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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대의 한의학 산책] 자연의 수레바퀴

[신현대의 한의학 산책] 자연의 수레바퀴

올 겨울은 유난히도 짧아질 것만 같습니다. 벌써 대설이 지나고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기나긴 겨울밤으로 유명한 동지(冬至)가 오게 되는데, 아직 제대로 된 눈 한번 오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스산한 바람만 부는 서울의 거리를 바라보는 마음은 더욱 심란해지는듯 합니다. 또한 매년 겨울철이 시작될 무렵이면 입시 한파로부터 시작한 추위는 겨울 내내 자리 잡고 있었건만, 금년 겨울의 기온은 낮지 않건만 체감기온은 춥게만 느껴집니다. 세계의 경제 한파 때문에 나라의 경제도 힘들고, 가정의 경제는 더 어려워서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때 일수록 개인의 건강이 가정과 나라 경제의 밑거름이 되고 행복하고 밝은 내일의 토대가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런 마음에 이번에는 겨울철의 건강관리에 대한 한의사로서의 관점을 글로 옮길까 합니다.

사람은, 아니 모든 물질은 순환의 연결고리 위를 지나갑니다. 반복되는 생활의 고리, 시간의 고리, 계절의 고리, 만남의 고리, 성공의 고리, 실패의 고리, 부자간의 고리, 모자간의 고리, 민족의 고리, 경제의 고리, 역사의 고리 등 수많은 고리에 이리저리 얽혀 유지되는 것이 우리의 삶이요, 생성과 소멸의 과정일 것입니다.

혹자는 이러한 고리를 수레바퀴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수레바퀴에는 곡(穀)이 있는 부분이 있고 없는 부분이 있듯이 삶에는 힘써 일할 때가 있고, 여유로이 쉬어야 할 때가 있는 것입니다. 봄에 기지개를 켜고 여름에 힘써 일하며 가을이면 거둬들이고 겨울이면 쉬어야 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이러한 순리는 모든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겨울이라고 휴직을 하고 휴가를 가서 쉬라는 것이 아니라, 삶의 형태와 방식을 그렇게 하라는 것이죠. 평소에 하던 운동도 땀을 뻘뻘 흘리며 하는 것이 아니라, 땀이 촉촉이 배일 정도만 하라는 것이고, 부부의 생활도 좀 더 줄여 몸의 정미(精微)로운 기운을 간직하라는 것이며, 활동량이 많던 것을 줄이라는 뜻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볼까요? 봄이나 겨울의 끝자락에서의 5도라는 기온과 막 겨울로 넘어가는 때의 5도의 기온에 대하여 우리는 다르게 느낍니다. 봄이 다가오는 5도란 따뜻하다고 느끼지만 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드는 계절의 5도는 몸을 움추리게 만듭니다. 왜일까요?

기상학자는 우리나라의 대기에 흐르는 고기압과 저기압의 종류와 근원지에 대하여 이야기 할 것이고, 과학자는 단지 우리가 느끼는 심리적 차이라고 할 것입니다. 모두 맞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한의사의 입장에서는 '그것은 기(氣)의 차이'라고 이야기 할 것입니다.

같은 5도라고 하더라도 봄의 시작이나 겨울의 파장(罷場)에서 느끼는 5도란 양기(陽氣)의 시생(始生)으로 인한 기온입니다. 가을과 겨울에 거둬들이고 저장했던 금수(金水)의 기운, 즉 음화(陰化)되었던 한수(寒水)에서 일양(一陽)의 기운이 시생하여 영양의 물줄기를 상승시키는 양기의 발산과정에 있는 5도 이기에 따뜻하게, 포근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가을을 지나고 겨울을 맞이하는 때의 5도는 발산된 자연의 양기를 거둬들이고 저장하려는 금수(金水)의 기운인 음기의 하강과정에서의 기온이므로, 이때에 느끼는 5도란 쌀쌀하고 차갑기만 한 것입니다.

봄, 여름이면 저장된 음정(陰精)을 발산하는 양기가 편성하게 되고, 상승된 양기를 가을이 되면 거둬들이고 겨울이 되면 깊숙이 저장하여 정미한 것으로 간직하려는 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그렇기에 봄에 버드나무가지는 물이 한창 올라오기 때문에 우리가 버들피리를 만들 수 있었고, 가을이면 식물이 여름동안 태양을 호흡하며 비축한 기운을 열매와 씨앗으로 저장하기 때문에 추석과 추수감사절을 윤택하게 지낼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람도 소우주이기에 자연의 순리에 맞춰서 인체의 생리도 그렇게 흐르고 있는 것이고 거기에 합당하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고 하나라도 벗어나게 되면 질병을 앓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양생법으로 "봄과 여름에는 밤에 잠자리에 들어 아침 일찍 기상하고, 가을에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겨울에는 일찍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도 늦게 일어나라"고 하고 있습니 다. 이것은 하나의 예를 들어 이야기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활의 양태를 자연의 순환 흐름에 맞게 살아가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는 겨울철은 나태하기 쉽고, 감기가 많기 때문에 운동으로 이를 물리쳐야 한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그렇지만 그 운동이란 것이 땀이 촉촉이 배일 정도의 가벼운 운동을 말하는 것이지, 땀이 줄줄 흐르게 운동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겨울철은 바깥의 기운이 차기에 인체 피부는 주리를 치밀히 하여 내부의 기운이 밖으로 방출되는 것이 적어지는 것이 생리적인 것인데, 너무 움직이지 않거나, 혹은 외부의 찬 기운으로 표피 기운의 흐름에 장애가 생기면 내부에서는 열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러한 열을 식히고, 겉으로 기운이 잘 흐르도록 우리 선조들은 동치미를 만드는데 고추를 넣어서 만들고 겨울에 먹도록 하였던 것입니다.

이처럼 수레바퀴 위에서 그 흐름에 순행하는 삶을 살아가는 이는 모든 일이 순조롭고 행복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 칸은 더 뛰어 넘어간다던가, 아니면 거꾸로 갈려고 한다면 이는 이치를 역행하는 것이기에 거기에 합당하는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만 하는 것이 세상사는 이치이지 않나 싶습니다.

신현대 경희의료원한방병원장

입력시간 2001/12/2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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