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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의 영화세상] 스크린쿼터를 유지하려면

[이대현의 영화세상] 스크린쿼터를 유지하려면

아니나 다를까, 난리다. 벌써 몇 년째 반복하고 있다. 경제를 관장하는 정부부처(외교통상부나 재정경제부)에서는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를 줄일 수 밖에 없다고 하고, 문화관광부와 대부분의 영화인들과 시민단체는 ‘절대불가’를 외친다.

1월22일 정부가 한미투자협정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스크린쿼터를 어떤 식으로든 줄이겠다는 뜻을 비추자 이를 비난하는 성명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민예총,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등 13개 시민단체가 23일 “국제협약에서문화적 예외를 인정하고 스크린쿼터제를 현행대로 유지하라”는 성명서를 냈고, 예술단체가 주축인 가칭 세계문화기구구성을 위한 연대회의 준비모임 역시 “재경부는 문화주권 팔아먹는 굴욕적인 한미투자협정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영화관련 단체들도 비슷한 성명을 냈다.

줄이거나 폐지하자는 쪽은 미국과 투자협정을 체결하는데 스크린쿼터가 중요한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축소나 폐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다른 분야에서 투자유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절대불가’를 외치는 쪽의 주장은 영화는 문화이고 정신인데 이를 경제적 시각에서 미국에 팔아 넘기지 말라는 것이다. 스크린쿼터폐지를 주장하는 사람은 아직도 매국노에 가까운 취급을 받는다. 맞다.

영화는 분명 문화이자 우리의 정서이다. 할리우드에 맞서 우리영화가 생존할수 있는 가장 큰 버팀목이 스크린쿼터제인 것도 사실이다.

지금 한국영화가 시장점유율 50% 가까이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스크린쿼터 덕분이다. 아직도 많은 극장들이 가능하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흥행이 확실한 한국영화만을 선호하니까. 문제는 스크린쿼터가 있는 동안 한국영화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느냐 이다.

영화인들이 내세운 스크린쿼터 축소나 폐지의 전제 조건은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와 같은 시장점유율 40%였다. 그런데 지난해 그것을 넘어버렸다.

그러자 다시 그 앞에 안정적, 지속적이란 조건을 달았다. 한국영화의 자생력 확보에 있지 수치상 40%를 넘어서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결국 지금의 한국영화는 말이 점유율 40%지 불안하다는 얘기다. 시민단체들의 성명서에는 “예술성이나 작품을 추구하는 다양한 장르 영화보다는 대중적 상품성을 갖는 코미디나 ‘조폭영화’에만 돈이 물리는 현실에서 스크린 쿼터제 폐지로 당장이라도 충무로의 돈 줄을 끊길 경우 모래성처럼 무너질”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맞는 말이다. 그러니 그것이 누구의 책임인가. 최근 한국영화의 흐름을 보면 문화의 다양성과는 거리가 멀다.

공룡 배급과 투기자본으로 일회 소비성 상업영화만 살고 작가주의 영화는 설 곳이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스크린쿼터’의 보호 아래 결국은 우리가 욕하는 할리우드 상업영화와 비슷한 한국영화만 배를 불리고, ‘문화’ 정신’이라고 말하는 예술, 작가주의 영화는 죽이고 있는 셈이다.

한국영화 제작자들이 외화에 비해 낮은 극장부율을 50대 50으로 올려 달라고하자, 극장들이 ‘그러면 스크린쿼터를 없애라”라는 반발은 또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강제로 상영하게 해놓고 우리에게 손해보라고?”라고 주장하는 그들에게 흥행이 안 되는 작가주의 영화를 강요할 수는 없다. 제작자들의 욕심이 우리영화의 다양성, 관객들의 다양한 영화 관람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오죽하면 김소영 영상원 교수는 ‘아틀란티스 혹은 아메리카’(현실문화연구 펴냄)라는 책에서 “한국영화라는 개념에서 마이너리티 영화로의 개념 및 범주의 확장이 필요하다.

즉 한국영화에 대한 현행 스크린쿼터를 제작비의 일정규모를 기준으로, 영화의 국적에 관계없이, 세계의 각 지역에서 온 저예산 영화를 포함하는 것으로 전환시키는 미래지향적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까지 했을까. 지키지 않으면 처벌하는 규제가 아니라 저예산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 세제혜택과 지원을 해주는 포지티브한 방법으로 바꾸는 것도 생각해 볼 때가 됐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스크린쿼터’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 문화의 다양성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 그 책임은 분명 영화인들에게 있다.

이대현 문화과학부 차장 leedh@hk.co.kr

입력시간 2002/01/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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