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노조 출범…대학사회에 파장

계약제·연봉제 중단 등 신분보장 요구

전국교수노동조합이 1년여간 준비작업 끝에 11월 10일 공식출범했다.

교수노조는 교수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대에서 열린 초대 대의원대회에서 출범선언문을 통해 교수노조는 교수들이 대학개혁의 실질적 주체가 될수 있게 하는데 역량을 모을 것이라며 민주적 대학운영 구조의 확립, 대학자치와 학문자유의 구현, 교권과 교수신분 보장, 대학의사회기여 등이 교수노조가 추구하는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교수노조는 이날 ▲계약제ㆍ연봉제 도입 중단▲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 ▲국립대ㆍ전문대 발전방안 결정과정에 교수참여 보장 등을 촉구했다.


1,000여명 가입, 교수 1만인 선언 등 준비

11일 현재까지 노조 가입의사를 표명한 교수는 서울ㆍ제주지부 245명을 비롯, 경기ㆍ인천지부 205명 등 모두 1,004명으로 당초 교수노조 준비위가 목표로 한 1,500명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교수노조는 이르면 이달중으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저지와 교육의 공공성 쟁취를 위한 전국 교수1만인 선언과 전국 교수대회를 갖는 한편 노조 합법화 운동도 벌여나갈 계획이다.

교수노조 설립 추진은 지난해 10월말 민교협이 주축이 된 `추진기획단' 발족으로 본격화했으며, 이후 지난 4월 중순 교수노조준비위가 발족돼 발기인모집 등 노조설립을 위한 본격활동을 벌여왔다.

교수노조의 출범은 교수의 신분을 노동자로 규정, 세력화하기 위한 시도다. 그동안 활동해온 민주화교수협의회나 전국교수회의 등이 임의단체로서 갖는 한계를 극복, 교수의 신분안정 문제와 대학개혁 등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협상권과 교섭권 등을 갖는 노조설립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는 교수계약제 및 연봉제의 내년도 도입과 국립대 장기발전계획 시행을 앞두고 이러한 제도적 변화가 몰고 올 대학사회의 지각변동과 교수의 신분불안정에 대한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교수노조의 앞길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수노조 활동을 금지하는 현행 법규에 따라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합법성 여부를 놓고 교수노조와 교육당국간에 마찰이 불가피하다.

또 교수사회 내부에서도노조 자체에 부정적 인식이 적지않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실제로 지난 9월 `교수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전체의 64%가 합법화를 전제로 가입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교수사회 내부에서 교수노조가 교수의 신분을 노동자로 규정함에 따라 대학의 아카데미즘을 훼손, 교수의 품위를 떨어뜨리는게 아니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헌법에서 엄연히 노동자의 기본권리를 보장하는데다 교수의 정치활동이 허용되는 상황에서 노조설립을 금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교수노조측의 주장이지만 교육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교육부는 최근 교수들의 노조 참여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는 협조공문을 전국 대학에 내려보냈으며 이에 따라 조합원으로 가입한 교수들의 경우 징계조치 등도 감수해야 할 처지다.

교수노조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교수가 노동자냐'라는 논쟁을 해소, 내부 공감대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불법노조라는 꼬리를 이른 시일내에 떼낼 수 있느냐 것이 관건이다. 따라서 전교조의 경험은 교수노조나 정부에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상익 초대위원장 “교수노조는 대세”

한편 교수노조 초대위원장으로 선출된 황상익(49) 서울대 의대 교수는 교수노조가 대학개혁을 위한 실질적 주체로 자리잡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행법이 교수의 노조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는 노조결성의 자유를 하위법인 국가공무원법이나 사립학교법에서 부정하는 것은 어불성설로 이미 조합가입의사를 표명한교수들과 전국의 많은 교수들로부터 지지와 공감대를 얻고 있는 만큼 정당성은 충분히 확보됐으며, 교수노조가 보편화되고 있는 해외의 선진국 사례만 보더라도 교수노조 설립은 거역할 수 없는 대세”라고 주장했다.

황 위원장은 교육부의 강경대응 입장에 대해 “노사정위원회에서 교수노조 합법화 문제에 대해 논의를 진행중이고, 당국도 합법화 과정에서의 진통을 최소화하기를 원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해당대학의 고용자라는 교수의 신분면에서나 연구와 교육이라는 교수의 주된 업무면에서 볼 때 교수는 엄연히 신성한 노동을 하는 노동자”라고 강조한 황 위원장은“초대조합원수가 당초 계획보다 적은 것은 신분상의 막대한 위협이라는 한국 대학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1/11/1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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