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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대의 한의학 산책] 가을의 양생(養生)

[신현대의 한의학 산책] 가을의 양생(養生)

그리스 신화에서, 올림푸스의 12신 가운데 대지의 여신인 데메테르에게 코레라는 딸이 있었습니다.

혹은 페르세포네라고도 하는 어여쁜 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딸을 지하세계의 왕인 하데스 일명, 플루톤은 그녀의 모습에 반하여 납치하여 지하세계로 데려가 버렸습니다. 데메테르는 딸아이를 되찾으려 했고, 하데스는 영원히 자기 곁에 두려고 했습니다.

제우스가 코레를 불러올리려고 하였지만, 하데스는 코레를 꼬드겨 석류의 속살을 먹여 버렸기에 불가능하게 되었고, 제우스는 하데스에게 일년중 일정기간만 코레를 데리고 있고 나머지 기간은 그녀의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게 하자는 제안을 하데스에게 하였습니다.

하데스는 승낙하였고, 코레는 한 겨울을 하데스와 함께 난 뒤 돌아온 봄에 어머니의 품에 안겨 부활의 기쁨을 노래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신화에서 코레는 대지의 품속에 뿌려지는 씨앗의 신격화인 것이고, 대지는 은밀한 힘으로 싹을 내어 햇볕과 비의 덕으로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가을이면 오곡백과는 씨앗을 남기고 말라 죽었다가, 기나긴 겨울의 고요함을 지나서, 봄이면 어김없이 피어나 인간의 양식이 되고 있습니다.

서양의 신화 속에서도 자연의 법칙을 신들의 관계 속에서 은유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연은 사계절을 거치면서 끊임없는 순환을 하고 있습니다. 봄에는 만물이 싹을 틔우고, 여름이면 번창하고 가을이면 거두어 들여 결실을 맺으며 겨울이면 안으로 들어 저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사시(四時)의 변화를 만들고, 만물이 거기에 따라 순응하여 나가니, 이를 도(道)라 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은 이러한 자연의 법칙을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으로 해석하고 천지 사이의 만물을 그 기운의 편성편쇠(偏盛偏衰)에 따라 음양과 오행, 즉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를 이용하여 인체를 관찰하고 생리과정을 해석하고, 병리를 판단하여 음양의 승강을 균형있게 하고, 수승화강(水升火降)이 잘 이루어지도록 치료법을 결정하여 약물(藥物)과 침을 이용하여 치료하는 것이 바로 한의학의 기본 개념입니다. 이러한 개념은 천지자연의 기운의 흐름에 순응하는 것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주 '순리(順理)대로 일을 풀어야 한다'고 합니다. 누구나 알고, 누구나 사용하는 말입니다. 여기에서의 순리란 이치(理致)나 도리(道理)의 흐름에 역(逆)하지 않고 따르는 것을 '순리'라고 하는데, 이치나 도리는 자연의 법칙을 이야기 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 사회의 도덕관이나, 사회관에 기준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연의 이치와 사회관에 부합되게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도 질병예방의 양생(養生)과 질병의 치료의 치법(治法)을 자연의 이치에 따라 음양과 오행으로 해석하고 순리함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봄과 여름이면 자연에는 양기(陽氣)가 시생하고 번성하므로 사람도 양기를 길러야 하고, 가을이면 음기(陰氣)가 자라고 겨울이면 음기가 성하게 되므로 사람도 음기를 길러 잘 보존하여야 한다는 것도 여기에 기본한 것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코레는 바로 씨앗이면서, 자연의 만물이기도 하고, 인간이기도 합니다. 데메테르는 이 씨앗의 생명을 싹 틔우고, 번성하게 하는 천지자연의 양적(陽的)인 기운이라면 하데스는 자연의 만물이 결실을 맺게 하고, 생명을 거두어 저장하는 음적(陰的)인 기운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코레가 데메테르와 하데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듯이 자연은 봄, 여름과 가을, 겨울을 거쳐 다시 봄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반복을 하는 것입니다.

이제 데메테르의 계절이 지나가고, 하데스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밤이 되면 서늘한 기운이 들어, 지하 세계의 왕인 하데스의 섬뜩한 차가움 까지 느끼게 되며, 새벽이 되어서도 그 여운이 남아 있습니다.

하늘의 기운은 급하고, 땅의 기운이 맑은 가을, 그렇기에 하늘은 더욱 높아 푸르게 보이며, 물은 투명하게 맑게 되는 가을입니다. 이러한 가을을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즉,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가을의 하늘은 맑고 모든 것이 풍성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하늘이 파랗고, 높게 보이면 우리는 '이제는 가을이구나'라고 합니다. 가을 하늘이 높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왜 높게 보이는가요?

한의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봄과 여름에는 따뜻한 양기가 발휘되어 지지만 이는 가을과 겨울에 저장되었던 음기를 가지고 올라가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에 반해서 가을의 서늘함은 봄과 여름에 발휘되었던 양기(陽氣)를 수렴하여 저장합니다.

즉, 탁기(濁氣)가 내려가는 것이죠. 그래서 탁기가 내려가므로 하늘은 더욱 맑고 푸르게 보입니다. 천지의 기운이 침강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을에 해당하는 호흡기계에 잦은 질환이 나타나게 되니 감기가 대표적인 것입니다.

그리고 천지의 기운도 하강하고, 호흡기계는 정신적으로 우울한 정서를 담당하므로 심리적으로 우울하여 '가을 남자'라고 하는 말도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이에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삶을 희망차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독서와 명상을 통하여 정신을 가다듬고, 기운을 편안하게 하며, 육체적으로 격한 활동을 자제하여 고요히 지내고, 일찍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도록 하여, 자연의 기운을 따라 양생(養生)해야만 합니다.

그러면 환절기 대표적인 질환인 감기도 걸리지 않게 되고, 또한 우울해지고 쓸쓸한 느낌이 들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왠지 고독해지는 가을의 심리적인 상태도 훨씬 좋아 질 것입니다. 어떠한 환희를 맛보게 되는 가을이 될 것입니다.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장 신 현 대

입력시간 2001/09/1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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