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주가 급등, 기대 반 경계 반

11월의 마지막 주다. 주 말에는 올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시작된다. 길거리에는 벌써 내년도 달력이 등장했다. 세모가 코앞에 닥친 것이다. 얼마 뒤면 직장마다 망년회도 시작된다.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면서 힘들었던 한 해를 정리하는 모임도 많아질 것이다.

세모로 가는 길목에서 경제계의 관심은 여전히 경기전망에 쏠려 있다. 연말경기는 회복세를 보일 수 있을까. 내년 살림살이는 올 해보다 나아질 것인가.

다행히 경기회복 전망과 거시관련 지표의 호전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지난 주 주식시장은 급등세를 보였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해 9월14일 이후 1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640선을 돌파했다.

지난 해 9월 이후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했고 올 1월과 4월 랠리에선 반등의 예봉을 꺾어 놓았던 630선이 마침내 무너진 것이다.

외국인은 순매수 행진을 지속했다. 주 중 매수강도가 약화되기도 했지만 주 말엔 1,3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하는 등 외국인의 매수우위 기조는 계속됐다. 지난 한 주간 거래소시장은 34.3포인트(5.61%) 오른 645.18로 장을 마감했다.


시장 방향성 결정지을 주중 지수흐름

이번 주 장세는 어떨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추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과 단기급등에 따른 경계심리가 팽팽히 맞서있다. 지난 주말의 급등세가 강세장의 막바지 국면의 특징인 시세분출과정이었다면 단기적으론 지수의 등락 폭이 커질 수 있다.

반면 630선이 과거 1년 이상 저항선이었던 만큼 이제부터 강력한 지지선으로 작용한다면 시장은 큰 폭의 조정없이 추가 반등을 모색할 수 있다. 결국 주중의 지수흐름이 당분간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주에는 국내외적으로 굵직굵직한 경기지표들이 발표된다. 국내에선 한국경제의 상황을 총체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10월 경기선행지수가 발표된다.

미국에선 27일(현지시각) 11월 소비자신뢰지수, 28일 베이지북, 29일 10월 내구재주문, 30일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 등이 발표된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10월중 국제수지동향은 경기회복의 전제인 수출회복 여부를 점검해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3분기GDP가 예상외로 1.8%의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내수와 건설이 주동력이었고 수출은 여전히 부진했었다는 점에서 4분기 첫 달인 10월의 수출입동향이 주목된다.

29일 발표되는 10월 중 산업활동 동향 역시 경기관련 핵심지표다. 9월 산업생산이 계절적요인과 지난 해 9월의 부진 등으로 대폭 증가했기 때문에 상승정도는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내수가 뒷받침되고 있어 상승추세는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발표될 11월 소비자물가는 소폭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만큼 금리인하 여지가 아직 남아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수 있다.

한국은행이 직접 시장개입에 나서야 할 정도로 치솟고 있는 금리와, 외국인의 주식매수로 지속적인 내리막을 걷고 있는 환율 등 금융시장의 움직임은 이번 주에도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은행은 26일 국고채 1조원을 사들였다. 한은의 채권직접매입은 대우사태로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1999년 11월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6%대가 한은의 금리상승 저지선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4월 이후 굳어진 1,280~1,320원의 박스권을 아래로 뚫고내려간 상태. 지난 주 환율은 주 중 거래를 1,283.60원에 시작해 1,271.90원으로 마쳤다. 주 중 고점은 19일의 1,284.50원, 저점은 23일의 1,270.90원이었다.

주 중 저점 1,270.90원은 3월9일 1,268.50원 이후 8개월만의 최저치. 증시의 외국인은 지난 주 3,9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10월 이후 외국인이 증시에서 사들인 주식이 3조원어치를 넘는 상황에서 환율하락은 당연한 일. 외국인의 지속적인 주식매수가 달러 잉여상태를 불러왔고 환율하락압력을 더해줬다는게 정설.

그러나 외환당국은 한차례 구두개입외엔 환율하락을 막는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번 주 외환시장은 하락쪽으로 방향을 잡은 환율을 보며 시장참가자들의 달러팔자에 연쇄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더 떨어지기전에 달러를 팔자는 심리가 형성되면 환율하락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도 있다. 결국 외환당국이 시장심리를 어떻게 진정시키느냐가 최대 관건인 셈이다.


하이닉스 회생방안 등 기업구조조정에 관심

하이닉스 현대건설 등 기업구조조정 현안들도 계속 진전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닉스 구조조정특별위원회는하이닉스 회생방안을 재정리해 발표한다.

신국환 구조조정 특위 위원장은 지난 주 취임한 후 “하이닉스의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한 특단의 처방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혹독한 구조조정을거친 IBM과, 한국중공업 민영화방식을 적용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현대건설 채권단은 27일 전체 채권금융기관회의를 열어 여신만기연장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출자전환 및 유상증자 등 2조1,500억원 지원을 재의결 한다.

이 날 열리는 국무회의에는 대기업규제 완화 방안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상정되고 기업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집단소송법안도 함께 처리될 예정이어서 법안을 둘러싼 재계와 정부간의입씨름이 재연될 것 같다.

이창민 경제부차장

입력시간 2001/11/27 19:02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