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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의 영화세상] 누가 ‘제한상영관’을 원하는가?

[이대현의 영화세상] 누가 ‘제한상영관’을 원하는가?

또 다시 ‘제한상영관’. 헌법재판소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보류’를 위헌으로 판결하면서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등급외전용관’이란 이름으로 두 번이나 시도하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반대로 보류된 ‘아주 이상하고 특별한 극장’이다.

이론상으로는 이제 어떤 영화도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다.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지금의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등급분류를 맡는 것에 대한 정당성 문제는 별개로 하더라도 모든 영화는 등급을 받을 수 있다.

◁ '등급보류'를 위헌으로 이끌고, 제한상영관 문제를 다시 불러일으킨 영화 '둘 한 섹스'.


영화진흥법이 고쳐지지 않은 한 그것이 설령 포르노물이라 하더라도 당장은 최고 엄격한 ‘18세 관람가’ 로 ‘일반극장’에 상영할 수 있다. 규제는 다른 법(형법이나 국가보안법, 청소년보호법)으로, 그것도 개봉된 후에 하는 방법 뿐이다.

‘제한상영관’은 아무 영화나‘18세 관람가’와 ‘일반극장 상영’이라 는 폐단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한다.

지금의 ‘18세 관람가’ 영화보다 더 야하고, 폭력적이서 일반극장에서 상영하기 힘든 성인물은 ‘제한상영’이란 등급을 내주고, 그것을 정해진 장소에서만 상영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런 영화는 광고를 금지하고 비디오 제작, 판매, 대여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법안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포르노 상영관’쯤 된다.

표면상으로 이에 찬성하는 쪽은 정부와 여당, 그리고 ‘개혁’을 자처하는 영화인들과 시민단체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것은 예술 표현과 공연의 자유이다. 당당한 명분이다.

반면 반대하는 쪽은 야당과 자의든 타의든 ‘보수’로 분류된 영화인들, 그리고 청소년ㆍ종교단체들이다. 그들의 주장 중 ‘청소년 오염’이니, ‘사회혼란’이니, ‘도덕적 타락’이니 하는 것은지나친 기우라고 치고 개념치 말자.

공공의 장소냐 아니냐의 논란은 있겠지만, 마음만 먹으면 이미 인터넷으로 영화보다 더 노골적인 영상물을 볼 수 있으니까.

또 지난해 ‘거짓말’ 상영에서 보듯 우리사회가 포르노성 영화 한편에 흔들릴만큼 문화적 성숙도가 낮지도 않다. “음란물 상영을 법이 보장해 주는 나라가 없는데 우리만 왜?” 라는 주장도 ‘특수한 나라 사정’으로 이해해 주자.

그렇더라도 ‘제한 상영관’의 문제는 많다. 우선 그 자체가 또 다른 불평등으로 위헌일 수 있다. 왜 제한등급의 영화만 손해를 보며 상영해야 하나.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영화를 왜 굳이 장소를 제한해야 하나.

그렇다고 21세나 25세로 제한한다면, 그 근거는 뭔가. 일반극장은 왜 상영작품을 제한 받아야 하나. 사실상 사후제재 밖에 방법이 없으니 개봉되는 영화를 하나도 빠짐없이 모니터 할 만큼 경찰이나 검찰이 한가한가.

사후약방문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까. 때문에 극장도, 검찰이나 경찰도 ‘제한상영관’을 원하지 않을수 있다. 상업적 손해가 눈에 보이니 일부러 제한등급에 해당하는 영화를 만들 제작자는 없다.

오히려 그들은 지금의‘18세 관람가’ 영화들이 ‘제한등급’으로 갈 것을 염려한다. 지금까지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문제가 될만한 장면은 자진삭제를 유도해 ‘18세 괌람가’로 일반극장에서 개봉할 수 있게 했지만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제한상영관’이 있으니까.

어쩌면 영화제작자나 수입업자들은 오히려 제한등급을 받을까 두려워 자기검열을 강화할지도 모른다.

결국은 ‘제한상영관’은 외국 저질 포르노를 들여와 ‘한탕’하려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 이상적인 제도라고 결과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몇가지 세부적인 문제만 손질하면 우리의 영화심의도 어느 선진국 못지않게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이런 시각까지 ‘보수’라고 몰아부칠텐가.

입력시간 2001/09/1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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