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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의 영화세상] “뱁새야! 황새를 따라가지 마라”

[이대현의 영화세상] “뱁새야! 황새를 따라가지 마라”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 황새는 황새가 가는 길이 있고, 뱁새는 뱁새에 맞는 걸음걸이와 길이 있다.

남이 한다고 덩달아 하면 오히려 화를 입기 마련이다. 죽을 힘을 다해 뱁새가 황새를 따라갔다고 하자. 그곳에 자신의 먹이가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어차피 황새는 자신이 좋아하는 곳으로 간다.

요즘 한국의 예술영화, 아니 정확히 말해 감독이 자기 방식대로 만든 작가주의 영화가 죽는다고 난리다. ‘신라의달밤’ ‘엽기적인 그녀’ 에서 ‘조폭마누라’ ‘킬러들의 수다’ ‘달마야 놀자’까지 상업영화, 비평가들이 혐오스러워 하고, 일부 매스컴들이 한국영화의 퇴조라고 혀를 차는일회용 영화 소비상품에는 지칠 줄 모르고 수백만 관객이 몰려든다.

그에 반해 작품성에서 극찬을 받은 ‘가위’ ‘고양이를 부탁해’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비참할 정도로 썰렁하다.

그래서 ‘고양이를 살려주세요’라고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2000년 ‘박사모’(영화 ‘박하사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처럼 ‘와사모’(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생겨 영화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작가주의 영화는 ‘대박’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제작비를 회수할 정도면 만족한다. 그러나 최근 관객들의 취향이 오락영화 쪽에 편중돼 그나마 그것조차 까마득해지자 이런 위기감이 더욱 커진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한국영화 시장이 커지고 ‘대박’이 잇따라 터지면서 작가주의 영화도 이런 행운을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실망으로 끝나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더 큰지도 모른다.

대만, 이란, 중국 등과 아시아 다른 국가와 달리 한국의 작가주의 영화는 상업자본위에 서 있다. 그래서 늘 ‘흥행에 비중을 두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흥행에 신경을 곤두 세울 수 밖에 없다. 여기에 한국의 작가주의 영화의 비극이 있다.

영화의 성격은 다르면서 흥행을 위해 광고나 배급, 개봉 방식은 상업영화를 따라간다. 상업영화와 똑 같은 방식의 광고, 커진 배급구조에 기댄 대규모 극장 개봉으로 단기간에 관객을 끌어 모으려는 전략을 답습한다.

문제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뱁새는 뱁새일 뿐이다. 제작비가 적고, 오락요소가 적으며, 스타가 없으며, 광고비가 적으며, 극장수가 모자랄 수 밖에 없다. ‘고양이를…’ 제작자 오기민씨는 “광고, 마케팅비로 몇 억원을 써도 표가 안 난다”고했다. 당연하다. 그래 봐야 상업영화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돈이다.

설령 똑같이 많이 쓰더라도 작가주의 영화라는 것이 절대 관객이 적을 수 밖에 없으니 상영관이 많을수록 당연히 객석 점유율도 낮다. 수익이 적은 극장으로서는 당연히 빨리 내릴 수 밖에 없다.

관객이 분산돼 오히려 모든 극장이 일제히 내려 그나마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까지 발길을 돌리게 한다. ‘나비’도, ‘고양이를…’도, ‘와이키키…’도 그랬다. 전국 60개 극장에 개봉했다 빠르게는 3일만에, 늦게는 일주일 만에 두 세 개로 줄어들었다. 관객들은 “벌써 끝났구나”라고 생각해 남아 있는 극장조차 찾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작가주의 영화의 비참한 흥행 현실은 자업자득인 부분도 있다. 혹시 그렇게 해서 ‘대박’ 터지면 꿩 먹고 알 먹고.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또 영화가 아무리 도박이라고 하지만, 작가주의 영화를 그렇게 생각해서야. 궁여지책으로 ‘외이키키…’는 서울의 극장 한곳을 3,000만원 주고 2주동안 빌려 상영을 계속하고 있다.

처음부터 아예 욕심내지 말고 적은 수의 상영관을 잡아 장기 상영하는것이 필요했다. 5억원이란 광고비로 극장을 빌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그런 영화를 본 관객들이 입 소문을 내고 그 소문을 듣고 관객들이 꾸준히 몰려온다면 다음부터는 임대방식이 아니더라도 몇몇 극장들은 이런 영화를 선호할 것이다.

전국에 10개 정도면 충분하다. 외화 ‘타인의 취향’은 서울 씨네큐브 광화문 단 한 개관으로 3개월 동안 4만명을 기록하지 않았는가.

무턱대고 “예술영화 죽네”라고 아우성치지 마라. 한심한 관객 책임이라고? 상업영화의 횡포라고? 또 다른 ‘한탕주의’에 빠진 제작자의 무모한 선택 때문은 아닐까. 그것이 실패하자 마치 고귀한 예술정신이 침해 당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은 아닐까. 뱁새가 소중하다면 욕심을 버리고 뱁새에 맞는, 뱁새가 살아 남을 수있는 길을 가자. 소중한 뱁새의 가랑이를 찢는 일은 하지 말자.

<사진설명> 극장을 빌려 상영을 계속하고 있는‘와이키키 브라더스’.

이대현 문화과학부 차장 leedh@hk.co.kr

입력시간 2001/11/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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