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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검찰] 거미줄 로비에 맥없이 걸린 권력

[위기의 검찰] 거미줄 로비에 맥없이 걸린 권력

이용호, 호남주요인사와 인맥구축, 전방위 로비 사실

검찰이 9월 20일 사상 처음으로 설치한 특별감찰본부는 전원이 비호남 출신의 베테랑 검사들로 구성됐다. 거론되고 있는 감찰 대상 검사들 대부분이 호남출신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검찰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다.

특정 지역을 배제한 수사팀 구성은 검찰로서는 치욕이다. 검찰이 법대로 본연의 임무를 다했다면 지역이 고려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용호커넥션을 둘러싼 의혹들은 검찰에게 이를 강요하고 있다.

지금까지 언론에 오르내린 이용호커넥션 연루 의혹자는 정치권과 검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의 호남 인맥 주요 인사들이다.

◁ 막대한 로비자금을 쥐고 권력층 인사들을 주무르던 손으로 얼굴을 가린 이용호씨가 9월23일 특별감찰본부로 소환되고 있다.<김재현/사진부 기자>

이들은 직·간접적으로 이씨와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끼리끼리’ ‘패거리’라는 표현까지 하고 있다. 브레이크가 없다는 것이다.


‘지역’활용, 유력인사 주변 공략

이용호씨는 이들 고위 인사의 친인척을 자회사에 취직시키는 등 그물망식으로 인맥을 형성해 온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씨의 로비는 한마디로 전방위에 문어발식이다. 그는 정ㆍ관계 유력인사에 대한 청탁을 위해 그들에게 직접 금품을 전달하는 고전적인 수법보다는 자신의 계열사 사장 또는 이사직을 미끼로 유력인사들의 주변인물에게 접근하는 신종 우회수법을 썼다.

지역을 최대한 활용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씨는 신승남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씨를 자신의 계열사인 ㈜G&G 구조조정전문회사 사장으로 영입하면서 월급과는 별도로 5,000만원을 건넸다.

그는 신 총장의 먼 인척인 강모씨에게 먼저 접근, 계열사인 스마텔의 이사로 끌어들인 뒤 지난해 서울지검에서 무혐의(입건유예) 처리된 자신의 혐의가 올해 다시 불거질 조짐이 보이자 강씨를 통해 승환씨에게 접근했다.

지난해 5월 이씨가 긴급체포됐다가 하루만에 풀려날 당시 서울지검 수사지휘라인은 임휘윤 지검장(이리 남성고ㆍ현 부산고검장), 임양운 3차장(광주일고ㆍ광주고검 차장), 이덕신 특수2부장(전주고ㆍ현 군산지청장) 이었다.

여기에 이씨는 광주고 출신인 김태정 전 검찰총장을 변호사로 선임했다. 이씨는 또 1999년 12월 금감원이 자신의 주가조작 혐의를 서울지검에 통보하자 당시 금감원 부원장보였던 김영재씨의 동생에게도 접근, 계열사인 인터피온의 전무 자리를 줬다.

지난해 5월에는 자신을 긴급체포했던 임휘윤 서울지검장의 5촌 조카에게 계열사 자리를 제공하는 등 주변인물 포섭을 통해 위기국면을 피하려 했다.

이밖에도 정치권과 국세청 등에 연줄이 있는 인사들에게 계열사의 사외이사 자리를 주는 등 G&G그룹의 요직을 로비의 '교두보'로 활용하려했던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조폭두목출신 통해 정치권과 ‘끈’

이씨는 특히 광주지역의 정ㆍ관계 인사들과 교제해온 전 조직폭력배 두목 출신인 건설업자 여운환씨(구속)를 통한 로비도 해왔다.

호남 출신인 조홍규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폭력조직 두목으로 구속됐던 여씨를 면회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여러 정치인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씨가 여씨를 매개로 정치권을 로비 대상으로 삼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이씨는 지난해 '정현준 게이트'의 경우처럼 유력인사를 자신의 사설펀드에 가입시켜 주가조작을 통한 시세차익을 안겨줌으로써 친분을 쌓은뒤 로비를 벌이는 방법을 병행했다.

