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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마음대로 안되네" 초조한 미국

[TIME] "마음대로 안되네" 초조한 미국

아프간 공격 한 달, 탈레반 의외의 버티기로 악전고투

승리의 그 날을 고대하는 여론은 고조되고 있건만 정작 미국 정부와 군인들은 살을에는 듯한 작전에 나서야 상황이다.

지난 주 미국의 B-52 폭격기가 아프가니스탄 북부의 산악지대에 폭탄을 대거투하하면서 탈레반 정권에 맞서고 있는 북부동맹이 반색을 했다. 탈로칸 전선에서 북부동맹군을 지휘하고 있는 마모르 하산은 “우리는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이제 우리 꿈이 실현됐다”고 뛸 듯이 기뻐했다.

그러나 북부동맹은 여전히 수도 카불과 거점도시인 마자르 이 샤리프 등 주요 도시의 외곽에서 추가 진격을 하지 못한 채 주춤(편집자 주 : 마자르는 11월9일 탈레반이 갑자기 철수하면서 북부동맹이 사실상 무혈입성했다.

탈레반의 철수가 퇴각인지 전열재정비인지 불분명한 상태인지만 미국과 북부동맹은 현재 여세를 몰아 카불을 맹공격하고 있다)거리고 있다.

또한 미국의 거대한 폭격기들이 목표물을 놓치고 있다는 실망스러운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반군(북부동맹)들은 미국의 전투태세가 크게 달라졌다며 흥분하고 있다.

반군만 변화를 간절히 바라는 것은 아니다. 전쟁이 한 달로 접어들면서 미국은 여러 가지 형태의 비판에 직면했다. 탈레반을 붕괴시키고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하기에는 폭격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에서 폭격이 너무 과도하다는 비난에 이르기까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수준이다.


미군 '전황 답보·국민 만족' 이중고

그러나 분명하게 일치하는 부분은 있다. 11월17일부터 시작되는 이슬람의 금식기도기간인 라마단과 첫 눈이 내리기 전까지 약간의 승리라도 만들어내야 한다는 주문이다. 라마단과 강설 기간을 이용해 탈레반은 아프간 국민들의 전의를고취시키고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군은 탈레반과의 전쟁과 국민들의 기대치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미국의 머뭇거리기 전략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너무 적은 규모의 파병부대와 북부동맹에 대한 지나친 의존, 탈레반에게 타격을 주지 못하면서 그렇다고 아프간 민간인에 대한 피해도 최소화하지 못하는 이른바 정밀폭격에 대한 회의가 일고 있는 것이다.

이 바람에 반전론도 고개를 들고, 국제 반테러 전선에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아리조나 주의 존 맥케인 상원의원은 “전쟁은 비열한 장사”라고 일갈했다. 유럽에선 시민들의 반전여론이 커지고 있다. 영국에선 전쟁지지도가 불과 2주 사이에 74%에서 62%로 하락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그의 장군들은 지금까지 전략이 크게 바뀐 것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전술적인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 이미 100여명의 특공대원이 북부동맹에 합류했다. 미국 폭격기가 아군 격인 북부동맹에 대해 오폭을 하지 않고 탈레반을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럼스펠드 역시 융단폭격과 특수부대원의 증원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영국은 탈레반의 홍보전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통합정보센터를 만들었다. 오폭주장 등 탈레반의 각종 홍보가 여과 없이 국제사회에 일방적으로 전달돼 자칫 국제여론이 탈레반에 대한 동정론으로 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 결사항전 의지로 카불 방어

그러면 탈레반의 사정은 어떨까. 이 정권은 미국과 한달 동안 싸움을 벌이고서도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놀라고 있는 듯하다. 파키스탄에 주재하고 있는 한 미국 외교관은 “탈레반은 진정으로 자신들이 이길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주 아프간의 칸다하르에 3일간 머물며 탈레반 지휘관들을 인터뷰한 본사(타임) 취재진에 따르면 탈레반의 야전 지휘관들은 ‘미국은 베스트 샷을 날렸지만 우리에게 큰 상처를 입히지는 못했다. 오사마 빈 라덴은 여전히 안전하다’고주장하고 있다.

지역 사령관인 아크타르 무하메드 우스마니는 “미국이 감히 우리와 한판 붙기를 원한다면 기꺼이 응하겠다. 우리는 지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1만명의 탈레반 병사들이 카불을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추정이 맞다면 북부동맹이 진격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추가 폭격이 가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부동맹은 요충지인 마자르 이 샤리프가 더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부동맹에 따르면 탈레반은 마자르가 북부동맹의 수중에 들어갈 경우 우즈베키스탄으로 연결되는 보급로가 뚫리고 주요 도시가 함락됐다는 상징적인 영향을 우려, 이 지역에서 결사항전의 자세로 사수하고 있어 미군의 강력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부동맹 관계자들은 “마자르에 탈레반 최강의 부대가 포진하고 있다”며 “그들은 살아서 마자르를 떠나지 않겠다는 서약까지 한 상태”라고 말했다.


추위·기습공격등 '산 넘어 산'

전투여건도 점점 악화되고 있다. 몇 차례의 특공대 침투작전이 모래폭풍과 진눈깨비, 탈레반의 저항 등으로 취소 또는 연기됐다. 지난 금요일에는 악천후로 최첨단 전천후 헬리콥터인 페이브 로우가 북부 아프간에서 충돌, 승무원 4명이 다쳤다.

럼스펠드 장관 측근은 쏟아지는 비판에도 불구,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럼스펠드는 대통령의 지시로 매일 2시간씩 의원들과 보도진들을 만나고 있다. 비판적인 의원들에게 신뢰감을 심어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지 않도록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 같은 일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나서서 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 의회업무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그는 또 지난 주말부터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아프간 인접국을 돌며 공조체제를 다지고 있다.

럼스펠드와 펜타곤(국방부)의 전략가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비판은 이들이 탈레반의 전력을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해 준비 역시 부실하다는 것이다. 유럽과 파키스탄의 군 관계자들은 탈레반을 전복시키고 새 정부를 수립하려면 지상군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군대 지휘관들은 빈 라덴과 그의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에 대해 비록 치고 빠지기식의 공격을 편다 해도 지금처럼 공습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기 보다는 아프간 내에 일정 지역을 장악해 이를 거점으로 히트 앤 런 공격을 펴는 것이 유리하다며 나름대로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활주로 하나를 장악하는 데 1만5,000명의 병력이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내년 봄까지는 거점을 마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지난 911 테러가 터졌을 때부터 본격전인 지상전을 준비했더라도 짧은 시간 때문에 지금도 지상군을 본격적으로 투입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북부동맹, 파키스탄, 유럽 등 각국이 저마다의 필승전략을 제시하고 있지만 분명한 대목은 어떤 전략이 채택되건 이번 전쟁은 지난 주의 융단폭격 이상으로 무자비할 것이란 점이다. 파키스탄에 주재하고 있는 한 미국인 외교관은 아프간에 투입되는 지상군이 탈레반을 붕괴시키려면 먼저 가공할만한 기습전에서 이겨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지난 주 오폭사고를 해명하면서 “알카에다와 탈레반군은 그들(오폭에 희생된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상전투가 얼마나 잔인하게 전개될지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리=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1/11/14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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