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 (72)] 달이 생겨나기까지

날 맑은 밤마다 오랜 추억으로 온통 하늘을 물들이고, 생각 깊은 사람과 시름 깊은 사람의 마음을 말없이 보듬어 주는 오랜 인간의 친구. 그리고 하루의 길이를 24시간으로 만드는 주인공.

그만큼 달은 우리와 가까운 존재다. 그래서 이미 40여년 전에 달까지 가보지 않았던가? 하지만 달에는 토끼도 없었고 낭만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요즘의 화성탐사 열기에 가려진 탓인지 달에 대한 관심이 여러모로 소원해져 있다.

그런 와중에도 달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는 이들이 있어 왠지 반갑기만 하다. 아직도 남아 있는 달에 대한 궁금증이라면, "달은 어떻게 생겨났을까?"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45억 년 전에 달이 생성되기 위해서는 화성보다도 훨씬 더 큰 질량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야 했을 것이라는 이론이 가장 신임을 얻어 왔다. 그런데 최근 이 이론을 반박하는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콜로라도의 사우스웨스트연구소 로빈 케눕은, 달의 생성을 위해서는 충돌하는 소행성의 크기가 화성보다 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즉 화성정도의 질량(지구의 절반)만 가진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도 이 충돌로 생성된 부스러기에서 달이 형성된다는 시뮬레이션 증거를 제시한 것이다. 케눕의 주장처럼 "작은 소행성 충돌이론"이 처음 제기된 것은 1970년대 중반이었다.

하지만 달이 생성되기 위해서는 훨씬 더 큰 소행성에 의한 엄청나게 큰 충격이 필요하다는 물리학적인 계산이 나왔기 때문에 대부분 이 이론을 수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컴퓨터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소행성 충돌과 연이은 폭발현상을 컴퓨터에서 3차원 영상으로 시뮬레이션하는 가상실험으로 그 가능성을 어느 정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케눕박사는 첨단 시뮬레이션 실험을 통해 지구에 화성크기의 물체가 균형을 잃을 정도로 심하게 부딪힌다면 충분히 지구와 달을 현재의 위치로 만들 수 있다고 발표했다. 케눕박사는 네이처지에서 달의 생성을 위해서는 좀 더 작은 소행성에 의한 2차적인 충돌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이후 달이 완성되기까지는 100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처음 소행성이 부딪힐 때는 40도 정도의 각도로 충돌해서 지구가 회전하기 시작했고, 초기에는 지구가 아주 빠르게 회전했기 때문에 한바퀴 도는데 5시간(당시 하루의 길이)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회전속도는 점차 느려져서 지금은 24시간이 된 것이다.

지구와 달의 거리도 초기에는 훨씬 가까웠으며 매년 몇 인치씩 멀어져서 지금의 위치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의 조건에 대한 반박도 없지 않아 아직 달의 생성비밀에 대한 정확한 결론은 이르다.

"화성크기의 소행성 충돌 이론"을 처음 주창했던 하버드대학의 알 카메론 박사는, 케눕의 시뮬레이션 실험은 달의 완전한 생성이라기 보다는 최초의 충돌만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으며, 달 생성의 이유가 되었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당시에는 지구가 완전한 형태를 갖춘 것이 아니라 겨우 3분의 2정도의 형태만 완료된 상태였다는 것을 간과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직 달의 생성에 대한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더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함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번 케눕의 연구결과는 소행성 충돌에 의한 달의 생성이론을 보다 구체화 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또한 지구에 사는 인간으로서 지구의 친구인 달에 대한 탄생의 신비를 밝힌다는 점도 의미 깊은 일이다. 물론 생성의 비밀을 넘어 달과 지구의 마지막 운명까지 예측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말이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 연구소장 www.kisco.re.kr

입력시간 2001/08/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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