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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탐구] '꿈 연구가' 춘천고 홍순래 교사

[인간탐구] '꿈 연구가' 춘천고 홍순래 교사

"사주팔자는 안 믿어도 꿈은 믿어요"

꿈에 어떤 아주머니가 바구니를 가져왔다. 그 안에 인삼 한뿌리와 참새 한 마리가 들어있었는데 나더러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했다.

인삼은 10년, 참새는 20년짜리라고 했다. 참새를 택하자 곧바로 먹을 수 있도록 즉석에서 털을 뽑고 손질해주더니가 버렸다. 나는 그것을 내 방으로 가져와 다른 사람이 보기전에 쟁반에 담아다가 내 앞에 놓던 중 잠을 깼다.

얼마 뒤 나는 우연찮게 부동산을 매입하게 되었다. 운좋게도 싼 값에 좋은 땅을 얻었다. 그런데 나중에 지적도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내가 산 땅 모양이 바로 참새 형상을 하고 있었다. 20년짜리라는건 내가 20년간 이 땅을 소유하게 되리라는 뜻일까?


꿈은 미신이 아닌 인간의 예지능력

꿈연구가 홍순래(44)씨에겐 별로 신기하지도 않은 얘기다. 이런 자료가수백, 수천가지나 있다.

외할머니가 쫓아다니며 '상을 차려달라'고 조르는 꿈을 꾼 뒤 다음날 친정에서 외할머니 별세 소식을 들었다는 주부,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가 나타나 큰 돈을 주는 꿈을 꾼 뒤 산삼을 캐러갔다가 싯가 3,000만원이 넘는 백사를 잡았다는 40대 부부, 깜깜한 곳에서 혼자 목청터지게 노래를 불렀다는 임산부가 출산시 유독 극심한 산고로 혼자 고래고래 비명을 질렀다는 얘기, 이가 빠지는 꿈만 꿨다하면 어김없이 부고 전화를 받는다는 여성, 꿈에 누군가로부터 왼쪽 옆구리를 채인 뒤 병원에 갔더니 늑막염 판정을 받았다는 교사 등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보내준 직접 체험사례들이다. 꿈의 내용뿐 아니라 그 결과까지 덧붙여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해몽전문가라고는 하지만 홍씨 자신은 도사도 거사도 점쟁이도 아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정확한 해몽가는 꿈을 꾼 당사자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그런 자료들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꿈의 학자. 자신부터가 미신을 경계하는, 실증자료위주의 탐구자다.

"한번 꿈의 신비를 알고나면 그 어떤 퍼즐보다도 더 재미있어집니다."

홍씨의 본업은 교사다. 현재 춘천고 국어교사로 재직중, 약 20년째 교편을 잡고 있다. 꿈풀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6년전부터.

강원대사대 국어교육과 출신인 그는 처음엔 자신의 전공인 국문학을 공부하다가 옛 문헌에 등장하는 꿈 이야기에 관심이 쏠렸다. 각종 꿈이야기가 삽입된 소설이나 기록, '몽시(夢詩)'등 고대문학에서도 꿈은 흥미롭고도 일상적인 주제였다.

그런 사례들을 모아 책으로 꾸민 뒤 그때까지 일면식도 없었던 해몽학의 대부 고 한건덕 선생에게 책을 보냈다.

한선생 역시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30여년간 꿈해석에 매달린 대가였다. 단순히 인사삼아 보낸 책이었는데 갑자기 선생으로부터 '한번 찾아오라'는 연락이 왔다. 그 인연 자체가 이미 꿈의 안내를 받고 있었다.

"저를 보자마자 한선생님이 '사나이, 사나이....'하며 중얼거리시는 거예요. 알고보니 저를 만나기 15년쯤전에 어떤 사나이가 나타나 선생님 앞에 있는 큰 돌탑의 벽돌을 하나둘 빼내어 던지고, 선생님도 그 사나이의 사다리를 붙잡아주는 꿈을 꾸셨답니다.

돌탑이란 선생님의 꿈연구를 뜻하고, 자신의 연구내용을 수정하거나 보완해 줄 누군가가 나타나리란 암시같다고 그 모든 내용을 일지에 적으셨었는데 그 끝에는 '아직까진 실현되지 않았다. 언제 나타날지 기다려봐야겠다'고 덧붙여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책을 보는 순간그 사나이가 저라는걸 직감적으로 아셨대요. 그 일지의 내용을 보았을땐 저도 온 몸에 전율이 일더군요."

