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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끝내기 실착…이창호 기사회생

[바둑] 끝내기 실착…이창호 기사회생

이창호의 '미완성의 승리- V100'(31)

역사란 과연 필연의 축적일까. 또 그에 대한 가정이란 덧 없는 공상에 불과한 것인 줄 알면서 계속 되풀이하고픈 이유는 이세돌을 지켜보며 내내 품었던 의문이다.

그는 꼭 1년전,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더가 간신히 LG배 출전권을 따냈었다. 안조영 5단과의 예선 결승서 역전을 거듭한 끝에 극적 반집승을 했던 것. 약관에도 못 미치는 나이에 세계 무대를 밟고 파죽지세로 급기야는 결승까지 쳐 올라간 신화를 열어준 그 반집. '운명'이란 표현만으로 뭔가 미진하다.

'스탠드의 환호'는 나이 어린 '언더 독(under dog)'쪽에 압독적으로 많이 쏠린다. 22세의 알리가 무명시절, 당대의 철권 소니 리스턴을 무너뜨리면서 복싱을 세계적인 붐을 탔다.

14세 소년 이창호가 스승 조훈현을 처음 꺾고 최고위에 올랐을 때, 그 2년 뒤 50세의 거목 린하이펑 마저 딛고 첫 세계 정상에 섰을때 팬들은 열광했다.

승패에 관계없이 이번 드라마의 주연은 이세돌이었다. 만 17세 소년이 파죽지세로 결승에 올라 '지존' 이창호에게 선제 2연승하자 바둑계는 천지개벽이라도 맞은 듯했다. 변화에 대한 갈구는 시대와 분야를 초월한 관객들의 영원한 속성인지 모른다.

바둑은 여전히 3국을 진행함에도 진전이 없었다. 1, 2국에서 보여주었던 그 무기력감도 여전하고 이세돌의 악착같은 집요함도 여전히 강미를 더해 이세돌의 3연승은 기정사실화 하였다. 그래도 3국이 분수령인 것은 3국을 지게 되면 1:2로 변하지만 쫓기는 자의 불리함에다 이창호라는 수문장이라는 특수성(상대의 입장에서)이 있어서 이 한판이 문제였다.

과거 86아시안게임에서 탁구의 유남규가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장지아량을 상대로 얼토당토 않은 9:16의 스코어에서 22대 20으로 역전을 해낼 때를 기억하는가.

그때 유남규는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한점 한점 따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스코어가 많이 벌어져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에게 흐름을 끌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딱 이창호와 이세돌에게 어울리는 말이었다.

아주 내침김에 3:0으로 보내버릴 요량으로 이세돌은 1, 2국보다도 더 공격적이었다. 한창 물이 오른 즈음 주최사인 서울방송은 정규방송 관계로 중계를 마쳐서 전국의 수백만 바둑 팬들의 질타를 받는다.

해설자 조훈현 9단의 마지막 멘트는 "반면으로 비슷한 승부, 이변이 없는 한 백승은 부동으로 보인다"였다.

하지만 SBS TV가 중계를 끊자마자 형세가 뒤집어 졌으니 방송국도, 조9단도 미칠 노릇이었을 것이다.

이세돌의 연속된 실착으로 형세는 미궁에 빠졌으나 아직도 역전은 아니었다. 먼길을 포기하지 않고 줄기차게 달려온 이창호가 마침내 상대를 앞지른 것이다. 이번 결승 5번기의 분수령이자, 앞으로 두고 두고 회자될 역사적 장면이 펼쳐진다.

백이 좋다는 설이 강하게 대두되었으나 154번째 수로 한 발 비켜나가는 것이 정착이었다. 그랬다면 정말 눈 터지는 계가 바둑이었다. 이 그림이 백으로선 마지막 찬스이기도 했다.

마(魔)가 끼인 듯했다. 이세돌의 그 자신만만한 태도는 온데 간데 없고 끝내기 과정에서 아마 5단이라도 그렇게 당하진 않을 테다.

서서히 양보를 하더니 이제는 양보하는 것이 미덕이 되어버렸는지 한 수를 놓을 때마다 차이가 좁혀진다. 이 세돌의 꼭 1, 2국에서 이창호가 그랬던 것처럼 희한하게도 다 이긴 바둑을 힘없이 역전 당하고 만다.

[뉴스화제]



·유창혁, 13연승 질주- 패왕전

유창혁 9단이 1월 10일 한국기원에서 벌어진 제36기 패왕전 본선 13국에서 정대상 8단을 맞아 266수만에 백으로 불계로 이겨 13승 달성에 성공했다.

이날 대국에서는 속기와 난전으로 이름높은 정 8단이 초대형정석을 유도해, 난전을 벌이며 승기를 잡으려 했으나 유 9단의 연승행진을 막지는 못했다.

한편 전기우승자인 이창호 9단은 18연승에 성공한 바 있다. 다음은 안달훈 4단이다.


·루이, 새해에도 최강- 현미진에 선승 거둬

루이 아니웨이 9간이 도전 국에서 가볍게 선승하며 대회 2연패의 가능성을 높였다.

1월11일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벌어진 제3기 여류명인전 도전1국에서 루이 9단은 도전자 현미진 2단을 맞아 특유의 완력을 과시하며 135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고 타이틀 방어에 유리한 고지르 선점했다.

입력시간 2002/01/2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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