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 당한 '여성발전기금'

여성부 첫 국정감사, 매운 신고식

여성부가 출범후 처음으로 받은 국정감사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루었다. 여성부는 독일외의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어려운 정부조직이다.

여성문제는 10여년전만해도 보건복지부 1개국, 89년 정무2장관실, 98년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로그 전담부서가 바뀌어오다 올초 부(部)로 승격했다. 부 승격은 지난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의 선거공약이기도 했다.

여성부 출범에 대해 국민들은 우선 2,300만 여성의 권익향상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했다. 특히 우리의 전통적인 풍토속에 소외된 ‘보통 여성들’의 아픈 곳을 치유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여성정책을 펴야 한다고 충고했었다.

여성부가 어느 한 집단이나 구성원의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노파심이기도 했다.

올 국정감사에서 여성부는 의원들로부터 다양한 지적과 비판을 받았다.

먼저 편중인사가 도마에 올랐다. 자민련 이완구 의원은 “여성부가 여성특위 시절부터 특별임용된 간부직원들 가운데 민주당 및 당과 관련된 시민단체, 청와대 출신 등을 발탁하는 편중인사로 기존 여성계의 불만을 사고 일반 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그 실례로 국장(급) 3명을 들었다. 이 의원은 “여성부 직원 충원이 공정하게 되지 못하거나, 특히 여성부 간부 직원들이 특정 대학 출신으로 편중돼 불만이 높다"고 덧붙였다.


“대부분 특채” “특정대 출신간부” 비판

한나라당 김정숙 의원도 인사 문제를 거들었다. 김 의원은 여성부에서 신규로 임용한 직원현황을 보면 98년 여성특위 발족 이후 96.2%가 특별임용 혹은 특별채용 형식으로 이뤄졌다며 지난 4년간 공채로 들어온 인원이 2명에 불과한 점, 여성부가 출범하면서도 대부분 특채로 직원을 뽑은 점 등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조직의 활력과 업무의 연속성 및 효율성을 위해 공채 임용에 역점을 두어야 하며 유관 부처의 유능한 공무원들이 여성부로 들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여성부 소관인 여성발전기금은 의원들의 요주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여야의원들은 민간단체의 출연이나 기부 등을 통한 기금의 '자생력'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부분을 정부 출연금에만 의존, 사실상 예산이나 다름없는 이 기금을 편성과 집행, 결산 등에서 국회의 철저한 사전ㆍ사후심의를 받는 일반회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기금관리법상 기금은 국회보고 의무만 있을 뿐 정부일반회계 등 예산과는 달리 국회심의를 받지 않는다.


“기금운용방안ㆍ선정기준 모호”

여성발전기금은 96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에 따라 여성인력 개발 등을 위해 97년부터 2001년까지 1,000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매년 150억원을 출연키로 한 정부의 약속이 재정 악화로 지켜지지 못했다. 여성부는 2002년 예산안에 여성발전기금의 조성을 위해 정부출연금 300억원을 요청한 상태다.

민주당 박상희 의원은 여성발전기금 조성액은 작년말 현재 234억5,300만원으로, 이 가운데 정부 출연금이 대부분이며 민간출연금은 4,900만원에 그쳤다며 여성부는 확실한 기금조성방안이 없다면 차제에 기금을 폐지하고 사업예산을 일반회계에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의향은 없는가라고 물었다.

박 의원은 또 여성부는 여성을 주고객으로 하는 사업자의 기부와 민간단체의 기부등을 통해 정부 출연의 부족분을 메우고 기금의 자생력을 높일 계획이라고는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도 여성발전기금 조성은 정부가 매년 50억원을 출연했으며 민간출연금은 5,000만원도 채 안되는 등 전적으로 정부출연금에 의존하고 있다며 다른 조성방안에 대한 노력이 있었는가라고 물었다.

이 의원은 운영방식에서도 기금지원사업의 운용방향이 분명하지 않고 정기준이 모호하며 지금까지의 사업내용을 보더라도 연속성이 없고 단기적 사업 위주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98년 지원사업 가운데 매춘여성, 탈북여성, 여성가구주 및 실직여성 지원사업 등이 있었지만 99년과 2000년의 지원사업 내역을 보면 연속되는 사업이 하나도 없다고 예를 들었다.

같은 당 윤두환 의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 사실상 전액이 정부출연금으로 이뤄진 여성발전기금을 폐지하고 관련 사업예산을 편성과 집행내역에 대해 국회심의를 받는 일반회계 예산으로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절대액수가 국민세금(정부출연금)으로 조성된 돈인 만큼 예산에 비해 심의가 '헐렁한' 기금으로 더이상 두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윤 의원은 또 여성발전기금이 지난 4년간 24억원 정도의 기금이 사용된 실적 자체만으로 본다면 일반회계에서 20-30억원 정도의 사업예산을 계상하더라도 현재 수준에서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발전기금이나 예산운용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라면 추진중인 사업도 비판의 대상이 될 것임은 불문가지.

자민련 이완구 의원은 여성단체지원 사업은 '여성발전 기본법'에 의거해 공정하고 시의적절한 사업에 배분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여성단체연합 관련 사업에 편중돼 있다고 주장하고 이러한 편중지원이 내년의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등을 의식해 친여성향 단체에 집중지원하는 차원이 아닌가라고물었다.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은 여성역사박물관 건립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박 의원은 여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사회적 역할의 제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굳이 3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가며 지으려는 여성역사박물관의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총사업비 327억원 가운데 부지매입비 300억원, 설계비 17억원, 전시품 구입비 10억원으로 돼 있는데 건축비는 어디로 갔으며 노천에다 무엇을 전시하겠다는 것이냐고 꼬집고 기존의 역사박물관과 민속ㆍ공예박물관에 전시된 것들중 여성과 관련된 것만 따로 추리는 정도 외에 어떤 것이 더 나올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박 의원은 역사를 인위적으로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한다는 발상 자체가 넌센스이며 여성 기록물만 따로 빼어 박물관을 짓겠다는 계획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비난했다.

이인기 의원도 남녀평등과 여성발전은 단기적, 가시적인 행사 위주의 사업을 통해서는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성부 “여성정책위해 기금 꼭 필요”

이 같은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여성부는 일반예산에서 여성 관련예산은 극히 빈약한 실정으로, 여성정책의 지속적ㆍ안정적 추진을 위해 여성발전기금의 운영은 꼭 필요하다며 당분간 존치시켜 여성정책의 기반을 다지는 데 필요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여성부는 또 여성발전기금 조성 방안으로 민간단체의 기부, 캠페인,여성을 주고객으로 하는 사업자의 기부, 여성발전기금 관련 금융상품개발, 복권 발행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2001/09/2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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