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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권리는 틀어막고 사생활은 까발리고

알권리는 틀어막고 사생활은 까발리고

정보공개법 개정안, "법제정 취지 퇴색된 개악" 비판

‘국민의 정보는 사사건건 챙기라고 하면서 행정기관의 정보는 안내놓겠다니 거꾸로 가는 것 아닙니까.’

정부의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법률’ 개정안과 금융기관 고객의 개인정보를 파악하라는 재정경제부의 자금세탁방지 업무지침 문건에 대한 시민ㆍ인권단체들의 반발이다. 전자는 국민의 알권리를 현행보다 제한하고 후자는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11월 20일 의결해 국회에 제출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이이 법의 제정취지에서 오히려 후퇴했다며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정보공개법은 98년 제정이후 비공개정보의 범위와 추상성, 모호성을 제거해야한다는 학계와 시민단체의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공공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구체화하고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국정에 대한 국민의 통제와 참여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이 이 법의 제정취지. 공개되지 않아 초래될 수 있는 부패 가능성을 막자는 것이었다. 기관장의 판공비, 예산 내역, 의원들의 외유 활동 경비 내역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애매한 범위로 ‘공개거부’ 빌미 제공

미약하나마 국민주권을 실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이 법을 정부가 그동안 지적되어온 문제점을 개선하기보다는 오히려 개악했다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현행법의 비공개 대상정보의 범위가 모호하고 포괄적이어서 공공기관이 정보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었는 데 개정안이 그 같은 문제점을 확대했다는 점이다.

이번 개정안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신설된 7조 1항 5호. 이 조항은 비공개대상정보에 주요정책결정에 있어서 ‘공개될 경우 의사결정의 중립성이 부당하게 손상될 우려가 있는 정보’, ‘공개될 경우 국민에게 혼란을 일으킬 상당한 우려가 있는 정보’, ‘공개될 경우 다수인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의사결정에 참여한 당사자 또는 특정 이해 관계인에게 중대한 손상을 주는 정보’를 추가하여 규정하고 있다.

‘부당한 정보’, ‘혼란을 일으킬 우려’, ‘다수인의 이해관계’등은 지극히 추상적이고 모호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국민에게 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정보란 어떤 정보이며 그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개정안은 이러한 판단을 관련 공공기관 회의, 협의회, 위원회 등에서 스스로 결정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조항들은 공공기관이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자의적 해석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정보 제공을 거부할 수 있도록하는 법적 근거를 갖게 한다.

한마디로 개정안이 행정비밀주의를 가져올 가능성을 높게하고 이는 곧 국가행정의 투명성 보장이라는 정보공개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국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만 권력이 부패하지 않고 정부가 민주적,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이를 감추려 하면 할수록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부패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보공개법은 공공기관의 입장이 아닌 국민의입장에서 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은 정보공개법을 정보공개거부법으로 전락시킬 우려가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개정안은 또 현 정부가 집권 초부터 주장하고 있는 정부개혁 의지와도 맞지 않는다며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28일 가진 `정부 정보공개법 개정안평가와 올바른 개정방향'에 대한 토론회에서 김성수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은 "기존 정보공개법내 비공개대상이 추상적요건을 포함한 만큼 개정안에서는 시행규칙 등을 통해 더 구체적 내용을 추가, 행정기관의 자의적 재량권에 의한 비공개를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또 "정보 부분공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리 가능한 기준과 원칙이 무엇인지를 시행령 등에서 명확히 하고 정보공개소송에 한해서라도 의무이행 소송제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정보공개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승수 참여연대 정보공개사업단 실행위원도 "최우선 정보공개 순위는`중요한 정책결정 과정에 관한 정보'이며 이를 통해 국민이 정부를 감시하고 의견표명이 가능하다"며 "그런데도 이를 비공개 대상으로 지정한 것은 `국민에 의한, 국민이 주인되는 정치'를 내세운 현 정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행자부 판공비축소공개 등 치부감추기 급급

그동안 정보공개 실상을 알아보자. 98년 정보공개법이 시행된 이후 정부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 신청건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서울시를 예로 들면 98년 211건, 99년 452건, 2000년 1,049건으로 매년 2배이상 늘어나고 있다. 늘어나는 정보공개 요구와는 달리 공개율은 3년 내내 50%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행정기관의 공개거부에 대한 소송은 승소율이 28%, 합의에 따른 소송취하가 35%다.

