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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들여다보기] 미국의 입김

[미국 들여다보기] 미국의 입김

미 제국주의? 美 帝國主義, 혹은 줄여서 미제 (美帝)라는 말, 여러 상념이 오가게 하는 말이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소위 386세대라는 사람들에게는 특히나 귀에 익은 말일 것이다.

대학 문턱을 들어서면서부터 선배들을 따라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면 약방에 감초 격으로 꼭 한번씩 나오는 말, 그러나 밝은 대낮 교정에서는 함부로 꺼낼 수 없었던 단어 중의 하나였다.

그러다가 군사 교육실습 을 한다고 전방 부대의 철책선에서 보초를 서면서 들은 북쪽의 선전 방송에서 1분이 멀다하고 반복되며 미 제국주의를 비난하는 말이 나오는 것을 알고는 왜 미제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었는지를 어렴풋이 짐작하곤 했었다.

그후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잠재의식 밑으로 사라졌던그 말이 대학을 마치고 얼마 안된 어느 해 가을인가, 시청 앞을 지나다가 큰길가에 진치고 있는 전경들에게 불심검문을 당하면서 소위 닭장차에 들어가보니 또 들려오기 시작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후배님들이 미 제국주의를 몰아내야 한다며 당시 을지로 입구에 있던 미 문화원을 점거했던것이다.

그때부터 구 소련이 붕괴될 때까지 연일 반미로 채색된 시위가 계속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시간은 거침없이 흘러 그 당시 반미를 주도했던 상당수 학생들이 이제는 어엿한 정치인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구 공산권이 무너져 내리면서 우리 나라에서는 매력을 잃어버린 미제국주의라는 말이 최근에 들어와 미국 내에서 논의되고 있다.

물론 미국인들에게 제국주의자라고 하면 그것은 여전히 모욕이다. 그러나 지구상의 유일한 초강대국(superpower)인 미국은 싫으나 좋으나, 옳건 그르건 간에 제국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에는 모두가 이론을 제기하지 않는 것같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지는 미국의 대외정책의 방향을 정하는데 있어서 과연 세계 속의 미국의 역할이 무엇이냐에 대한 논의가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1면 기사로 보도한 적이 있다. 냉전이 끝난 후 지난 10년간 미국은 전세계적으로 자신의 군사력을 확대시켜 왔다.

1990년대 초 걸프전을 계기로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2만명 가량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이라크가 비행금지 구역을 준수하도록 무력으로 강제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에 들어와서는 인도적인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보스니아에 파병하였고, 하이티의 정권을 바꾸었으며, 코소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유고슬라비아를 폭격하기도 하였다.

코소보 사태 해결을 위해 러시아가 뜻밖에 신속히 참여하자, 미국은 불쾌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다. 미국을 상대로 한 테러의 배후인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한 상인의 거점을 없애버린다고 하여 수단과 아프가니스탄에 다가는미사일공격도 하였다.

이러한 클린턴 행정부의 대외 군사정책을 비난하며 들어왔던 부시 행정부도 결국은 마케도니아의 발칸 분쟁에 깊이 개입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의 발호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제아무리 부인하고 미화한다고 하여도, 미국이 유럽, 아프리카, 중동 및 아시아에 있어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최근 진행되는 럼스펠드 장관의 국방전략 개편도 이러한 기조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냉전 시대의 전면전을 위한 군사력이 아닌 19세기말 대영 제국의 군대처럼 세계 각지의 치안을 유지하는 역할을 위한 조직개편을 하자는 것이다.

클린턴 안보 보좌관이었던 샌디 버거는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제국주의가 아닌 방법으로 세계에서 유일한 초강대국이 되었다고했다. 유일한 초강대국이라 부르던 제국이라 부르던 이러한 미국의 역할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가 우리의 과제일 것이다.

문외한의 소견일지는 몰라도, 고려해야할 요소가 하나로 줄어든 한국 외교가 오히려더 진가를 발휘 해야될 때가 온 것일지 모른다.

바로 1년 전에는 그렇게 고무되었던 민족 화해의 열풍이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에 금방 찬 서리를맞게 된 것을 보면, 증권 시장만이 나스닥과 연결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지 않는가 한다.

박해찬 미 HOWREY SIMONARNOLD & WIHTE 변호사 parkh@howrey.com

입력시간 2001/08/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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