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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昌' 고지를 선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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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부총제 레이스 이상 열기, 권력분점시대 '영역확보'

5월9일 대선후보 선출과 당 지도부 0구성을 위한 전당대회를 동시 개최키로 한 한나라당은 요즘 부총재 경선을 둘러싼 열기로 후끈하다.

대선후보 경선이 메인 이벤트임에도 당 안팎의 관심은 오히려 부총재를 뽑는 레이스에 더 쏠려있다. 이는 언뜻 ‘결과가 정해져 있는 게임’(대선후보 경선)과 ‘결과를 짐작할 수 없는 게임’(부총재 경선)이라는 차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 같은 이상 열기는 이번 부총재 경선이 ‘이름 뿐인’ 부총재가 아닌 ‘실질적으로 힘을 행사하는’ 부총재를 뽑는 행사라는 데 그 원인이 있다. 새롭게 선출되는 부총재들은 기존의 부총재들과는 정치적 위상이 엄청나게 다를 수 밖에 없다.


당권·대권 분리로 당내 위상 현격한 차이

이번 대선을 전후로 우리 정치권은 권력 분점의 시대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제왕적 대통령’, ‘제왕적 총재’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총재의 연두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후 당권과 대권을 나누겠다고 약속했고, 민주당은 한발 앞서 대선 전 당권과 대권의 분리를 이미 결정했다. 결국 대선 후에는 당의 권력 구조가 적어도 현재의 1인 지배 체제로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본다면 5ㆍ9 전당대회서의 부총재 경선은 ‘포스트 이회창’을 겨냥한 고지 선점 경쟁에 다름 아니다. 집단지도체제 혹은 그 명칭이야 어떻게 되든지 간에 당 지도부에 한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미리미리 자기 영역을 확보해 놓자는 계산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부총재 경선은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해 질 수 밖에 없다. 이미 비주류들은 비주류대로, 이 총재의 측근 그룹은 측근 그룹대로 각개 약진, 또는 전략적 연대를 통해 고지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특히 당내에서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일정 정도의 지지세를 확보하는 등 나름대로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 몇몇 중진들은 이번 경선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해야만 차기가 보장된다고 판단, 전력투구한다는 각오다.


집단지도체제 고려, 1위득표 경쟁

현재의 한나라당 부총재 간에는 공식적으로는 서열이 없다. 선수 연령 등을 고려해 회의석상의 자리를 배치하고 있는 정도다. 2000 년 5월 경선 때 얻은 득표는 오로지 당락만을 결정했을 뿐이다.

당시 경선에서 최병렬 부총재가 가장 표를 많이 얻었지만, 최 부총재는 12명의 선출직 또는 지명직 부총재 가운데 한 사람일 뿐이다.

지난 주 이회창 총재의 방미시에는 가장 나이가 많은 이환의 부총재가 직무 대행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1위와 2위는 엄청난 차이가 나게 된다. 한나라당이 대선 전 까지 총재체제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대선 후에는 집단지도체제로 가게 돼 있는 만큼 유사시에는 1위 득표자가 총재 권한 대행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대선 전에 집단지도체제가 도입될 경우에는 두말 말 나위가 없다.


중진들 대거 출사표

최병렬 부총재는 지난해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당의 대선 후보는 이회창 총재다. 나는 대선 이후의 당권에 관심이 있다”고 여러 차례 속내를 드러냈다.

최 부총재는 가장 두터운 층을 형성하고 있는 보수 성향의 당원들이 주요 지지 기반이다. PK 출신이면서 지역구는 서울이어서 두 지역 모두가 지원 세력화 할 수 있다.

당내 TK 세력의 대표 주자인 강재섭 부총재는 그 동안 “차차기에는 대권에 도전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공언해 왔다. 부총재 출마는 그런 점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징검다리. 강 부총재는 이번 경선에서 자신의 공언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함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이 총재의 측근 가운데에는 하순봉 김진재 부총재가 경선에 마음을 두고 있다. 하 부총재는 이 총재의 암묵적인 지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16대 총선 때 공천 업무를 관장하는 사무총장이었던 점이 표를 얻는데 적잖은 도움이 될 듯 하다. 김 부총재는 이 총재의 든든한 후원 그룹임을 자임하고 있다.

박희태 부총재는 이번 경선을 통해 PK 지역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을 시도할 계획. 16대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에서 석패했던 5선의 서청원 의원도 부총재 경선 출마를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최장수 사무총장 기록을 남긴 김기배 의원도 일찌감치 출마의 뜻을 밝혔고, 4선의 신경식 의원은 충청권 대표주자를 자임하며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영입 인사인 강창희 부총재도 출마 채비 중이다.


비주류·재선그룹도 세 결집에 나서

이부영, 박근혜 부총재, 김덕룡 의원 등 이른바 한나라당 비주류 3인 가운데 부총재 출마 가능성이 높은 이는 이부영 부총재다.

박근혜 의원은 이미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했고, 김 의원도 조만간에 대선 후보 경선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이 부총재의 경우 아직 명확한 입장을 표시하지 않았지만 부총재 경선 출마는 외길 수순인 듯하다. 보수 성향의 의원들에게서 끊임없이 협공을 당하고 있는 이 부총재로서는 당내 개혁 세력을 결집해 이에 맞설 수 밖에 없다.

사사건건 당론에 맞서 온 재선의 김원웅 의원은 개혁 목소리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일찌감치 출사표를 냈다. 당내 정보통으로 꼽히는 정형근 의원, 10ㆍ25 재ㆍ보궐 선거로 화려하게 여의도에 재입성한 홍준표 의원도 부총재 도전을 검토하고 있는 재선 의원들.

이들 뿐 아니라 당내 개혁 성향의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도 자체 후보를 내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미래연대는 지난 주말 1박2일의 워크숍에서 “소장파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미래연대 소속의 한 의원은 “원외까지 포함하면 30여명의 지구당위원장이 소속돼 있는 만큼 부총재 후보를 내면 만만찮은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욱 정치부 기자 feelchoi@hk.co.kr

입력시간 2002/01/3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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