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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테러 대전] 형제애 버린 파키스탄 '사면초가'

[美 테러 대전] 형제애 버린 파키스탄 '사면초가'

'달러'위해 미국에 협조, 이슬람 강경파 '내전 불사'

“신은 위대하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 “형제(아프간)를 공격하는 미국을 도와서는 안 된다.”

이슬람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악을 제거하기 위한 성전’이라며 십자군 전쟁을 연상시키고 있는데다 공격대상국가를 이라크 등 아프간이외의 이슬람 국가로 확전할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아프간 공격 통로인 파키스탄의 민심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 부시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내린 9월21일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이슬람교도들이 탈레반을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며 반미시위를 벌이고 있다.<최규성/사진부 차장>

파키스탄정부 차원에서는 미국의 아프간 공격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지만 파키스탄 민심은 형제국인 아프간을 동정하고, 이슬람 강경파는 친미 정권과의 내전까지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를 위해 ‘의리’를 저버린 정권으로 몰려 국민들로부터 왕따를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반미ㆍ반정부 시위 격화하는 파키스탄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에 대해 사실상 최후통첩을 밝힌 9월21일. 카라치 페샤와르 등 파키스탄 대도시에 시위대 4만 명이 몰려나왔다.

파키스탄의 40여 개 종교 및 사회단체, 정당들이 미국의 아프간 공격에 반대하고 파키스탄 정부가 미국에 협력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대규모 연대 시위를 벌인 것이다. 대부분 예배를 마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인 시위대는 대형 확성기를 단 트럭을 앞세우고 시내에서 구호를 외쳤다.

아프간과의 국경도시인 페샤와르에서는 1만여 명의 시위대가부시 미국대통령 모습을 한 인형과 성조기를 불태웠다.

미국의 아프간 공격에 반대하기 위해 최근 결성된 아프간수호위원회 주도로 강행되는 이날 연대시위에는 아프간 공격에 반대하는 과격 이슬람단체 소속원들과 시민 학생 등이 참여했으며 상당수 상인들도 철시를 하고 동참했다.

아프간 수호위원회의몰라나 사미울 하크 위원장은 “만일 파키스탄이 아프간 공격에 필요한 기지를 미국에 제공할 경우 모든 파키스탄인들이 이에 맞서 지하드(성전)에 나설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파키스탄은 미국의 아프간 공격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요충지. 미국 입장에서는 파키스탄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그러나 파키스탄은 아프간과같은 이슬람 수니파이고 북부지역의 경우 양국인 사이에 통혼(通婚)이 많아 혈연적으로도 가까운 편이다. 게다가 파키스탄은 핵무기까지 보유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핵무기 보유 명분은 인도 같은 ‘이교도(힌두교)’로부터 이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아프간 공격이 이슬람 대 기독교라는 종교대결구도로 확산될 경우 이슬람 강경파는 핵무기를 ‘성전’에 투입하기 위해 ‘작전’을 전개할 가능성도 높다.


반정부 세력 핵무기 탈취 시나리오 제기

이에 따라 미국의 아프간 공격-파키스탄에서 내전 발생-파키스탄 반정부 세력의 핵무기 탈취-핵 전쟁이라는 최악 시나리오까지 제기되고 있다.

파키스탄은 현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 등에 투하됐던 원자폭탄보다 위력이 휠씬 큰 전술 핵무기 30여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98년 5월 핵 실험을 했던 파키스탄은 전략용 공중투하 핵무기와 미사일 탑재 핵무기의 개발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우려가 일자 파키스탄 당국자들은 “핵무기 비축고는 혹시 있을지도 모를 인도 특공대의 기습에 대비해 철통같이 보호되고 있어 탈취는 불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부의 국내 입지가 급격하게 쪼그라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페르베즈 무라샤프 대통령이 9월19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을 도울 수밖에 없는 파키스탄의 처지를 국민에게 납득시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파키스탄의 최대 영자지 더 뉴스의 아프간 전문기자인 나줌 무시아크는 9월21일 한국일보 특파원과 가진 인터뷰에서 “파키스탄 국민들은 정부의 미국 지원결정이 고육지책임을 인정하면서 내심 분개하고 있다”며 “대다수가 이슬람 교도인 국민들이 자신의 정부가 이슬람 권에 대한 미국의 공격에 가담한다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 정권 미국 요구 거절, 성전 준비

아프간 이슬람종교지도자회의(슈라)가 20일 오사마 빈 라덴의 ‘자진퇴거’를 요구하기로 결정하면서 한때 유화노선으로 선회할듯한 자세를 보였던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은 21일 라덴과 그의 무장조직인 알 카에다 지도자들을 내놓으라는 미국의 최후통첩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끝까지지 하드를 벌일 뜻임을 분명히 했다.

탈레반 정권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파키스탄 주재 압둘 살람 자예프 아프간 대사는 부시 미국 대통령이 라덴과 라덴 추종자를 인도하지 않을 경우 탈레반도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라는 경고에 대해 “미국에 인도하거나 국외로 추방하는 것은 이슬람에 대한 모독”이라며“텔레반은 성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미국이 테러 연루를 입증하는 증거도 없이 빈 라덴을 거론하는 것은 이슬람 세계를 공격하기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슬람 세계의 단결을 호소했다.

탈레반은 한때 “라덴이 미국 테러 대참사와 관련돼 있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면 그를 인도할 수도 있다”는 설을 흘려 미국의 대대적인 보복 압력에 굴복하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당장이라도 공격에 나설듯 기세등등한 미국의 예봉을 둔화시키고 항전을 준비할 시간을 벌기 위한 지연전술의 일환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탈레반은 라덴의 은식처가 있는 것으로 추정돼 미군의 집중 공격이 예상되는 잘랄라바드와 칸다하르, 카불 등 주요 지역 요충지에 대공포와 탱크 등을 배치해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산악지대 거점에 식량과 연료 의약품까지 보급을 마쳐 지상군 투입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는 왜 건드려” 불쾌한 이라크

한편 미국의 또 다른 응징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라크는 서방 세계에 최근 움직임이 거의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사고다 났다하면 미국인들은 우리를 의심한다”며 몹시 불쾌해 하며 기존의 반미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1개 이상의 국가가 테러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라크 공격을 시사했었다.

그러나 라덴은 회교성직자를 누구보다 많이 죽인 정교분리자인 후세인을 누구보다 증오하고 있어 양측의 공모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른 이슬람 국가들의 표정도 결코 밝지 않다. 미국의 테러근절 노력을 지지하고는 있지만 이슬람 형제국가인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무력 보복공격까지 찬성하지 않고 있다.

테러집단이란 반문명에 대한 응징은 찬성하되 이슬람 국가에 대한 전면적인 보복은 반대한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최근 관영 일간지 ‘알 아흐람’을 통해 “테러에 대한 국제적인 응징이 필요하지만 동맹군을 구성해 특정국가를 공격하는 것은 국제테러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자제를 요청했다.

요르단의 압둘라2세 국왕도 군사행동 참여를 유보한다고 밝힌 뒤 “미국이 팔레스타인 사태 등 중동문제를 제대로 처리했다면 이번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중동국가의 미국에 대한 지지는 테러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 여론과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적극적인 외교노력에 따른 제한적 지지인 셈이다. 따라서 사태추이에 따라 강경파의 입지가 강화되면서 중립, 더 나아가 아예 미국으로부터 등을 돌릴 수도 있는 것이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1/09/2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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