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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허리띠 잡힌 구조조정

[경제전망대] 허리띠 잡힌 구조조정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의 촉감이 달라졌다. 낮은 여전히 끈적한 여름의 영향권에 들어있지만 계절의 중심은 서서히 가을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결실의 계절인 가을에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각종 구조조정문제가 매듭지어지길 바라는 심정이 혼자만의 생각일까.

이번주는 굵직한 경제현안의 처리방향이 가닥을 잡는 한 주가 될 듯 하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인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하이닉스 반도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가운데 채권은행들은 이번 주에 은행장회의를 열어 하이닉스 지원 방안을 본격 논의한다.

채권은행들은 시가 유상증자 방식으로 3조 원대의 출자전환을 단행, 하이닉스의 유동성을 해결한다는 ‘작전’을 세웠다.

일반적인 방식의 출자전환을 할 경우 주총에서 해외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 특별결의 방식을 취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결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에 대비, 시가 유상증자 방식을 택한 것.

우선 1조원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기존 주주들을 상대로 2조~2조5,000억원 가량의 시가 유상증자에 나선 뒤 실권주가 생길 경우 채권은행이 이를 나눠 인수한다는 것이다.

총 증자금액은 최소 3조원, 최대 3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시가 유상증자에 나선다 하더라도 주식 물량 부담은 그대로 안게 되는 만큼추후에 주식병합을 통한 감자에 나서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하이닉스유동성 해결작전에 안팎서 반발

그러나 이처럼 유상증자와 출자전환, 채무만기 연장으로 하이닉스 반도체를 확실하게 살려내려던 정부와 채권단의 방침은 안팎에서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체이스맨해튼 홍콩상하이뱅크 소시에떼제네랄등 외국계 9개 채권은행들이 내년 중 만기가 돌아오는 하이닉스반도체 채권 4,600만달러에 대해 중도상환을 요구하고 나선 것. 이들은 하이닉스반도체가 빚을 갚지 않을 경우 디폴트(defaultㆍ채무불이행)을 선언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물론 정부와 채권단에 대한 압박용으로 풀이되지만 만에 하나 이들이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하이닉스 반도체 처리는 더욱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아메리칸인터내셔널 그룹(AIG)컨소시엄과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현대투신 매각 협상도 관심거리다.

MOU 체결로 구조조정 작업 중 난제 하나가 해결되는듯 했으나 인수조건과 관련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AIG컨소시엄측은 지난 주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에서 “현대증권 신주발행 가격이8,940원으로 결정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본 협상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정부는 AIG의 불만 표시에 대해 공식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AIG측이 공식적으로 정부측에 문제 제기를 한 것이 아닌데다 가격문제는 협상과정에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AIG측이 협상의 핵심부분인 가격문제에 불만을 표시한 만큼 본계약 체결까지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

MOU상으로 본계약 체결까지 남은 시한은 두달 남짓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본 계약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정부의 구조조정 작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뿐 아니라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될 우려도 크다.

재정경제부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투신권들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서온 서울보증보험 처리문제도 이번 주에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서울보증보험이 1998년 부실기업의회사채에 대해 보증을 섰다가 물어줘야 할 7조3,000억원을 놓고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주에는 투신권의 서울보증보험의 가압류 신청방침에 맞서 재경부가 서울보증보험의 청산 가능성까지 흘리는 등 초강수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여론의 악화를 느낀 양측은 이번 주 중 테이블에 앉아 타협안을 도출해 낼 가능성이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꾼 돈을 다 갚고 환란에서 ‘졸업’했다고는 하지만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국가 위험도’를 완전히 해소하기까지는 갈 길이 아직도 멀기만 하다.

때 맞춰 27일 SP 국가신용등급팀이 방한, 30일까지 국가 신용등급 평가를 위한 연례협의회를 갖는다. 이들은 한국의거시경제 상황과 금융동향, 구조조정 현황 등 경제전반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가신용등급 상향가능성에 가장민감한 반응을 보여 온 우량 은행주, 지수 관련주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출ㆍ경기 3분기에도 빨간불 예상

한편 경기회복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으로 미국증시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조치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28일 나오는 8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경기회복 추세를 가늠해볼수 있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

지난 달 116.5를 기록했던 소비자 신뢰지수는 상승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경기침체는 3분기에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출은 점점 악화해 8월 경상수지는 1년4개월만에 적자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 된다.

이창민 경제부차장 cmlee@hk.co.kr

입력시간 2001/08/2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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