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매립ㆍ간척지 정책도 원칙이 적용된다면

이번 매립지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기자는 한 여성 시민운동가를 4년여만에 만나는 기회를 갖게 됐다. 취재를 위해 시민운동 단체로부터 연락처를 알아내 전화 통화를 하다 보니 4년전 전북에서 열린 97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몇 차례 전화 취재를 했던 사람이었다.

당시 그는 대회 개최로 인해 생길 덕유산 환경 파괴를 저지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시민운동단체의 수질 부문 담당 간사로 전북 부안의 새만금 간척지에서 농어민들의 실상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수집하는 현지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그는 “현지 농어민들의 생활이 너무도 심각한 상태”라며 “정부 당국이 상황을 잘 모르는 현지 농어민들의 여론을 호도해 외부에 발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안부를 물으니 그는 “개화도의 한 농가에 방 하나를 얻어 보름 넘게 민박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 몸으로 힘들지 않느냐”는 말에 “6년 가까이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이제는 이력이 났다”며 “다만 걸리는 점이 있다면 결혼 3년된 남편에게 미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년에 3분의 1은 현장 취재와 밤샘 작업으로 집에 못간다고 털어 놓았다.

그 일이 있은 후 기자는 IMF당시 동아 간척지 용도 변경을 주관했던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을 한 호텔에서 만났다.

김 전 장관은 재임시절의 고민을 털어 놓으면서 당시 농정을 살피기 위해 전국 농어촌을 돌아다 보니 풍치가 생겨 앞니 9개가 빠지고 체중이 7㎏이나 줄었다고 털어 놓았다. 김 전 장관은 “시력도 더 나빠졌다”며 돋보기를 낀 상태에서도 자료를 보려면 서류를 눈앞까지 갖다 대야했다.

김 전 장관은 “이제 한번만 수술을 더 받으면 마음대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다”며 흐믓해 했다.

누군가를 위해 일한다는 것, 그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확고한 신념과 원칙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부의 매립ㆍ간척지 정책도 이런 원칙이 적용된다면 큰 문제될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12/04 17:18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