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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유태준 미스터리… 1인극 인가?

어설푼 탈북드라마, 공안 당국 '방조' 등 연계의혹

‘남북 분단이 낳은 한국형 빠삐용 인가, 이중 간첩 인가.’

탈북자 유태준(34)씨의 영화 같은 북한 재탈출 과정의 일부가 하루 만에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일련의 과정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유씨는 함흥 석탄판매소 판매 지도원 출신의 평범한 북한 노동자였다. ‘남한에 가면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그는 1998년 11월 3살 된 아들과 함께 탈북을 시도, 중국으로 넘어가는 데 성공한다.

중국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던 그는 같은해 12월 옌지(延吉)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되자 한국 귀환을 요구, 고대하던 남한 땅을 밟는 데 성공한다. 2000년 2월에는 어머니 안정숙(60)씨가 입국, 유씨와 합류한다.

그러나 유씨는 2000년 6월 북한에 있는 아내를 데려오기 위해 어머니 안씨도 모르게 재입북을 감행한다. 유씨는 중국과 북한의 국경 초소 경비병에게 중국 돈 400원을 주고 두만강을 넘어 밀입북에 성공한다.

처가가 있는 함흥시에 도착한 유씨는 아내를 불러 내기 위해 연락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처가집을 직접 찾았다가 장모가 보위부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도주한다. 중국으로 나갈 궁리를 하던 유씨는 6월 30일 무산군 보위부 요원들에게 검거된다.


석연치 않은 탈출과정 등 의문 투성이

2001년 3월 남한에서는 뒤늦게 유씨가 밀입북해 북한 당국에 체포된 뒤 처형됐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한차례 소동이 일어난다. 정부는 유씨의 재입북 사실을 알고 월 58만원의 지원금을 중단하고 임대아파트를 회수했으며 주민등록도 말소시켰다.

그러자 3달 뒤인 6월 평양 라디오 방송은 “남한 국가정보원과 결탁한 외삼촌 어머니 동생의 모략에 속아 남한으로 끌려갔다가 북한으로 귀환했다”는 유씨의 인터뷰를 보도, 처형 사실을 부인했다.

그 후 유씨 관련 이야기는 수면 아래로 숨었으나 올해 1월 유씨를 체포한 중국 지린(吉林)성 공안 당국이 유씨의 신원 확인을 한국 대사관측에 의뢰하면서 재탈북 사실이 당국에 알려지게 됐다.

북경 주재 한국 대사관은 유씨가 한국인임을 통보하며 임시 여행증명서를 발급, 입국할 수 있도록 조처했다. 2월 9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유씨는 곧바로 관계기관에 연행돼 조사를 받은뒤 하루 만인 10일 불구속 입건돼 석방됐다.

한편의 영화 같은 유씨의 탈북 스토리에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유씨가 13일 공개 기자회견을 하면서 부터다. 유씨는 언론사 공개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월 북한 당국에 체포돼 32년 형을 선고 받고 평양 정치 보위부 감옥에 수감돼 있다가 철사로 수갑을 푼 뒤 보초를 때려 높이고 창고 지붕을 이용, 5m 높이 담장을 넘어 탈출했다”고 밝혔다.

유씨는 “담장의 고압 전기선을 수인복으로 감아 틈을 벌렸으며 감옥 탈출 후 평양에서 60㎞ 떨어진 순천역까지 15시간을 함흥행 열차 지붕에 숨어 질주까지 간 뒤 국경을 넘었다”며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눈물로 털어 놓았다.

그러나 ‘평양정치 보위부 감옥에서의 탈출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다른 탈북자들의 증언이 잇따르면서 유씨의 탈북 이야기에 의문이 일기 시작했다.

각 언론사들이 문제점을 제기하자 국정원은 유씨가 기자회견을 한 뒤 하루가 지난 14일 밤 “정치 보위부 감옥을 탈출해 중국으로 넘어왔다는 유씨의 말을 사실과 다르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국정원은 “합동신문조의 신문에서 유씨는 2001년 초 ‘조국 반역죄 및 국경 월경죄’로 32년 징역형을 받고 청진 소재 ‘25호 교화소’에 이송돼 있다 5월 풀려나 평남 평성 소재 양정사업소(양정 도정소)에서 일하다 11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보로 압록강을 넘어 중국 길림성 장백현으로 재탈북했다”고 밝혔다.


유씨는 왜 탈북극을 조작했나?

유씨의 거짓 증언이 드러나면서 탈북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 현재 ‘유씨 재탈북 미스터리’의 핵심은 ‘과연 유씨가 아내를 위해 목숨을 건 재입북을 감행했는가’, 그리고 ‘기자회견에서 거짓 탈북극을 조작, 발표한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공안 당국이 유씨의 거짓 기자회견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아 ‘또다른 목적에 유씨가 이용됐을 가능성’과 ‘탈북자 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유씨는 2000년 6월 입북시 조선족 교포 최씨가 소개한 북한 국경 경비대원 4명으로부터 아내가 함북 무산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입북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북한 국가보위부에 체포된 후에도 아내를 만나러 왔다고 진술해 김정일의 특별 석방 지시를 받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씨는 북한 보위부에 체포돼 양정사업소에서 일하던 2001년 5월 평양 문수초대소에 미리 나와 있던 아내와 상면, 체류하면서 평양 라디오 기자회견과 8ㆍ14 TV 기자회견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유씨는 11월 재탈북시 아내를 데려 오려는 별 노력을 하지 않은 채 혼자 압록강을 넘어 중국으로 건너 갔다. 목숨까지 걸고 사지(死地)까지 간 사람치고는 너무 쉽게 목적을 포기한 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씨는 국내에 머물면서 결혼을 전제로 여자를 사귄 적이 있어 ‘아내를 데리러 갔다’는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일부에서는 유씨가 이산가족의 정보를 얻기 위해 북한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설도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북한에 사는 이산가족의 생사 여부 등의 정보를 상당한 돈을 주고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유씨가 탈북극을 과장한 것은 모 월간지와 ‘사전 조율’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유씨는 기자회견장에서 마치 대사를 외우는 듯한 어조로 말을 해 갖가지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유씨가 모 월간지로부터 단독 인터뷰에 응할 경우 돈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아 탈북 과정을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탈북자관리에 문제점 노출

유씨야 어떻든 간에 국정원 등 국내 공안 당국의 대응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국정원은 유씨가 거짓 기자회견을 한지 24시간이 지난 14일 오후 10시에야 언론기관에 해명 자료를 보냈다. 앞서 9일 유씨가 입국해서도 이틀 동안의 짧은 조사만 한 채 유씨를 불구속 상태로 풀어 주었다.

보통 탈북자의 경우 1~2개월의 조사가 이루지는 것에 비해면 매우 이례적이다. 국정원은 재탈북 후 중국 공안에 유씨가 체포된 뒤에도 송환에 전혀 개입하기 않았다고 공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유씨는 지난해 재입북 사실과 처형설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 한때 큰 사회적 이슈가 됐던 인물이다. 그런 요주의 인물을 이처럼 방치됐다는 점에서 분명한 한가지는 당국의 탈북자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유씨가 개인적 사욕을 채우기 위해 재입북-재탈북극을 벌였든, 아니면 이수근 같은 이중첩자이든 그것은 차후 정확한 조사를 통해 밝히면 된다. 문제는 공안 당국의 태도다. 탈북자 관리 소홀이든, 아니면 작전 미숙이든 이번 문제에 대한 확실한 진상 규명과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할 것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2/02/2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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