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경마, 시민들의 한탕주의

흔히 경마를 일컬어 ‘도박과 마약 다음에 하는 마지막 길’이라고 한다. 그 만큼 중독성이 강하다는 얘기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말들의 힘찬 레이스, 열광하는 관중의 함성, 여기에 목돈을 챙길 수 있는 ‘대박’ 유혹까지… 한번쯤이라도 경마장을 찾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런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영국 왕실과 귀족들만 즐겼던 귀족 스포츠가 이제는 대중 스포츠가 된 것이다.

경마가 이처럼 ‘돈 되는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으면서 각종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다. 지방 자치단체들은 재정 수입 확충을 위해 장외 발매소를 경쟁적으로 유치, 시민들의 한탕주의를 조장하고 있다.

현행 지방세법에 따라 총매출액의 10%중 반은 경마장 소재지에, 나머지 반은 장외발매소 소재지에 귀속된다. 마사회 장외 발매소가 있는 대전시의 경우 지난해 발매소가 연간 1,73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앉아서 약 86여억원의 재정 수입을 거두었다.

울산시는 지난해 마사회에 장외 발매소 설치를 신청하면서 이를 시의회와 시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은밀히 추진, 물의를 빚고 있다. 대구시도 최근 장외 발매소 선정 장소를 놓고 공무원들의 사전 유착 의혹이 이는 등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리빙TV가 경마를 실황 중계하면서 경마가 조직 폭력배들의 새로운 자금줄로 부상하고 있다. 조폭이 운영하는 불법 경마 하우스는 마사회 보다 10% 이상 높은 환급률과 상한선이 없는 고액 베팅을 허용하는 수법으로 경마꾼들을 유혹,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검거된 한 조직은 3개월 동안 무려 50억여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내년부터 경마장을 소비성 서비스업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 접대비와 광고선전비 등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했다. 경마를 사행 산업이 아닌 레저 산업으로 간주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작 장외에서 벌어지는 경마는 이런 정부의 의도와는 반대로 가고 있으나 안타깝기 그지 없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11/09 13:57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