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벤처다] 아들 탤런트 교육으로 '내일을 꿈꾸는 모정"

“아이가 달라지는 모습에 고생이 씻은 듯이 사라집니다.”

주부 정지숙(30)씨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의지의 한국인’이란 소리를 종종 듣는다. 자식을 위한정씨의 지난 2년간의 고생을 알게되면 누구든 이 말에 수긍이 간다.

정씨는 기업체 대리인 남편과의 사이에게 강산(5)과 강빛(3) 두 아들을 두고 있는 평범한 전업주부다. 인천 부평에 살고 있는 정씨는 큰 아이 강산이가 생후 32개월 되던 2000년 3월 초부터 지금까지 거의 2년 동안 여의도에 위치한 모연기 학원에 두 아들을 데리고 간다. 다름 아닌 장남 강산이에게 탤런트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다.


“톱탤런트 될때까지 밀어줘야죠”

강산이를 위한 정씨의 노력은 눈물겹다. 정씨는 강산이의 탤런트 교육을 위해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부평에서 지하철을 타고 영등포로 와서 시내버스를 타고 이 학원에 온다.

그것도 젖먹이 강빛이를 등에 업고 한 손으로 강산이를, 다른 한 손에는 우유와 기저귀가 든 가방을 든 채로. 몸은 힘들지만 정씨는 강산이가 연기 교육을 받으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힘든 마음이 눈녹듯이 녹는다.

“산이는 생후 28개월이 되니까 가게간판이나 벽보 등에 쓰인 한글을 하나둘씩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산이가 막 걷기 시작한 32개월째 되던 때 아이 손을 잡고 연기 학원을 찾았습니다.

당시 막내 빛이는 생후 7개월 된 젖먹이였지요. 빛이를 가슴에 품고 산이의 손을 잡고 1시간 넘는 길을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다녔습니다.”

정씨는 강산이가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동안 복도에서 강빛이에게 젖을 물려주고 기저귀를 갈았다. 한 겨울 강빛이가 감기가 들어 기침을 할 때도 정씨는 이불과 옷으로 둘러싸매고 학원에 왔다. 처음 의아하게 생각했던 학원 관계자들도 정씨의 노력에 감복, 지금은 강산이의 열렬한 팬이 됐다.

“산이가 방송국 교양 프로 주연을 맡아 자막에 ‘아역 강산’이 나오는 것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나왔습니다. 제 바람은 물론 산이가 정상급 탤런트로 크는 것입니다. 지금은 고등학생이 돼 스스로의 진로를 결정할 때까지 산이가 실증을 내지 않고 잘 다녀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정씨가 이처럼 강산이에 집착하는데는 산이의 재능도 있지만 정씨 자신의 못다 이룬 한풀이도 한 몫 한다. 학창 시절 정씨의 꿈은 인기 연예인이 되는 것이었다.

여고 2학년 때는 탤런트가 되려고 현재 강산이가 다니는 바로 이 학원에서 면접 테스트를 받고 합격까지 했다. 그러나 부모님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중도 하차해야 했다. 그 아쉬움을 자식인 산이가 풀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이다.


"버스ㆍ전철타고 것도 힘들지 않아"

정씨는 두 아들에게 다른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처럼 해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최근 들어선 강산이가 자주 방송 촬영을 나가는데 자가용이 없어 버스나 전철을 태워 다녀야 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다. 의상도 다른 아이들처럼 유명 메이커는 못 입히고 친척 언니가 운영하는 보세 제품을 사서 입힌다.

강산이는 지난해부터 연기력이 좋아지고 얼굴이 알려지면서 방송국으로부터 자주 출연 요청을 받는다. 아직 연기자 등급이 없어 드라마는 회당 약 3만원, 광고 CF 15만원 정도를 받는 게 고작이다.

‘어느 탤런트가 제일 좋으냐’는 질문에 학원 같은 반 친구인 ‘권오민’(SBS ‘여인천하’의 세자역)을 꼽을 정도로 철부지인 강산군. 그 맑은 눈망울에 거는 어머니 정씨의 큰 기대를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2/01/09 18:17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