만난지 1년여뒤 선생은 세상을 떠났고, 운명하기전까지 한건덕 선생은 자신의 유고며 평생 연구해 온 모든 자료를 모두 제자 홍씨에게 물려주고 갔다. 두 사람이 통했던 것은 특히 같은 교사출신에다 공통적으로 철저한 실증위주의 연구를 했다는 점때문이었다.

스승의 자료덕분에 홍씨의 사례집은 더욱 풍성해졌다. 1995년 '파자이야기'라는 독특한 한문관련 책으로 화제를 끌었던 그는 꿈연구에 몰두한 이후 1996년 '현실속의 꿈이야기' 등 꿈관련 사례분석집만 총 5권, 전체적으론 8권의 다작을 내는 저자가 되었다.

1997년 무렵엔 한 스포츠 신문에 꿈이야기를 연재한 것을 비롯해 해몽에 대한 전문필자로도 활발히 활동했다.

"꿈은 미신이나 점괘가 아닙니다. 바로 인간 누구에게나 있는예지능력이 발현된 것 뿐입니다. 물론 꿈중에는 자신의 심리상태가 반영돼 나오는 것도 있지만, 그건 전체의 20%도 안됩니다.

꿈은 일종의 암호와같습니다. 흔히들 꿈이 현실의 반대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꿈 그대로 현실로 나타납니다. 그럼 왜 그런 꿈을 꾸느냐,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하려는 뜻 같습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가령 아무 예고도 없이 어느날 수십억짜리 복권에 당첨됐다거나 갑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신다면 누구든 까무라치고 말겁니다. 그런 충격을 완화해주고 미리 마음의 대비를 하게 해주는 거지요."


길몽ㆍ흉몽은 꿈꾼 사람이 직감으로 아는 것

그의 분석에 따르면 꿈에도 몇가지 원리가 있다. 모든 꿈은 실현되며, 특히 여러번 반복되는 꿈이나 생생한 꿈일수록 반드시 이루어진다. 다만 상징과 굴절로 나타나는 꿈의 표상들을 잘 읽어내야 한다.

또한 당장의 사고를 알리는 경보성 꿈도 있으므로 꿈 때문에 갑자기 깨어난 경우엔 꼭 주변을 살펴봐야 한다. 꿈속에서 고막을 찢는듯한 종소리 때문에 깨어났다가 연탄가스에 중독돼 죽어가던 사람을 살린 사례가 그 대표적인 예다.

또 똑같은 꿈이라도 꿈을 꾼 사람이 현실적으로 처한 상황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 있으며 환자의 경우엔 아픈 부위에 따라 꿈의 내용도 특징적으로 달라진다.

예를 들면 폐결핵 환자는 주로 질식,압박,도망의 꿈을, 소화기 계통 질환자는 음식을 먹거나 토하는 꿈을 자주 꾼다.

엄밀히 말해 세상엔 쓸데없는 '개꿈'이란 없다. 낮잠을 자다 꾼 꿈이든, 전철안에서 깜빡 졸다가 꾼 꿈이든 모든 꿈이 유효하다. 실현되는 시효도 제각각이다. 짧게는 잠에서 깬 즉시 실현되는 수도 있지만 길게는 몇십년 뒤에 나타나기도 한다. 중대한 일일수록 예고기간이 길다.

자녀의 죽음이 예고될땐 짧게는 1달, 보통은 6개월전쯤 꿈으로 상징되어 나타난다는 것이 그의 통계상 분석결과다. 가장 뛰어난 해몽가도 바로 꿈을 꾼 본인이다. 길몽인지 흉몽인지 이미 자기자신이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꿈 자체가 그러하듯 해몽 역시 인간 누구에게나 잠재된 능력의 일부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홍씨의 삶부터가 꿈의 신비로 촘촘히 얽혀있었다. 사실상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체험들이긴 하다. 어려서부터 꿈으로 사고를 감지하던 어머니가 있었다.

'간밤에 꿈자리가 좋지 않다'며 당부하는 날은 어김없이 동생이 화상을 입거나 아버지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팔 골절상을 당해 돌아오곤 했다. 어머니는 평범한 한국의 여인네였다.

"제 자신에게도 미래예지적인 꿈들이 많았는데, 첫 책을 낼 무렵엔 제가 총에 맞아 죽는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자신이 죽는 것은 새로운 탄생, 부활을 의미하는 길몽입니다.

