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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2001년] '바닥'에서 '희망'을 짚었다

[키워드로 본 2001년] '바닥'에서 '희망'을 짚었다

절망을 넘어 '회복'으로 가는 시발점, 증시·부동산 '바닥논쟁'

올해 경제 분야의 대표적인 화두는 ‘바닥’이었다.

바닥은 어감이 좋은 말은 아니다. ‘학교성적이 바닥을 긴다’나 ‘집안살림을 바닥낼 작정이냐’, ‘이 바닥 사람들은 말이야’, ‘바닥을 딩굴었다’처럼 꼴찌나 파산, 특수한 장소나 집단 등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나 올해에는 정반대로 사용됐다. 절망이 아니라 좋아질 것을 의미하는 반가운말이었다. 바닥은 더 이상 추락할 수 없는 곳. 그래서 국민들은 바닥에 쓰러졌던 자가 일어설 수 있고, 잃었던 돈도 만회할 수 있는 희망이며 더이상 곤두박질치지 않을 안도로 받아들였다.

종말적 냄새가 배어있는 ‘바닥을 친다’는 말을 사람들은 지긋지긋한 암흑을 걷어줄 미륵불처럼 학수고대했다.

그만큼 경기회복에 대한 갈망이 드높았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의 경기침체, 더 좁게는 올해 초 본격화한 벤처와 정보통신(IT) 거품 붕괴에 따른 경기냉각과 실업, 취업난 등 각종 후유증에 염증을 느낀 것이다.

바닥의 가능성을 알려준 첫 전령사는 주식시장이었다. 지난해 7월 800대 후반에서 올해 1월 500대 초반까지 대폭락한뒤 400대 후반에서, 500대의 중반에서 박스권 장세를 이어가던 종합주가지수는 미국의 911테러 대참사 사전발생 후인 9월 중순부터 갑자기 수직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12월 초에는 700선을 홀연히 돌파(12월16일 현재 665)했다.


주가급등으로 불붙은 '바닥논쟁'

·

주가급등은 경기바닥 논쟁으로 이어졌다. 낙관론자들은 주식시장은 6개월 정도 뒤의 실물경기를 미리 반영하는 만큼 주가급등은 곧 경기가 바닥을 치고 상승중이라는 신호라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신중론자들은 한국의 경제실적이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 아시아 4룡중 상대적으로 좋아 외국인들이 투기적 차원에서 ‘바이코리아’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실물경제 동향과는 큰 거리가 있고, 한국 경제는 내년 상반기에 바닥을 통과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내수소비 증가와 아파트 분양시장의 활황에 이어 SD램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가격이 11월 들어 급등하면서 바닥논쟁이 또 한차례 점화됐다.

반도체는 단일 품목에 불과하지만 한국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정도로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비중이 큰 데다 세계 IT산업의 경기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선행지표란 점에서 전체 경기논쟁으로 확산됐다.

주식시장의 바닥논쟁처럼 낙관론과 신중론이 맞선 채 여전히 결론을 맺지 못한 진행형 상태이다. 그러나 양측 모두 한국경제가 회복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데는 동감을 하고 있으며 신중론자들은 바닥시점을 슬슬 앞당기고 있는 추세다.

경제는 희한하게도 파동을 탄다. 바닥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바닥이나 정점을 도형의 꼭지점처럼 활용하면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굴러갈 것인지 얼개를 그려볼 수 있고 이를 근거로 정부는 예산 같은 거시 경제정책을, 기업은 투자등 중장기계획을, 사람들은 살림살이의 가이드라인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면 바닥은 어디이고, 경기회복은 어떤 형태가 될까. 전문가들의 전망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경기회복시점을 내년 하반기 이후에서 2ㆍ4분기(4~6월)이후로 앞당기면서 회복세는 급격하게 반등하는 V자형이 아닌 완만한 상승세인 U자형내지 회복을 거의 체감하기 힘든 바나나형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더 낙관적이다. 경기저점이 올해 4분기(10~12월)부터 내년 상반기 사이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이 3.9%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U자형 회복을 예측한 것이다.

그런데 조심할 것이 있다. 인간의 현재 경제학 실력으로는 경기라는 파동의 발생원인을 명쾌하게 규명할 수 없다.

따라서 바닥이나 정점도 미리 집어낼 수 없다. 심지어 바닥을 지나고 있는 중에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다. 단지 바닥을 통과한뒤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때가 바닥이었다’라고 사후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한국경제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국민들은 경기가 바닥을 치고 경제가 풀리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하지만 바닥을 통과한다고 해서 최근의 주식시장처럼 일상사에서 대박이 터지는 일을 없을 것 같다. 지금처럼 열심히 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정부 당국이 경기전망으로 국민들에게 ‘헛바람’을 집어넣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1/12/1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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