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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영, 승부수인가 자충수인가

이부영, 승부수인가 자충수인가

중도·개혁세력 결집 '신당창당' 소문, 독자생존 '저울질'

“중도적 입장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세력, 어느 지역 중심이 아니라 전국에 걸친 중간세력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이 성숙했다고 본다.” “신당 창당의 여건이 이전에 비해 나아졌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망한 것일 뿐이다.”

서로 상반되는 위의 두 언급은 모두 한나라당 이부영 부총재가 한 말이다. 최근 들어 그와 신당설을 둘러 싼 억측이 툭하면 터져 나오지만, 그는 그 때마다 손을 내젓는다. 그러나 정치권의 많은 사람들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담을 떠올리고 있다. 과연 그는 신당을 만들 것인가.


무엇이 그로 하여금 신당을 꿈꾸게 만드나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그가 체질적으로 한나라당과 맞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 그는 끊임없이 한나라당의 우경화를 비판한다. 당이 영남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반대 목소리를 낸다.

반면 그가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것과 정비례해 당내의 보수 성향 의원들은 그의 개혁 성향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대선까지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이라고까지 공공연하게 말할 정도다. 그는 “이 집이 내가 살 집인가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있는 절이 싫으면 새로운 절을 찾아 떠나야 한다. 내년에는 지방선거와 대선이 예정돼 있다. 정당을 꾸리기 위한 기본적인 인재풀을 키우기가 한결 쉬운 여건이다. 또 내년 3월초까지 교섭단체를 만들면 한해 동안 150억원이 넘는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신당 창당의 최대 걸림돌인 돈 문제가 다소나마 해결된다. 정치 일정이 그의 등을 떠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대선은 신당이 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정치 이벤트가 될 수 있다. 그는 “(신당의 후보가)호남에서는 이회창 총재보다, 영남에서는 민주당 후보보다 더 많이 표를 얻으면 대선 이후에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주변에는 끊임없이 ‘거사’를 부추기는 이들이 있다. 정치권 안쪽 보다는 바깥쪽에 많다. 대표적인 것이 그가 산파역을 맡아 지난 5월에 출범시킨 ‘화해와 전진을 위한 포럼’이다.

그는 “정치권의 중간지대에 머물면서 완충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신당 창당을 부인하고 있지만 참여 인사의 면면이나 규모, 창립 취지 등을 감안할 때 이는 신당의 모태가 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무엇이 그를 주저하게 만드는가

그는 최근 한 인터넷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황스럽고 답답한 것은 그렇게 방향을 정하고, 새로운 집(신당)으로 가자고 했을 때 국민들은 소수를 제외하고 (우리를) 머슴으로 써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당의 성패는 국민의 지지가 관건이다.

그가 새로운 집을 짓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국민들이 과연 선뜻 벽돌 한장을 얹어 줄 것인가에 대해 아직까지는 자신감이 모자란다.

그에게는 쓰라린 경험이 있다. 15대 총선때 이른바 ‘꼬마 민주당’의 몰락을 체험했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고자 했던 개혁세력들이 줄줄이 나가 떨어졌다. 당시 그는 물론 그와 같은 길을 걸었던 이들은 “충분히 해 볼 만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그 때의 기억들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흔히 “정치는 세(勢)”라고 말한다. 그가 새로운 당을 만들었을 때 독자 생존을 가능케하는 최소한의 조건이 있다. 교섭단체는 만들지 못하더라도 현역 의원이 열명 안팎은 돼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은 작업이다. “새로운 정치 세력이 필요하다”고 공감은 하지만 막상 기존의 정당에서 뛰쳐나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들에게 신당행은 일종의 모험이다. 대선 패배 이후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릴 수 밖에 없는데 어쩌면 17대 총선은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른다.

정당을 꾸려나가려면 돈이 필요하다. 평상적인 정당 운영 비용만을 감당하기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새로운 당을 만들 때에는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그러나 그에게는 ‘돈을 만드는 재주’가 없다.


과연 그는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그는 한나라당을 뛰쳐 나올 것인가. 대선 전에 신당을 띄울 것인가. 결론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그 자신이 모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있다. 두 가지다.

하나는 그가 적어도 내년 대선이 끝나기 전까지는 신당 창당의 꿈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그러면서도 그는 현실의 두터운 벽을 마주 한 채 끊임없이 고민하고 주저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최성욱 정치부기자 feelchoi@hk.co.kr

입력시간 2001/11/0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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