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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계] 게이트 풍파에 정치권 '멀미'

[정치풍향계] 게이트 풍파에 정치권 '멀미'

세밑 정국이 뒤숭숭하다. 새해 예산 지각처리 뒤끝이 개운치 못하고 각종 ‘게이트’ 에 대한 검찰수사의 칼끝이 정치권으로 겨눠지고 있는 탓이다.

여느 때처럼 예산조정은 심도 있는 심의의 결과가 아니라 여야의 나눠먹기와 주먹구구로 이뤄지는 구태가 되풀이됐다.

그나마 최종 처리과정에서 법인세인하를 둘러싼 공방으로 본회의 처리가 무산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국회법과 합리적 토론에 의해 의사진행을 이끌지 못하는 의회정치 후진성을 다시 한번 확인케 한 사건이었다.


여야 공방, 예산안 지각처리

여야가 법인세 2%포인트 인하안을 1%포인트 인하안으로 수정하는 데 합의했으나 재경위 민주당 간사인 정세균 의원이 본회의 반대토론을 통해 “대선을 의식한 야당의 대 재벌 세금퍼주기”라고 비난한 것이 파행의 발단이었다.

한나라당은 여야가 합의한 안건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매도한 것은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퇴장, 예산처리가 무산됐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총무의 공식사과와 속기록 삭제를 요구했다. 법인세 인하문제와 관련해 ‘재벌비호당’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세금퍼주기 비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감정적인 대응을 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민주당측이 나름대로 경제적 논리를 갖추고 있는 법인세 인하 문제를 정책적 관점에서 비판하는 수준을 넘어 대선전략과 재벌비호라는 측면만으로 매도한 것 역시 편협했다는 지적들이다.

여야의 분위기로는 12월27일이나 돼야 예산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지난해 이어 또다시 새해예산 지각처리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진승현 게이트와 관련해 신광옥 전 법무차관과 김은성전 국정원 2차장 사법처리가 일단락됨에 따라 그 동안 각종 리스트에 오르내리던 정치인 수사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신 전 차관을 구속하면서 “우리 식구를 엄정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다른 비리를 수사하는데 장애가 된다”고 자못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이는 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정치인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표현으로, 한마디로 검찰이 독이 올라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정치권이 적지않게 긴장하고 있다.

검찰은 우선 진승현씨의 로비스트였던 김재환씨에게서 5,000만원을 받았다는 민주당 김방림 의원부터 소환해 사실 여부와 대가성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어 지난 해 4ㆍ13 총선 당시 진씨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은 의원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문제는 진씨의 진술과 김은성씨가 작성했다는 리스트의 내용인데 일단 정치인 명단이 검찰수사 과정에서 거론되면 소환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 때 자금을 지원 받은 인사로는 여야 의원 10여명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돈을 받은 뒤 진승현 게이트 수사과정에서 구명로비를 했거나 대가성이 없다 하더라도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측은 진씨의 로비대상은 모두 여당측인사라며 여기에 야당의원들을 끼워 넣어 물타기를 시도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게이트관련 정치인들 줄소환 예상

진승현 게이트 외에 제4의 게이트로 불리는 윤태식게이트의 파장도 만만치 않다. 윤씨가 보안전문 벤처업체인 ‘패스21’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김현규 전 의원을 내세워 정치권인사들에게 로비한 사실이 드러나 이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패스21의 기술 시연회에 참석한 여야 정치인들과 패스21 주식을 보유한 정치인을 우선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며 차명주주 중에 정치인 포함 여부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김현규 전 의원 등은 벤처기업이 커가는 과정에서 당연히 있을 수 있는 로비를 무조건 비리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유망한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인정 받지 못해 상용화가 어려울 경우 정치권과 관련부처를 상대로 기술을 인정 받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한 데 이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억울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금품거래가 있는지는 검찰의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 어쨌든 검찰은 윤씨가 주식매각 등을 통해 불법적으로 조성한 70억원 대의비자금의 행방과 정치권 유입 여부부터 파고든다는 방침이어서 정치권이 이 사건의 파문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계성 정치부차장 wkslee@hk.co.kr

입력시간 2001/12/2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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