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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사회가 감염자를 양지로 끌어내야"

[에이즈] "사회가 감염자를 양지로 끌어내야"

인터뷰/ 대표적 에이즈 연구자 최강원 교수

“향후 4~5년이 최대의 고비입니다.”

국내 에이즈 연구를 이끌고 있는 최강원 교수(58ㆍ서울대 감염내과 과장)는 우선 1,515명으로 밝혀진 현재 국내 감염자 숫자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환자수가 적어도 5,000~6,000명은 될거라는 것이 현재 200여명의 환자를 보며 에이즈 연구를 하고 있는 그의 확신이다.

아프리카나 동남아 등 ‘에이즈 선진국’의 경험으로 볼 때, 발견 이후 4~5년은 폭발적 증가를 위한 준비기라는 것. 그것은 바꾸어 말하면, 지금부터라도 잘만하면 에이즈 관리라는 측면에서 세계적 우등 국가가 되리라는 예견이기도 하다.


건전한 성생활이 최대의 예방책

“동남아(캄보디아)-동구권(우크라이나)-중국으로 이어지는 폭증 추세가 한국과 일본이라는 마지막 보루에서 과연 멈출 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지난 9월에야 보건성 장관이 60만명의 환자가 있다고 마지못해 시인했으나, 세계보건기구(WHO)는 100만은 될 것이라며 대놓고 부정하는 실정이다.

‘한국은 자랑스런 예외가 돼야 한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이를 위해 최 교수는 뭣보다 한가지를 강력 주문한다.

예방 캠페인의 강화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한에이즈연맹 등 두 만간단체에만 일임해 두고 있는 이 사업이 TV와 인쇄 매체 등 순수 민간 분야로 옮아가야 한다고 최교수는 강조했다. 이 부문은막대한 의료 예산에 비한다면 거저 먹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건전한 성 습관(sexual behavior)을 갖는 일입니다.”

태국이 연간 수억불을, 미국은 NGO 단체 하나가 연간 수백만 달러를 예방 활동에 쓰는 현실에 비추어 최 교수는 한 마디로 압축한다. “다른 나라에는 명함 내밀기 조차 부끄러운 지경입니다.”

또 연구ㆍ조사(R&D) 사업 역시 허술한 예방 시스템과 함께 상당히 미약하다고 지적한다. 1년에 18억으로 책정된 에이즈 관련 총예산 거의가 유흥업소 종사자나 보건증 발급대상자의 검사료로만 쓰인다는 것. 막말로, 약을 쓰니 죽지 않아 환자만 양산하는 형국이다.

단, 한국의 에이즈 치료 서비스는 세계적 수준이라고 그는 말했다. 크릭시벤, 비라셉트 등 1가지만으로도 1달 약값이 30만원이나 하는 고가의 단백질 분해 효소를 국가가 무료로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는 한국이 선진적이라는 것. 감염자는 그와 비슷한 약제를 세 가지 이상 병행해야 하는데, 정부는 매월 100만원씩 대준다는 말이다.

어쨌거나 한국은 에이즈 관련 사업에 한해서는 너무나도 비능률적이다. 호미로 될 일에 가래 여러 개로 달려드는 형국이다.

건강한 일반인에 대한 그의 당부는 간절하다. 치료술이 발전하긴 했지만 완치도 아닐뿐더러, 육체적ㆍ정신적으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하므로 예방이 최선이라고 재삼 강조한다.

“빛도 안나는 사후 관리에 힘을 낭비하지 말고, 예방과 홍보 작업에 주력해 달라는 거죠.” 더욱이 에이즈는 현재 지식만으로도 충분히 예방가능하지 않느냐는 것.

또 한가지, 에이즈에 걸렸다고 해서 비난을 퍼붓는 것은 부당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에이즈를 두려워 하는 일반의 심리가 환자에게 잘못 투사돼, 도덕적ㆍ종교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에이즈 퇴치에 걸림돌이 된다는 말이다. 환자들을 꼭꼭 숨어들게만 할 뿐이라는 것이다.


"국내차원에서 대응책 모색돼야"

그는 중고등 학생 상대 에이즈 예방교육이야말로 가장 시급하다고 말한다. 호기심 많고, 성 정보는 사방에 널려 있는 우리 아이들을 언론이 방치하고 있지 않느냐는 따가운 지적이다.“머잖아 심각한 문제로 대두할 에이즈 문제는 민간 차원을 떠나, 이제는 국회 차원에서 대응책이 모색돼야 합니다.”

최 교수는 서울대 병원내 임상의학연구소를 이끌며 한국과 미국의 국립보건연구소(NIH) 등 해외의 첨단 연구소들과 협력, HIV 유전자의 기능 해독 작업 등 최신 에이즈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인이 에이즈에 잘 걸리지않는 유전적 요인이나 바이러스 타입을 갖고 있는 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결핵이나 폐렴 등 요즘 일반인에게는 한참 먼 얘기가 되고 있는 고전적 질병이 에이즈 덕분에 초미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세계 에이즈 환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합병증 중 수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최 교수팀의 연구과제.

장병욱 주간한국부기자 aje@hk.co.kr

입력시간 2001/12/1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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