말하자면 환골탈태와 같이 그전의 자기와는 전연 다른 새 인생이 전개된다는 예고입니다. 복권에 당첨된 어느 아주머니도 자기가 죽는 꿈을 꿨다고 하죠. 아무튼 저도 그 뒤 '파자이야기'란 책을 냈는데 그것이 주목을 받으면서 신문, 잡지 등에서 거의 50회 가까이 인터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저 평범한 교사에 불과한 제가 갑자기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됐으니 실제로 다시 태어난거나 마찬가지지요. "

자신의 집을 산 것도 기이한 꿈때문이었다. 원래 형편이 닿지않아 그저 시세나 알아보자고 집구경을 다니던 무렵, 현실적으론 있어선 안될 일이지만 어떤 유부녀와 성관계를 맺는 꿈을 꿨다.

꿈속의 성관계는 부동산 매매나 계약등이 성사됨을 상징하는 표상이다. 꿈속의 여성은 자기 남편이 육군 중령이라고 했다.

그 후 어느날 여늬때처럼 집을 둘러보러 다니던 중 바로 꿈속에서 보았던 집을 소개받는 일이 일어났다. 어딘가 낯익은 구조다 싶어 이상하던 차에 거실로 들어서는 순간 더 놀랐다. 군에서 쓰는 예도(銳刀)가 걸려있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집주인 여성의 남편이 순직한 육군 소령이라고 했다. 꿈과의 일치에 소름이 오싹할 정도였다.

스포츠 신문연재를 그만두기 얼마전에도 강제로 이를 뽑히는 꿈을 꾸었다. 이가 빠지는 꿈은 가장 흔하고도 대표적인 흉몽. 한달 뒤 신문사로부터 '연재를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번은 달리던 자동차가 갑자기 멈춰서는 꿈을 꾼 뒤 1주일후 계획에도 없던 출장을 가게 됐다가 결국 자동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야광표지판과 바위를 차례로 들이박고 인명사고만 간신히 면했다.

부서진 차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상황들이 꼬여 결국 1주일이나 자동차를 세워놔야 했다. 꿈의 예시 그대로였다. 이외에도 꿈을 꾸고 대학원 입시합격을 미리 확신한 일 등 꿈에서 곧잘 앞일을 알게되곤 했다.


무료 꿈해몽사이트 운영이 ‘꿈’

그는 현재 국내의 전 PC통신, 인터넷상으로 꿈해몽 사이트(www.hsldream.co.kr)를 운영하고 있다. 여러가지 상황 때문에 현재는 유료로 운영하고 있지만, 언젠가 안정이 되면 무료 바이러스 백신으로 봉사하는 안철수씨처럼 무료서비스를 하는 것이 홍씨의 '꿈'이다.

밖에선 왕성한 꿈연구가이지만, 학교안에선 동료교사 앞이든 학생들 앞이든 해몽에 관해선 입 한번 떼지 않는다.

딱 한번 다른 교사의 유고로 대신 들어간 보강수업때 꿈 강의를 했다가 학부모들로부터 '시험에 나올 공부는 안시키고 딴 얘기만 했다'고 항의를 들은 뒤, 자존심이 상해 그길로 정한 철칙이다.

아직도 해몽을 점술쯤으로 아는 사회분위기가 그는 못내 아쉽다. 그가 생각하는 해몽은 통계와 유추로 이루어진, 어엿한 정신과학분야의 일종이다.

석사에 이어 단국대 한문학 박사과정까지 밟은 것도 한편으론 학자로서의 접근노력을 인정받고 싶은 바램 때문이다. 자신을 점쟁이로 보거나 말거나, 그 오해에 신경쓸 겨를도 없다. 매일매일 쌓이는 꿈, 자타를 막론하고 평생을 지켜보며 풀어갈 꿈의 퍼즐이 태산이다.

"안 믿는 사람은 절대 안믿겠지만, 꿈을 믿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그것을 확신합니다. 남의 얘기를 들을 것도 없이 직접 한번 일지를 적어보세요. 생각이 안 나는 건 그만큼 사소한 일이므로 억지로 적을 필요가 없고, 아주 또렷한 것들만 기록해 나중에 결과를 지켜보다보면 꿈이 어떤 상징을 갖고 있는지 서서히 감이 잡힐겁니다.

저는 사주팔자도 안 믿는 사람이지만 꿈은 믿습니다. 사주팔자는 2시간 단위의 생시안에도 수많은 사람이 있을텐데 어떻게 그들이 모두 같은 운명이겠습니까? 하지만 꿈은 오로지 그 자신만을 위해 만들어진 상징입니다.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최대의 선물입니다. "

입력시간 2001/08/16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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