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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와 길흉화복] 명당은 임자가 따로 있다

[풍수와 길흉화복] 명당은 임자가 따로 있다

‘명당은 임자가 따로 있다’는 말이 있다.

풍수지리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지관도 없이 우연히 잡은 자리가 소문난 명당인 경우가 있듯이 명풍수라해도 아무에게나 명당을 가지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명당으로 갈 사람이 명풍수를 만나면 그 명당자리가 보다 수준 높은 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명당이나 흉지는 당사자의 탓이고 엉터리 풍수와 인연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될 것 같다.

◁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리.

선과 덕을 쌓음이 없이 악행만 일삼은 자에게 명당이 돌아갈리 없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덕을 쌓은 집에 필히 경사가 있다)이라는 말을 잊지말아야 한다.

그런데도덕을 쌓거나 선행은 하지 않으면서 조상의 음덕이나 입겠다는 이기적인 발상으로 후장, 암장 등과 같은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조상에 대한 효나예는 무시한채 남의 집곁이나 남의 땅에 함부로 모셔서야 발복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명당은 임자가 따로 있다는 일화들을 보자.

세종 때 판서, 문종 때 좌찬성, 단종때 좌의정을 지낸 한확(韓確)과 그의 부인의 묘는 각각 다른 곳에 위치해 있다. 한확의 묘는 팔당댐에서 양수리 방향으로 가다보면 나오는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있고 부인의 묘는 파주군 은현면 용암리에 있다.

부부의 묘가 이처럼 멀리 떨어져 있게 된 연유에 대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한확의 부인 홍씨는 평소 국사로 바쁜 남편이 너무 무심하게 대한데 불만이 많아 자신이 죽으면 남편과 합장을 하지말라고 유언했다.

그러나 자손들은 유언을 무시하고 합장을 하기로 했다. 발인제를 마치고 상여가 남편이 묻혀 있는 능내리로 가려고 하자 상여꾼들의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를 본 여복이 마님의 유언을 얘기했다. 이 말을 들은 축관이 ‘합장이 싫어서 그런다면 어디에다 묻어달라는 것인지 알려달라’고 축문을 읽었다.

이때 회오리 바람이 상여주위에서 일더니 명정 하나가 하늘로 날아갔다. 명정은 사람들이 가까이 가면 날아가고 멈추면 멈추기를 반복하다 한 곳에 이르러 움직이지 않았다.

지관이 산세와 지리를 보고는 이곳이 남편이 묻힌 곳보다 더 큰 명당으로 후손들이 부귀영화를 누리는 신위지지(神位之地)라고 했다. 산역꾼들이 땅을 파자 집에서 꿈쩍도하지 않던 상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문난 효자였던 한확의 묘도 명당으로 유명하다. 원래는 세조가 자기가 묻힐 능침지로 정해 놓았는데 뒤에 지금의 광릉으로 바꾸는 바람에 한확이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또 다른 일화를 보자. 명풍수 남사고(南師古)의 구천십장(九遷十葬)에 얽힌 이야기다. 남사고는 부친이 돌아가자 명당을 찾아 나섰다. 한 곳을 찾아 모셨으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시 좋은 자리를 찾아 이장을 했으나 역시 마음에 들지않았다. 이렇게 이장을 아홉번이나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이에 확실하게 명당을 찾겠다고 작정하고 죽령에 올랐던 남사고의 눈에 자욱한 안개속으로 하얗게 강물이 흐르는 것이 보였는데 아홉마리 용이 여의주 하나를 두고 다투는 구룡쟁주형(九龍爭珠形)의 명당이었다.

그곳에 부친의 유골을 모시고 흐뭇한 마음으로 내려오는데 한 사람이 ‘천하 명풍 남사고야 메밀밭을 물로 보느냐’는 노래를 부르며 지나갔다. 놀라서 묏자리를 다시 보니 안개가 걷히면서 하얀 메밀밭이 나타나고 강물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남사고는 명당에는 주인이 있다고 탄식하며 명당 찾기를 포기하고 무해지지(無害之地)를 택해 이장했다고 한다.

이와는 다른 이야기도 있다. 이장을 거듭하던 남사고가 드디어 비룡상천형(飛龍上天形)의 명당을 찾았다. 이장을 끝내는데 한 일꾼이 ‘구천십장 남사고야, 비룡상천만으로 여기지 마라. 고사괘수(枯蛇掛樹)가 아니던가’하고 비꼬는 노래를 불렀다.

비룡상천의 명당이 아니라 비쩍 마른 뱀이 나무에 걸려 있는 형상이라는 내용이니 남사고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산세를 보니 명당이 아니라 지기가 다한 죽은 땅이었다. 이에 명당은 포기하고 자손들에게 해는 끼치지않는 곳에 유골을 묻었다는 이야기다. 위의 명당에 얽힌 일화가 무엇을 얘기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봄직 하다.

입력시간 2001/09/1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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