지금은 내놓고 있지 않다”며 말끝을 흐렸다.


대권주자들 침묵으로 불편함 드러내

자민련이 JP 대망론과 연계해 연륜론에 무게를 둔 반면 여야의 차기 주자들은 자신을 향한 JP의 비난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JP는 우선 “국가가 어려운데 자기 일만 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문제가 있다”며 조기에 달아오른 대선경쟁을 싸잡아 깎아 내렸다.

그는 이어 “민주주의를 가장 열심히 떠드는 사람이 비민주적인 파괴를 일삼고 있다”, “어린 패기와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식의 저돌적인 실행력만 갖고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자민련에는 “JP가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이회창 총재와 이인제최고위원을 각각 겨냥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는 말이 나돈다.

물론 다른 해석도 있다. JP를 잘아는 한 인사는 “JP의 본심은 ‘이회창ㆍ이인제 불가론’의 총대를 메는 데 있는 게 아니다”며 “오히려 두 사람에게 ‘나와 척을 지고서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경고성 구애를 한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JP의 비난에도 불구하고이 위원과 이 총재 등 대선주자들은 의도적이리만큼 침묵으로 일관했다. JP가 자신들을 깎아 내리는 대신 반대이익을 노리고 한 말인 만큼 아예 무시하는것이 상책이라고 본 것이다.

대선주자들이 애써 대응을 삼가한 반면 “한나라당이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공조할 수도 있다”고 말한 데 대한 여야의 반응은 좀더 적극적이다. 민주당은 비공식 채널을 통해 언짢은 기분을 그대로 표현했다.

DJP 공조의 햇볕을 맘껏 누린 JP가 슬슬 한나라당과 공조할 기회를 엿보기 시작한 게 아닌가 하는 불신이 깔려있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JP가 DJP공조가 엄연한 이 시점에 그것도 미국에서 야당과의 공조를 시사한 게 여간 찜찜한 게 아니다”며“야당에서 자민련을 위해 국회법을 개정해 주자는 의견이 잦아지는 등 분위기가 심상찮다”고 개운치 않아했다.

DJP균열이 나쁠 게 없는 한나라당은 은근히 즐기는 분위기다. 한 고위당직자는 “국회법 개정 등을 의식한 JP의 정치적 발언만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승리 가능성을 의식한 발언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며 “JP가 우리와의 관계개선을 적극 시사한 것은 정국의 중심추가 우리에게 오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반색했다.

새삼 ‘말의 정치’의 위력을 보여준 JP가 다음에는 어떤 화두로 정치권을 흔들지 궁금하다.

이동국 정치부기자 east@hk.co.kr

입력시간 2001/08/1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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