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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계] 예산안 처리 힘겨루기

[정치풍향계] 예산안 처리 힘겨루기

12월8일 정기국회 폐회를 앞두고 여야는 이번 주중 새해예산안처리를 놓고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다. 국회 예결특위는 지난 주까지 부별 심의를 마쳤지만 계수조정소위 구성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며칠을허송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야대(野大)의 권리를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112조8,500억원 규모. 한나라당은 이 가운데서 내년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 5조원을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예산안이 9ㆍ11 미국 테러참사 이전에 편성된 것으로 대 테러 전쟁여파를 감안해 경기진작 용으로 5조원 가량을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밀어붙이기에서 한발 뺀 한나라당

여야가 모두 강경한 입장이어서 새해예산 처리 법정시한(12월2일)을 넘긴 것은 물론이고 정치국회 회기 내 처리여부도 불투명하다.

그 동안 새해 예산처리가 법정시한을 넘긴 예는 많았지만 정기국회회기 내에 처리되지 못했던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한나라당은 당초 예산안 표결처리도 불사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러시아와 핀란드 방문을 마치고 최근 귀국한 이회창 총재가 수(數)에 의한 강행처리를 지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합의처리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입장 선회는 교원정년을 연장하기 위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국회 교육위에서 수로 밀어붙였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은 경험을 반영한 것이어서 정기국회 막판의 다른 법안 처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한나라당은 국회 법사위까지 통과한 교육공무원법개정안의 본회의 처리를 유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학부모 단체 등을 중심으로 교원정년 재연장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은데다 당내에서도 원희룡의원 등 초ㆍ재선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 표결 시 당론에 따르지 않고 반대 투표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터여서 한나라당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남북교류협력법, 방송법 개정 등 그 동안 자민련과 공조를 통해 이번 회기 내에 밀어붙일 예정이었던 법안들에 대해서도 한발씩 빼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이번에는 자민련이 반발하고 있다. 자민련 정진석 대변인은 방송법 개정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이 방송위원 중 대통령 추천 몫을 없애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만들어 공동 발의를 약속해 놓고 이를 다시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정치 쇄신책 놓고 첨예한 당내 대립

민주당 발 정치쇄신 논의 뉴스도 정가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민주당 ‘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특대위)가 내놓은 총재직 폐지, 상향식 공천, 예비경선제 도입 등은 정치개혁을 열망해 온 국민에게 상당한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상향식 공천제도는 그 동안 정당 보스에 의해 좌지우지돼 밀실 뒷거래 논란을 일으켰던 공천잡음을 없앨수 있는 획기적 개혁이 될 수 있다. 상향식 공천이란 지역구 출마 후보의 공천권을 해당 지역구 당원들의 뜻에 맡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풍토에서는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 동안 일부 선진적인 정치인들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경선을 통해 후보선출을 시도했다가 낭패를 겪은 사례도 있다. 참신하고 능력 있는 후보를 공천하기보다는 지역기반이 튼튼한 토호세력 등 정치쇄신에 역행하는 인사가 경선에서 유리해지는 등의 문제점이 있는 탓이다.

따라서 명분은 좋지만 상향식 공천제의 도입에는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대위가 제시한 전국구 후보 선출방식은 의지만 있으면 실현 가능한 제도로 평가된다. 당 내외의 인사가 절반씩 참여하는 선정위원회에서 3배수를 선정한 뒤 500~1,000명 규모의 선거인단 투표로 순위명부를 정하는 방식이다. 이 방안이 도입될 경우 공천헌금 논란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민주당의 쇄신파와 일부 대선주자들이 주장하는 예비경선제도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세형 특대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민참여 경선제’ 방식의 예비경선제 도입을 제시했다.

미국식 예비경선제에는 당원만 참가하는 패쇄형(closedprimary)과 당원이 아닌 유권자도 참여하는 개방형(open primary)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한화갑 상임고문이 주장하는 당원 직선제는 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 도입에도 난점이 많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계성 정치부차장 wkslee@hk.co.kr

입력시간 2001/12/0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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