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의 경제서평] 경영학 100년의 사상


■ 경영학 100년의 사상(미야타 야하치로 지음/김영철 옮김/일빛 펴냄)

입시 철이다. 올해도 경영학과의 인기는 높다. 취업난 시대에 졸업 후 상대적으로 취직이 잘되어서 그런 것인가. 직장 생활을 하다가도 정리하고 외국으로 MBA(경영학 석사)를 목적으로 유학을 떠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 학위를 따면 그만큼 자신의 ‘몸 값’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경영학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증거다. 어쩌면 경영학은 최근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경영학이란 무엇인가. 다른 학문과는 달리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아주 넓게 이야기하면 사람과 조직을 잘 움직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지극히 당연한 목적을 가진 학문이 왜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을까. 아마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등에서 이미 다루고 있는 주제여서 그럴지도 모른다. 세상이 복잡해지다 보니 각 분야에서 ‘경영’에 필요한 부문만을 추려내 경영학이라는 학문으로 독립했다는 말이 있다. 경영학이 어느 학문보다 실천적이다는 이야기는 여기서 나온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경영학 100년의 사상을 다루었다. 경영학이 ‘공식적인’ 학문으로 탄생한 100년 동안의 궤적을 대표적인 고전을 통해 살펴본 것이다. 저자가 선택한 고전 30권은, 그 선정이 전적으로 저자 개인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충분한 객관성을 갖는다.

천재적인 희극 배우 채플린이‘근대 사회’에서 날카롭게 비판한 현대 생산관리의 기초가 된 ‘과학적 관리법’을 정립한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의 원리’(1911년)에서부터 지식 경영의 일본발(發)일반 이론을 다룬 노나카 이쿠지로의 ‘지식 창조 기업’(1995년)에 이르기까지 경영학의 주요 이론을 모두 망라하고 있다.

특히 저자가 3년에 걸쳐 읽고 정리한 경영학 고전 30권을 빠르면 3시간, 느긋하게 따라가도 3일이면 독파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더욱이 저자는 각 책의 주요 부문을 그대로 인용해 독자에게 마치 책 모두를 읽은 것 같은 뿌듯함을 느끼게 해 준다.

경영학은 경제학과는 달리 ‘학문 대접’을 받은 지가 얼마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경제학사나 경제사상사를 다룬 책은 많아도 경영학사나 경영사상사를 주제로 한 책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책의 의의는 여기에 있다.

저자는 흔히 이야기되고 있는 경영학은 이윤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명제에 대해 지극히 비판적이다. 이윤 극대화 원칙은 경제학이 경영학에 강요한 논리로 기업의 고유 원칙이라고 볼 수 없다는것이다.

이 원칙으로 인해 기업의 주주 지배를 인정하는 논리가 등장했으며, 기업 경영에 가장 무책임한 주주들에게 기업 지배권한을 넘겨준다는 것은 백해무익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영학은 단순히 이익을 남기는 과정에 대한 학문이 아니라 자원의 배분과 사회적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주장이다.

즉 기업은 과정의 효율성이라는 내부적 관점에서 사회적 자원 배분이라는 외부 효과에 관심을 돌리고, 문화와 이념의 정립을 통한 세계화에 대응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경영학의 역사이고, 2부는 경영학 100년에 알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해서다. 그런데 이 책의 중심은 오히려 2부에 있다.

일본적인 현실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이 처진 이유를 특히 세 분야에 두고 있다. 정치 행정 금융이 그것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독자 기술 입국’은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일본은 제조에서는 승리를 거두었지만, 국제금융 다시말해 정치에서만은 패배했다. 제조에서는 결코 패배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나아갈 방향으로 당당히 정진해야 한다.” 자, 우리는 일본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상호

입력시간 2001/12/0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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