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사기] 취업사기… 실업자는 두번 운다

취업희망자에 큰 상처 남기는 '테러'

‘한 일년 공부한다고 생각하십시오. 지금은 어렵지만 취업의 시기가 아닌 듯 합니다.’ 최근 인터넷상에 개설된 취업 실패 포털 사이트 ‘까-TV’(www.ggaTV.com)에 오른 편지 ‘어느 지방대 졸업생의 고민’에는 암울한 현실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일년간 죽어라고 공부해 기초를 닦은 뒤, 조그마한 회사에 어떻게든 들어 가 2~3년간 야근을 밥먹듯 하면 4년 후에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실력이 생깁니다(도태되지는 않게 공부해야겠죠). 연봉은 옮길 때마다 1.5배에서 2배는 올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이런 것은 작년까지의 상황이었습니다). 현재 경제가 워낙 나쁘니까 그렇지, 4년후에도 이렇게 나쁘진 않을 겁니다.’

애써 담담한 말투로 격려까지 하는 편지에는 그가 분명 겪었을 지방대생의 설움은 일단 뒷전이다. 당장 건너야 할 문턱이 턱없이 높기 때문이다.


미취업자 노린 허위 구인광고 홍수

취업 희망자는 넘쳐나는데 일자리 찾기는 바늘구멍인 상황에서 취업사기 까지 성행 하고 있다. 취업 사기는 ‘원초적 실업’상태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대졸자 등에 대한 테러나 다름없다.

취업 전문 포털사이트 잡 코리아가 운영하는 구인 게시판 사이트 ‘100hot’(www.100hot.co.kr)는 대졸실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설문을 실시중이다. 경력자만 선호하는 기업,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가지 못 하는 대학취업센터 등의 순으로 원인이 돌아가고 있다.

16일 오후 2시 서초 고용 안정 센터 4층 회의실. 관내 직업 소개업체 6곳, 생활정보지 4종 등 관련 종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강남 지방 노동 사무소가 개최한 ‘허위 구인 광고 및 직업소개 부조리 근절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잡 라인, 인크루트, 잡 뉴스 등 취업 관련 인터넷 업체와 생활 정보지 벼룩시장 대표가 빠지지 않았다.

또 이날 같은 시간, 인천 남동구청 중회의실에서는 63개 제조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구인 구직 만남의 장’이 펼쳐졌다. 실제적 취업을 위한 자리여서 초겨울을 무색케 하는 열기가 펼쳐졌다. 남동공단내 업체 대표들이 3시간 동안 현장 면접을 실시, 450명을 채용한 자리였다. 이날 소식을 듣고 몰려든 구직자는 1,000여명.

취업난이라는 액운을 만난 요즘의 사회 초년병에게 사회는 복마전이다. 미취업자의 절박한 처지를 악용, 인터넷 일간지 생활정보지 등에는 오늘도 과장 허위ㆍ구인 광고가 줄을 서 있다.

서울경찰청 수사대는 최근 방문 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피라미드 회사 ‘㈜다줌 엔터프라이즈’ 대표 김모(32)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8월 회사를 설립, “회원으로 가입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1,000여명의 다단계 판매 세일즈 대학생 회원으로부터 15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화장품과 속옷 등 300만원 상당의 물건을 구입하고 다른 회원을 가입시키면 구입 액수의 20%를 수당으로 지급한다”는 꾐에 대학생들이 넘어 간 것. 다이아몬드에서 블루까지 모두 7등급으로 나눠, 이익금을 배당하겠다며 꾄 전형적인 다단계 판매 사기다.

주목되는 것은 피해 대학생들의 말이다. 피라미드 회사인 줄 알았지만 단기간내에 큰돈을 벌 수 있다기에 회원으로 가입했다는 것이다. 부모 동의 없이 학자금을 대출 받은 대학생들이 잇달아 휴학하는 등 문제를 미봉하는 데에만 급급하다 보니, 급기야 문제가 불거진 것.

