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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특집- 영화] 극장에 여자가 사라졌다?

[설날특집- 영화] 극장에 여자가 사라졌다?

멜로영화 시들, 액션·전쟁 등 남성형 블록버스터 득세

설은 추석과 더불어 영화 제작자들이 노리는 가장 큰 대목. 대목답게 대작 영화들의 포성이 만만찮다. ‘포성’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전쟁 영화, 형사 영화 등 남성 영화가 많기 때문에 나온 표현이기도 하다.

굵직한 남성의 정서를 표현하는 영화가 많은 것이 올 설 영화의 특징. 멜로 시장이 시들해지고, 남성형 대형 블록버스터가 늘어난 탓이다.

블록버스터는 단연 액션이나 전쟁, 재난 영화가 많다. 특히 올 설에는 할리우드 영화의 기세가 높다. 한국 형사 액션물, SF 영화와 할리우드산 전쟁, 액션 영화. 과연 흥행전이 어떤 결과로 나올 지 흥미진진한 게임이다.


·2009로스트 메모리즈

이렇다 할 SF 영화가 없는 게 우리 현실. ‘2009로스트 메모리즈’는 그것을 표방했지만 기술적인측면에서는 정통 SF라고 보기 힘들다.

그러나 역사의 가정, 즉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 암살에 실패했다면 어떻게 됐을까하는 의문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기발한 발상을 뒷수습하는 스토리 전개에 강점을 보인다.

‘블레이드 러너’ ‘에일리언’ 등 할리우드 SF에 비해 기술적으로 화려한 상상력이나 기발한 발명품을 선보이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능력은 꽤 탄탄하다. 일장기를 단 이동국, 광화문 사거리의 토요토미 히데요시 동상, 일본도쿄를 방불케 하는 서울 거리, 모두 눈길을 끄는 소품과 배경.

뒤틀린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한 시간여행이라는 설정도 꽤 흥미로운 발상. 이미 ‘백 투 더 퓨처’ 등 많은 미국 영화에서 써먹은 수법이지만 우리 영화에서 논리적 연산이 다소 복잡한 코드로 영화를 제대로 끌고 간 것은 이 영화가 처음.

무엇보다 지난해 영화 3대 재앙 중의 하나였던 ‘천사몽’의 터무니 없는 설정에 비하면 이 영화는 나름대로 ‘수작’이라고 주장할 부분도 많다.

잘생긴 배우 장동건은 ‘친구’에서의 연기를 능가할 만한 연기력을 보이지 못해 아쉽지만 영화적 설정속에서는 꽤 잘 녹아든 편.

배우로서는 오히려 ‘젠 엑스캅’ ‘동경공략’ 등에서 얼굴을 보였던 일본 배우 나카무라 토오루의 연기가 돋보인다.

‘마누라 죽이기’ ‘투캅스’ 등의 조연출로 강우석 사단의 일원이었던 이시명감독은 ‘상업 영화’를 지향하는 선배 강 감독의 지향점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 그 전략은 꽤 유효해 보인다. 그러나 젊은 남성들이 “왜 이리 지루하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은 의외.


· 공공의 적

아마 신세대들에게 ‘감독 강우석’이란 말은 크게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다.

그는 ‘투 캅스’를 만든 흥행의 마술사라 하지만 그건 모두 90년대 초반의 얘기. 그동안 한국 영화는 화법과 기술에서 참 많이도 달라졌다. 영화 전문지 에서 설문을 하면 항상 ‘최고의 파워맨’으로 선정되는 것 역시 감독으로서의 작품을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배급, 제작자로서의 힘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공공의 적’은. 설 영화중 개봉을 가장 서둘러 일찌감치 ‘입소문’을 노렸던 ‘공공의 적’은 강우석 감독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꼽아도 좋을 만큼 원숙한 영화이다.

주인공 커플은 둘 다 ‘공공의 적’처럼 보인다. 강철중 형사(설경구)는 범행 현장에서 마약이나 뒤로 빼돌리는 것을 보면 아마 형사 경력 중 오랜 기간 뒷거래를 해온 부패 형사.

