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들여다보기] 미국인의 추수감사절

추석이 우리의 가장 큰 명절 중의 하나이듯이, 추수감사절은 미국의 가장 큰 명절이다. 연말 연시와 함께 지내보내는 크리스마스보다 오히려 피부에 와 닿는 명절 기분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추수감사절은 예년과 무척 다른 명절이 될 것 같다.

우선 미국이 전쟁 중이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엄마나 아빠, 혹은 형이 전장에 나가 있는 친구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 추수감사절은 예년과 같을 수가 없다.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실업율은 올라갔고 주식 시장은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인텔이니 아메리칸 에어라인 같은 대기업이 수천 명, 수만 명씩 해고하니, 언제 이 직장에서 나가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월가의 금융 전문인들이나 변호사들도 이런 해고 바람을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6개월마다 회사를 바꿔가며 몸값을 올려가던 시절이 바로 작년 재작년의 일이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특히 지난 수년간 유사이래 최고의 호황을 누려온 미국이니 만큼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불안지수는 더욱 높아져 가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9월 11일 테러 참사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항공 여행을 기피하고 있다. 설사 테러 참사에도 불구하고 항공 여행을 마다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강화된 공항 검색과 보안 절차로 늘어난 대기 행렬에 지쳐버려, 철도나 자동차 등 육상 교통 수단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어렵게 모인 가족들은 서로 지난 일년간 헤어졌다가 만난 회포를 풀것이다. 온 가족이 모여 앉아, 할머니가 밤새도록 구운 칠면조를 크랜베리 소스에 듬뿍 찍어 먹으며 애플 사이다를 마시고 펌킨 파이를 실컷 먹을 것이다.

그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무슨 이야기를 할까. 아이들은 학교 이야기, 어른들은 직장 이야기, 마이클 조던이 다시 NBA에 돌아온 이야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우승한 이야기, 최근에 나온 해리포터 영화 이야기 등등일 것이다.

어쩌면 아랍 사람들 이야기도 나올지 모른다. 왜 아랍의 이슬람 교도들은 미국을 싫어하는가? 과연 미국이 지나치게 이스라엘을 두둔하면서 이슬람교도인 팔레스타인을 못살게 한 것이 전체 이슬람 인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는지.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1년이 넘도록 계속되는 유혈 분쟁에 지금처럼 방관자적 자세로 당사자들간의 협상만을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미국이 우방으로 생각하는 온건 아랍 국가들이 과연 진정한 미국의 편에 서있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은 필요에 의해 미국을 지지하고 있는 정부만을 보고, 그들 정부의 국민들도 미국의 편에 서있다고 단순하게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랍 세계의 불만이 최강국인 미국의 경제와 문화에 대한 문명적 반발인지, 아니면 전체주의적 통제 체제를 유지하는 자신들의 정부를 지지하고 묵인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불만인지.

더 나아가 테러를 어떤 시각에서 보아야 할 것인지도 논의될 수 있다. 이스라엘군이 탱크와 F-16 전투기를 동원한 공격에 대하여 자살 폭탄 공격을 하는 것이 테러인지. 그렇게 죽은 단체 지도자의 보복을 위해, 이스라엘 정부 각료를 호텔에서 살해한 것이 테러라면 안중근 의사나 윤봉길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몰아 부치는 일본의 시각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법까지 고쳐가며 병력을 파견한 일본을 추켜세우며 이번 미국의 대 아프가니스탄 군사행동이 전세계의 지지를 받는 증거라고 하는 미국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보아야 할지.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슬람을 상대로 전쟁을 하는 것인지.

그러면21세기 들어와 미국은 새로운 제국으로 등장하는 것인지. 새로운 제국은 과연 어떤 영향력을 얼마나 발휘할 것인지. 그런 질서 하에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할 것인지. 어쨌든 평소와는 다른 추수 감사절이 될 것 같다.

입력시간 2001/11/2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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