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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자 양산 '방조'대책?

신용불량자 양산 '방조'대책?

알맹이 빠진 신용카드 발급기준 강화 방안

정부가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신용카드 발급기준강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규제완화 등을 이유로 `알맹이'를 빼버려 논란과 함께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최근 ▲미성년자에 대한 카드 발급시 법정대리인의 동의 의무화 ▲신용카드사에 대한 카드발급 신청인의 소득증빙 구비 의무 부과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마련,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는 카드회사가 신청인 신분이나 발급의사 확인없이 무분별하게 카드발급을 남발,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가 하면 카드 부정사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빈발하는 등 사회적 부작용이 잇따라 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 같은 부작용은 곧 신용사회와 정보화사회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거꾸로 가는 신용사회

그러나 규제개혁위원회는 신용카드사의 소득증빙 구비 의무 규정에 대해서는 실제적인 규제 피해자가 일반국민이 될 수 있다며 금감위에 철회를 요청했다.

신용카드사에 대해 카드발급 신청인의 소득증빙 구비의무를 부과할 경우 실제로는 카드발급신청자가 근로자소득원천징수영수증, 예금확인서 등 관련 증빙을 갖추기 위한 규제준수비용(수수료, 교통비, 시간소모)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 규개위의 설명이다.

또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 동의의무 규정 신설은 금감위가 삭제키로 결정, 백지화 됐다. 규개위는 5일 경제분과위 회의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카드발급시 법정대리인의 동의 의무 필요성을 인정했으나 금감위가 이틀뒤 간담회에서 돌연 이 조항을 `지나친 규제'라며 삭제, 없던 일로 해버린 것이다.

이 같은 금감위나 규제개혁위원회의 결정 등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숲은보지 않고 나무만 본다’거나 ‘멀리 보지 않는 단견’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나아가 카드사들의 눈치를 심하게 살피거나 카드사들의 로비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시민단체 등의 그 같은 시선의 근저에는 먼저 내년에 신용카드업계의 대전이 벌어진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신용카드 업계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면서 6개 금융회사 및 기업이 내년에 전업 카드사로 진출할 계획이다.

이들이 진출할 경우 전업카드사는 기존의 7개에서 13개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 전업 카드사 진출을 준비중인 업체는 이미 신용카드업 인가신청서를 제출한 산은캐피탈을 비롯 조흥은행, 우리금융지주사, 롯데그룹,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이다.

신용카드업 인가신청서를 금감원에 제출한 산은캐피탈은 인가요건에 대한 심사가 마무리돼 금융감독위원회의 인가를 받으면 내년 2월께 영업을 시작할 전망이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된 다이너스카드는 현대카드로 이름을 바꾸고 내년부터 사실상 새로 영업을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우리금융지주사도 평화은행을 전업 신용카드 자회사로 재편키로 했으며, 겸업 카드사를 운영중인 조흥은행과 신한금융지주사, 하나은행도 카드사업 부문을 떼어내 신규 전업 카드사 설립 허가를 제출할 예정이다.

롯데그룹도 400여만명의 백화점 카드회원을 등에 업고 내년 초 신규카드사 설립을 위해 사업제안서를 제출하는 등 서두르고 있다.

너나 없이 신용카드업에 뛰어드는 것은 기존의 BC, 국민, LG, 삼성, 외환, 현대, 동양 국내 7개 신용카드사가 지난 3ㆍ4분기에 모두 4,75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 대전 임박, 카드남발 예고

그렇다면 카드 대전은 어떻게 전개될까.

새로 진출하는 카드사들이 기존의 카드사들의 고객들이나 미성년자 등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려는 젊은 층을 상대로 공격적 마케팅을 할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한마디로 카드사들의 춘추전국시대로 선발ㆍ후발, 재벌계ㆍ은행계간에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경쟁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전자는 회원들에 대한 서비스 확대이고 후자는 무분별한 회원확보 경쟁으로 인한 신용불량자 양산 우려 등이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무분별한 회원 확보 경쟁으로 인한 문제점들에 대해 많은 지적을 받아왔다.

금감위가 당초 ‘여신전문 금융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만든 것도 그 같은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다.

개정안이 시행되어도 제대로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였는데 그나마 알맹이가 모두 빠져버렸으니 한마디로 ‘물건너’갔다고 밖에 할 수 없다. 후퇴한 안은 카드발급 신청인본인 여부와 소득 있음을 확인토록 했으나 카드업체가 다양한 방법으로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이와함께 미성년자, 대학생 등 일정소득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현행규정대로 부모 등 일정소득이 있는 보호자의 카드대금 결제의사를 확인토록 했다.

그러나 그 같은 안으로는 카드업계가 크게 늘어나 사활을 건 싸움을 벌어야 하는 상태에서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더 불거질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신용불량자중 카드사용자가 40%

우리나라의 신용불량자는 3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중 신용카드 신용불량자수가 전체의 40%에 달한다.

특히 미성년자 신용불량자는 올해 1분기 500여명에서 7월말에는 6,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급증추세다.

신용카드부정 사용 등에 따른 사고발생 건수와 피해액도 99년 2만8,976건, 245억원에서 2000년에는 12만6,513건, 423억원으로 급증했다. 부정사용은 실제로는 이보다도 많을 것이라는 것이 카드업계의 말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미흡하지만 개선안을 만들었다가 그나마 뒷걸음을 쳐버렸다.

경실련은 ‘카드발급 남발과 고액한도 책정-사용시 본인 미확인-높은 사고발생과 연체율-높은 수수료-신용불량자 양산’이라는 악순환 구조를 ‘신중한 카드발급-사용시 본인 확인-낮은 사고발생과 연체율-낮은 수수료-신용불량자 발생 억제’라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할 정부가 업계에 치우친 듯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난했다.


도난 분실카드 사용하다 큰 코 다친다

정부의 신용불량자 양산 방지 대책이 뒷걸음질 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자기분야에서의 대책을 마련했다.

경찰청은 국내 신용카드 회사와 각 지방경찰청 112센터가 연계, 신용카드 부정사용시 경찰관을 즉각 출동시켜 검거하는 ‘오토콜(Auto Call) 시스템’을 운영한다.

`오토 콜' 체제는 도난ㆍ분실카드가 부정하게 사용될 경우 각 신용카드사에 경보음이 울리고, 이는 다시 각 지방청 112센터에 연결돼 현장에 경찰관을 즉각 출동시켜 범인을 조기에 검거하는 방식.

실제로 지난해 10월부터 1년간 서울경찰청과 삼성카드사가 `오토 콜' 체제를 시험가동, 이 기간에 신용카드 부정사용 행위자 410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삼성카드가 2000년 10월 1일 회원의 카드사고 예방 및 보호를 위해개발, 운영하고 있는 인공지능 사고검색시스템(FDS)은 방대한 데이터 가공 및 통계 수단을 활용한 예측모형에 의한 승인시점 카드사고를 예방할 수있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쌀 30만원 정도 사용하는 회원이 1~2일 사이에 100만원이상의 고액증인이 들어오거나, 여성의 카드인데 이발소나 안마시술소등에서 승인요청이 들어올 경우, 삼성카드 FDS에 의해 1차 적발되고, 이후24시간 전담사원이 가맹점, 회원에게 전화로 화인하며, 본인이 아닐 경우 경찰에 즉시 신고함으로써 부정사용자를 현장에서 검거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kchim@hk.co.kr

입력시간 2001/12/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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