그리고 이 부패형사보다도 더 악독한 놈이있는데, 바로 돈 때문에 부모를 죽인 조규환(이성재). ‘아메리칸 사이코’처럼 그는 고급 양복을 입고, 겉으로는 출세한 남자지만 오직 ‘비위에 상한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인간.

두 남자의 대결로 긴장감이 고조되면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조역들의 입담이 숨을 한 숨 돌리게 한다. 철중을 미워하면서도 은근히 그를 감싸고 도는 엄반장 역의 강신일, 마약상이자 중독자인 대길 역의 성지루, 칼을 들고 사람 찌르는 각종 방법을 시연하는 용만(유해진) 등 감초연기자들의 연기를 놓친다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한 게 아니다.


·블랙호크 다운

미군은 단 1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던 작전. 그러나 18시간 동안 병사들은 생지옥을 맛보아야 했다. ‘블랙 호크 다운’은 레이저망도 통과하는 무적의 헬리콥터 ‘블랙 호크’호의 추락으로 시작된 1993년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의 미군의 처절한 전투 경험담이다.

’블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스’ 같은 독특한 영화로 상업주의와 작가주의를 결합한 톡특한 영화세계를 구축해 왔으나, ‘한니발’ ‘글라디에이터’로 흥행감독으로 자신의 영화 인생의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진주만’에서 발탁했던 조쉬 하트넷과 이안 맥그리거 등 화려한 배역이 나오지만 개개인의 드라마틱한 과거나 캐릭터는 보이지 않는다.

그들 모두 소말리아 시가전에서 ‘죽거나 혹은 살거나’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한 병사로만 그려질 뿐이다.

가마니로 쏟아 부어도 그 양을 다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은 엄청난 포탄과 총알, 인간적 고뇌와 아픔을 되새기는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대신 전장 보다 저 생생한 비주얼로 승부를 건다. 거대한 전장 한가운데 망루에 서서 전쟁을 지켜보는 기분이다.

그러나 리들리 스콧 감독이 굳이 우겨서 넣었다는 엔딩 타이틀의 자막은 기분을 영 찜찜하게 만든다.

소말리아인은 1,000명, 미군은 19명이 죽었다는 내용. 감독은 영화가 미국의 패권주의를 강변하기 위한 도구로 비쳐질까 두려워 이 자막을 넣었겠지만, 그토록 비장했던 19명 미군의 죽음과 비교되는 1,000명이라는 숫자가 관객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콜래트럴 데미지

희생당한 가족을 위해 몸을 던져 뛰어들 배우를 꼽는다면 해리슨 포드, 브루스 윌리스, 그리고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될 것이다.

지난해 911 테러가 발생하자, 비슷한 소재라는 점을‘핸디캡’으로 꼽아 개봉을 연기했던 ‘콜래트 데미지’는 이제 ‘테러로 연기됐던 바로 그 영화’라는 점을 마케팅 컨셉으로 잡고 흥행몰이에 나섰다.

LA에서 벌어진 테러로 가족을 잃은 LA의 소방관 고디 브루어. 콜럼비아 반군 지도자에 의한 테러에 정면 대응하는 고디는 2차 테러의 대상인 워싱턴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할리우드가 만들어 온 수많은 테러 영화가 그렇듯, 적당한 액션과 두뇌 싸움, 애국주의가 뒤범벅된 영화로 ‘테러’라는 특수가 없었다면 이만큼 주목받지 못했을 영화.

‘Collateral Damage’는 무고한 희생자라는 뜻.


·디톡스

지난해 ‘드리븐’에서 오랜만에 얼굴을 보였던 실베스터 스탤론이 경관역을 맡았다.

경관직에서 해임된 후 병동에 근무하던 경관 제이크 멀로이가 병동에서 환자들이 하나씩 죽어나가는 것을 목격,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로 슬래셔(난도질) 영화와 경찰 주연의 스릴러가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지난해 은퇴한 카레이서로 ‘노쇠한’ 모습을 보여 주었던 스탤론이 오랜만에 힘있는 연기를 보인다. 감독은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일을 알고 있다’의 짐 길레스피.

박은주 문화과학부 차장 jupe@hk.co.kr

입력시간 2002/02/0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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