이씨의 전방위 로비를 짐작케 하는 것이 동아일보가 입수해 보도한 이씨의 ‘전화손님 리스트’다. G&G 회장 비서실 여직원이 이씨에게 전화가 걸려왔지만 통화는 이뤄지지 않은 전화손님 명단을 간단한 용건과 함께 기록해둔 이 리스트에 따르면 99년4∼6월 김형윤 국정원 경제단장(이하 모두전직), 대검찰청 이모 부장검사, 청와대 오모 국장, 민주당 조홍규 의원이 이씨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씨 계열사 스마텔, 인터피온(전 대우금속)의 사외이사였던 서울시정신문 도승희 회장은 같은 기간 이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와 ‘동교동, 일산 잘 다녀왔음’ 등의 메모를 남겼다.

그는 특히 ‘국세청 안 차장님 참석 여부’(5월4일)‘국세청장→안정남, 오후 발표→꽃’(5월24일)이란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 이용호 커넥션에서 호남인맥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로비자금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여운환씨가 9월24일 새벽 특감본부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최홍수/사진부 기자>


마당발 인맥, 당사자들은 발뺌 급급

이씨와 관련해 이름이 거명되고 있는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이씨가 자신들과의 관계를 부풀리면서 잘 아는 것처럼 행세해 오히려 경고했다”는 등 로비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 단장은 “이씨와 광주상고 동문이라 알고 지낸 적이 있을 뿐 그 이상의 관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장검사는 “전화를 건 기억이 없다. 99년 친구 소개로 이씨를 한 차례 만난 적은 있지만 워낙 소문이 나빠 발을 끊었다”고 해명했다. 도 회장은 “이씨와 99년 당시엔 가까웠지만 나는 배신당했다”고 주장했다.

한동안 이씨의 로비선에서 부상하지 않던 경찰도 드러났다. 지난 5월 증시에 나돌던 '이용호 주가조작설'에 대한 수사에 이씨의 고교 선배인 서울경찰청 허모 과장(총경)이 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허 과장은 이씨 사건 수사를 돕기위해 대검에 파견된 경찰에 무마비조로 5,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허모(42ㆍD투신 부장ㆍ이씨와 고교 동기동창)씨의 사촌형이다.

허 과장은 사촌동생의 부탁을 받고 지난 5월 인터넷상에 이용호 회장과 그 회사에 대한 악성루머가 나돌고 있으니 수사여부를 검토해 보라고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증시에 나돌던 주가조작설은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앞서 야당은 19일 서울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광주에서 근무했거나, 이씨와 동창출신인 일부 경찰 간부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씨의 비호세력 여부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었다.


최고위층 주변으로 의혹 확산

커넥션 의혹은 최고위층 주변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최고위층 인척 이모(59)씨가 이씨에게 보물선 인양사업자 오모씨를 지난해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물선 인양사업은 삼애인더스 주가조작의 재료로 사용된 것으로 이씨는 D은행지점장 시절 알게된 보물선 인양사업자 오씨를 삼애 이씨에게 소개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에게 오씨를 소개한 사람은 서울경찰청 허 과장의 동생으로 대검에 파견된 경찰에게 5,000만원을 주려다 구속된 허모씨이다.

이미 증권가 등에서는 초고위층 인척 이씨가 지난해 5월 이씨가 검찰조사를 받을 당시 구명운동을 펼쳤다는 등의 소문이 나돌았다.

이에 대해 이씨는 “지점장 시절 부하직원으로부터 이씨를 소개만 받았을뿐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았다”며 관련 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권 등에서는 금융통인 이씨가 전환사채 매각 등 주가조작과정이나 기업사냥꾼인 이씨의 사업확장에 상당한 기여를 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보물선 인양을 재료로 삼애인더스 해외전환사채의 주식전환을 통해 25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남긴 이씨가 결정적인 기여자인 이씨에게 신세를 갚지 않았을 리 없다는 것이다. “이씨가 이용호 펀드에가입해 있다거나 거액의 소개비를 받았다”는 소문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1/09/2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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