노동부가 2001년 상반기 중 적발한 허위 구인 광고의 숫자는 모두 3,158건. 그 중 153건은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상태다. 구인자의 신원이 모호한 경우(1,567건), 고용 형태와 근로 조건이 사실과 다른 경우(544건), 구인 가장 물품 판매나 수강생 모집(422건) 등으로 드러났다.


부업 빙자 사기 지난해에 비해 8배 증가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최근 “올들어 부업ㆍ아르바이트 빙자 사기로 인한 소비자 상담 및 피해 구제건수는 428건“이라 밝히고 “전년도 같은 기간의 48건에 비교해 792%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일러스터, 디자이너, 관리직, 웹 디자이너 등 그럴싸한 인재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 간 사람들에게 다짜고짜 봉고차에 태우고 갑니다.

일단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그럴싸한 명분을 세우죠. 한참 뒤에야 교재를 팔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때는 늦죠.” 취업 사이트 ‘잡 라인(www.jobline.co.kr)’의 홍보팀장 조형래씨가 요즘 미취업자가 흔히 겪는 봉변을 전한다.

IT(정보기술) 산업에도 취업 사기의 복병은 숨어, 젊은 실업자들의 등을 쳐먹는다. 컴퓨터 학원이 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는 것처럼 허위 선전, 정규 학원비 이외의 돈을 받는 것이다.

서울의 S웹 학원은 웹프로그래밍(4개월 과정) 교육에 300만원, IT 프로젝트에 150만원의 수강료를 받는다. 수강신청자나 미취업 실업자에 대해 정통부가 지원해 주는 수강료 반액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 무직 수강생 1인당 지원된 100만~200만원을 갈취했다.

인터넷 취업 사이트를 통해 등록되는 불량 구인 광고는 전체 취업 관련 사이트의 31%로 집계된다. 최근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인터넷 구직 포털 서비스 잡마니(www.jobmani.com)는 사회 초년병에게 마수를 뻗치는 사기성 구인 업체를 식별할 수 있는 요령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1.이력서를 제출하기 전에 구인업체에 대해 확인,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확보하라. 불량스런 기업일수록 회사명이 대기업의 계열사같은 느낌을 주거나 그럴싸한 외래어로 치장한다. 인터넷을 통한 구인ㆍ구직이 보편화되다 보니, 자신의 정보를 원클릭으로 고스란히 넘겨 줄 수도 있다.

2.정부 출연 기관이라는 구인 광고를 보고 이력서와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했다, 명의를 도용당할 수 있다. 모 그룹의 계열사라며 회사주소나 연락처 등을 명기하지 않은 업체를 주의하라.

3.자주 구인하는 회사는 이상하다. 본격적으로 구직 활동에 나서기 전, 적어도 2달 전부터는 구인란에 관심을 기울여 자주 구인하는 회사의 명단을 알아 두라.

4.회사명이 매번 다르게 등록되는 회사를 주의하라. 불량업체는 영문 약자 사용, 대소문자 변경, 특수문자 사용 등의 수법으로 회사명을 교묘히 바꾼다.

5.영업직 인턴은 정식 사원으로 발령되는 지의 여부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단기적 업무를 위해 인턴 사원을 뽑은 뒤 인턴 기간이 끝나면 퇴사 조치를 하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도 정사원으로 발령받지 못 하는 지 꼭 확인하라.

6.면접 보러갈 때 신용 카드는 아예 가져가지 말라. 공적인 장소가 아닌 경우의 단독 면접은 절대 응하지 말라. 물품 구입, 학원수강 등을 권유받을 때는 어떤 경우든 확답을 하지 말라.

7.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라. 학력 경력 나이 등 특별한 응시 자격이 없어도 상관없다는 구인 광고는 실제가 보면 영업직이기 일쑤다.

장병욱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11/22 11:55


장병욱 주간한국부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