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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때문에 초가삼간 태워선 안된다

위기의 벤처…각종 게이트 여파로 돈줄 막히는 등 피해 심각

"벤처 기업이 성장하면서 한국의 기업 생태계가 짧은 시간 안에 바뀌었습니다. 대기업으로만 몰리던 인재가 벤처를 택하면서 인적 자원이 고루 분산되는 성과도 거두었지요."

1월17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벤처리더스클럽 회장인 변대규 휴맥스 사장은 조심스럽게 말문을 얼었다. 변사장은 이어 이렇게 말했다.

"여러가지 '게이트'를 거치면서 벤처 전체가 매도되니 좋은 성과마저 부인될까 두렵습니다."


경제 견인차서 각종 의혹의 진원지로

벤처 업계에 심각한 위기감이 돌고 있다. 일부 벤처들이 각종 권력형 비리사건(게이트)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벤처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격화돼 자칫 벤처 업계 전체가 '도매금'으로 매도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들어 잇따른 벤처 관련 게이트의 여파로 테헤란 밸리에 돈줄이 말라 거친 숨을 내쉬는 벤처기업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벤처를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 않다. 재벌구조를 타파하고 21세기 한국경제를 이끌 우리 경제의 견인차라는 찬사는 이미 옛말이 됐고, 이제는 각종 의혹과 비리의 진원지로 추락해 복마전이나 사기꾼으로까지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변 사장이 참석한 행사는 최근 벤처기업인이 연루된 각종 게이트와 관련해 국내 대표적 벤처 기업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입장을 밝히는 자리였다. 벤처기업협회 등 벤처관련 7개 단체 회장과 회원 50명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벤처기업 관련 사건을 바라보는 벤처기업인의 입장'을 발표하고 25일 '벤처기업인 윤리강령'을 선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법조계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무가가 참가하는 윤리위원회(가칭)을 만들어 비리 벤처기업을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등의 시스템을 만드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서 자성과 제안 등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왔지만 핵심 메시지는 빈대(시입벤처)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제대로 된 벤처)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장흥순 터보테그 사장 겸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신경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벤처산업으로 인재와 돈, 정책이 모이느 과정에서 한두 사람의 비리기업인이 나올 수 있다"먀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성실히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데 이바지하는 벤처인이 훨씬 많기 때문에 그림자보다는 빛을 봐달라"고 말했다.

실제 상당수 벤처기업들은 차별화된 기술과 마케팅으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위성방송용 셋톱박스 제조업체인 휴맥스는 유럽의 대리점 시장을 뚫어 지난해 2억달러의 수출을 달성했다. 기술은 하이테크가 아니었지만 틈새시장 공략이라는 기획과 마케팅으로 성공한 것이다.

또 아이디스는 감시카메라 16대분의 영상을 2개월까지 저장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에 공급했다.

코어세스는 경쟁이 치열한 초고속인터넷 중계장비 분야에서 신제품 개발에 성공, 지난해 2억4,000만달러를 수출했고, 임직원이 47명에 불고한 한송하이테크는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던 인쇄회로기관(PCB) 장비를 국산화해 세계적인 기술업체로 인정받았다.

사실 세계최강이라는 국내의 온라인 게임시장도 벤처기업의 활약이 없었다면 이루기 힘들었고, 세계 정상급을 다투며 수출효자로 떠오른 이동통신 관련 사업도 수많은 관련 벤처기업의 기술개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장중심의 경쟁체제로 바뀌어야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주장은 맞다. 벤처업계에 벤처정신이 퇴색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로비와 머니게임으로 횡재를 하는 벤처가 늘어나면서 기술개발과 아이디어에 승부를 걸겠다는 모험정신은 빛을 바래가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벤처가 옥이고 극소수가 돌이란 이분법은 곤란하다.

벤처기업인만의 탓은 아니다. 오히려 현 정부가 집권 초기에 보여준 이상할 정도의 벤처 집착과 정부 주도의 지원 및 양산 정책, 허술한 감시체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병폐와 비리를 유발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벤처기업인들도 벤처 정책이 180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창업지원중심의 온실 정책에서 무능한 벤처는 빨리 망하고, 유능한 벤처는 빨리 성장할 수 있는 철저한 시장 중심의 경쟁정책으로 전환하고 정부는 시장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반칙을 하는 벤처에 응징을 가하는 심판관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력시간 2002/01/2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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