행정기관이 일단 공개를 하지 않고 보자는 심산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서울행정법원이 올 정기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98년 1월부터 올 8월까지 1심 선고가 끝난 정보공개 청구소송 68건 가운데 원고승소 판결이 전체의 28%인 19건. 원고패소24건(35%), 양측 합의에 따른 소송취하가 24건(35%)이었다.

대표적인 승소사례는 국회의원들의 외유 관련정보 공개소송, 서울시와 구청 판공비내용 공개소송 등이다. 판공비 집행 대상자 중 공무원이 아닌 일반 개인에 관한 정보까지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도 있었다.

부정부패를 감시하기 위한 정보공개 요구로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행정부처들이 이번과 같은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동병상련’의 산물인 셈이다. 치부를 드러내기 싫어하는 단적인 사례가 행정자치부다.

정보공개 제도 정착에 앞장서야 할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가 부내에서 사용한 업무추진비(판공비)를 2차례나 축소공개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샀다.

참여연대는 행자부 업무추진비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해 지난 3~7월 4차례 열람한 내용을 예ㆍ결산서와 비교한 결과, 1999년도 의정관실업무 추진비를 3,784만원 이나 축소공개한 사실을 확인했다.

참여연대는 “행자부는 의정관실이 99년 한해동안 사용한 업무추진비가 9,942만원이라고 밝혔으나 예ㆍ결산서에 나타난 사용액은 1억3,729만여원이었다”며 “이는 국경일 행사비관련 연회비, 만찬, 화환 등의 예산 사용액을 공개 자료에서 무더기로 누락시켰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행자부는 참여연대 등의 반발이 거세자 99년도 의정관실이 실제 사용한 업무추진비는총 1억3,729만원이라고 인정했으나, 이 내역에도 총무부 등에서 전용, 사용한 3,150만여원을 누락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연대는 99년 12월 예산감시운동의 일환으로 기획예산처, 재경부, 행자부에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공개를 청구했으나 행자부만 공개를 거부, 행자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행자부는 이후 참여연대의 공개 요구를 계속 묵살해오다 올 3월에야 소송취하를 조건으로 정보공개에 합의, 장ㆍ차관 및총무과 의정관실 등 5개 국ㆍ실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했다.

정보공개법 개정안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국회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의원들의 외유내역 등도 공개 대상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국회 행정자치위 소속 의원들을 방문, "국회에 제출된 정보공개법 개정안에 대해 충분한 의견수렴과 심의를 거쳐 올바른 방향으로 개정하도록 노력해 줄 것"을 촉구했다.


금융기관 고객정보 파악, 사생활 침해 논란

정부가 정보공개법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과는 달리 재정경제부가 금융기관에 고객의 개인정보를 파악해 관리하도록 지시해 사생활 침해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의 정보는 공개하지 않으려 하면서 국민들의 정보는 까발리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재정경제부는 금융정보분석원 출범을 앞두고 최근 은행연합회를 통해 `금융기관창구 직원이 모든 고객의 직장과 직위, 사회활동, 주위 평판 등을 파악해 관리하라'는 내용의 자금세탁방지 업무지침 및 해설이라는 문건을 금융기관에 시달했다.

이 지침은 창구 직원들이 고객과 거래할 때 금융실명법에 따른 실명 확인 외에 개인의 경우 직업과 직장, 재력, 주위평판을, 법인은 사업내용과 재무상태, 주요 주주 등을 파악해야 한다고 기술돼 있다.

이에따라 자금세탁이나 범죄 관련 혐의가 있는 거래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이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해야 하지만 고객 관련 정보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파악해 관리할 경우 사생활 침해 또는 개인 금융정보의 악용 가능성이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있다.

재경부는 이 같은 비난이 제기되자 "직원 교육용 지침으로 권유사항일뿐 강제조항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1/12/0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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