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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해의 中國통신](11) 탄력붙은 ‘대만의 대만화’

[배연해의 中國통신](11) 탄력붙은 ‘대만의 대만화’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묶어 두려는 중국정부의 의도와 달리 대만의 분리주의 추세가 갈수록 힘을 얻는 인상이다. 12월1일 치러진 대만 입법원(국회)의원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돌출된 쟁점은 ‘대만의 정체성’ 문제였다.

중국대륙과는 현실적으로 명백히 구분되는 정치 단위인 대만의 위상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가 문제의 핵심이었다.

정체성 문제를 거론한 측은 대만독립 지향 세력이었다. 총대를 맨 인물은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 여기에 천쉐이비엔(陳水扁) 총통과 집권 민진당이 호응하면서 정체성 문제는 선거판의 화두가 됐다.

리 전 총통의 문제제기는 국민당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났다. 그는 과거 국민당 정권을 ‘외래정권’으로 규정하며 ‘대만인에 의한 대만통치’를 강조했다.

국공내전에서 패해 1949년 대륙에서 건너온 국민당 장지에스(蔣介石) 정권을 대만에 대한 침략세력으로 격하시킨 것이다.

민진당 역시 여기에 발맞춰 국민당의 당 재산을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당이 과거 정권과 국가를 동일시해 불법으로 취득한 재산을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진당은 동서독 통일 후 서독이 동독 공산당의 재산을 몰수한 전례를 원용해 특별법 입법을 추진중이다.

리 전 총통의 국민당 외래정권론과 민진당의 국민당재산몰수론은 표리관계를 이룬다. 대륙출신의 국민당 세력을 과거 대만 식민통치세력인 네덜란드나 일본과 동일시한 것이다.

독립지향 세력의 국민당 때리기는 단순한 총선전략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대륙과의 절연, 또는 ‘대만의 대만화’가 근저에 깔려있다는 이야기다.

대만의 구석구석에는 지난해 3월 정권을 내놓기까지 반세기를 집권한 국민당의 흔적이 깊게 배여있다. 중화민국(대만)이 대륙을 포함하는 전체 중국에 대한 대표권을 갖는다는 현행 헌법은 국민당 정권의 유산이다.

베이징(北京) 말을 표준어로 한 대만의 국어 역시 국민당 정권이 강제한 것이다. 현재 압도적 다수의 대만인은 국어가 아닌 타이위(臺語)를 상용어로 하고 있다. 대만의 ‘탈국민당’ 움직임은 따라서 분리주의 추세와 맥락을 같이 한다.

리 전 총통이 재임시 제창한 ‘대만의 대만화’는 표면적으로 ‘대만인에 의한 대만통치’를 뜻하지만, 실제로는 분리독립을 다르게 표현한데 불과하다.

‘본토화(本土化)’로도 불리는 ‘대만의 대만화’가 대만인 사이에서 광범위한 호소력을 갖게 된 데는 역사적, 정치적으로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했다.

다수 대만인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대륙과의 거리감 및 소외감을 갖고 있다. 대만인은 대륙출신 이민으로 구성돼 있다. 2,300만 인구 중 85%는 수백년 전 중국 남부 푸젠(福建)성과 광둥(廣東)성에서 건너온 한족의 후손이다.

나머지 15%는 1949년 장지에스와 함께 이주해 온사람들이다. 압도적 다수를 이루는 전자의 85%는 역사적으로 명, 청 등 대륙정부의 통치권 밖에 있었다. 황은(皇恩)을 입어본 적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대륙과 정치적 동일체 의식이 희박한 대만인에게 장지에스의 국민당 정권은 또 다른 점령세력으로 비쳐졌다. 더구나 국민당 정권이 대만을 대륙수복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독재를 강행하면서 이질감은 더 커졌다.

지난 10여년간의 민주화 과정 속에서 대만인은 국민당이 강요한 의식구조와 맹목적인 통일정책을 반성해 왔다. 장지에스와 함께 이주해 온 15%의 권력이 약화되면서 대만 토박이 85%의 독립정서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국민당 때리기와 외래정권론이 호소력을 갖는 이유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대만의 대만화’는 대만 태생 총통의 집권과 더불어 잠복기에서 깨어났다. 대륙 태생인 장지에스, 장징궈(蔣經國) 전 총통과 달리 리 전 총통과 천 총통은 대만 출신이다. 다수 대만인들은 스스로를 ‘중국인’이 아닌 ‘대만인’이라고 말한다.

국민당 약화를 재집권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는 천 총통은 이러한 정서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천 총통은 지난해 취임 이래 스스로를 중국인으로 칭해본 적이 없다.

‘대만의 대만화’는 잠재된 분리주의와 이를 불러 일깨우는 정치권에 의해 더욱 강화되는 느낌이다. 중국정부의 확고한 통일정책을 감안하면 ‘대만의 대만화’는 언제든 양안긴장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배연해 mrbaeyh@yahoo.co.kr

입력시간 2001/12/0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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