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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살얼음 위에 선 피켜스케이팅

올림픽 우승 거래 의혹 등 끊임없는 공정성 시비로 얼룩

캐나다가 활짝 미소를 지었다. 러시아 선수에 밀려 동계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에서 은메달에 머물렀던 캐나다의 제이미 세일과 데이비드 펠리티어 선수가 금메달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주 피겨 스케이팅 경기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미소가 아니라 눈물이다.

지난 주 화요일 아침, 금메달이 러시아선수에게 돌아간 바로 몇 시간후, 옐레나 베레즈나야와 안톤 시카루리즈 선수, 아홉 명의 페어 경기 심판관, 그리고 두 명의 레프리가 솔트 레이크아이스 센터의 지하실에 있는 창문 없는 방에서 모종의 모임을 가졌다.

문은 두꺼운 테입으로 막아 기자들이 엿보거나 엿듣지 못하도록 했고, 특히 프랑스 심판관인 마리 하인 르 그뉴의 흐느낌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보안을 철저하게 했다.

미국의 레프리인 론 페닝은 르 그뉴의 불만을 세계 스케이팅 연맹 오타비오 씬콴타 회장에게 전달했다.


프랑스·러시아 심판관 결탁 시비

론 페닝은 지난 주 타임지와의 회견에서 피겨 스케이팅 경기판정에 부당한 압력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페닝은 당시 “르 그뉴는 매우 감정적이었다”면서 “르 그뉴는 러시아 선수들에게 1등 점수를 주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이 분수령이 되어 지난 주내내 솔트 레이크 시티의 올림픽촌과 이를 지켜본 전세계 스포츠계는 르 그뉴에게 누군가 러시아 선수들의 손을 들어주도록 압력을 넣었고, 그 대가로 러시아 심판이 프랑스의 아이스 댄싱 경기팀에게 우승을 안겨주는 식의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올림픽 관계자는 “프랑스는 어떻게 하면 아이스 댄싱 경기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궁리해왔다. 가아이구에 회장이 심판관의 투표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가이아구에 회장은 모든 의혹을 부정하면서 르 그뉴에 대한 압력은 “오른쪽 왼쪽에서 모두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즉, 프랑스와 캐나다의 올림픽 관계자들이 모두 르 그뉴를 회유하려 했다는 것이다. 진실이 무엇이든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은 유례없이 흔들리고 있다. 올림픽 게임의 우승이 화려한 영광 이외에 상당한 금전적 수입까지 보장하는 이상 공정성 시비는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가장 먼저 공정성 논쟁의 대상이 된곳은 심판관의 테이블이다. 지난 수년간 피겨 스케이팅은 유력한 우승 후보자에 대한 심판관들의 표 나눠먹기, 편애와 결탁 등의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3년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심판관 두 명이 서로 양국 선수들에게 투표하기로 사전에 공모한 혐의가 드러나 경고 조치를 받았다. 스케이팅이 화려한 기교의 스포츠이긴 하지만, 스포츠팬들은 그 기교가 얼음 위에 국한되기를 기대한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심판관들의 속임수나 음모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열성적인 스포츠 팬들뿐이었다. 그들에게 흠잡을 데 없는 경기를 펼친 캐나다 선수가 실수를 연발한 러시아 선수에게 밀린 사실에 놀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객관성 부족한 판정방식 개선 시급

정말 놀랄 문제는 어떻게 이 사태가 불거져 나왔는가 하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새 IOC 위원장인 쟈크 로그이다.

로그 위원장이 씬콴타 세계 스케이트연맹 회장에게 압력을 가해 은메달에 머문 세일과 펠리티에 선수에게 금메달을 공동 수여하도록 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캐나다 IOC 위원인 리차드 파운드에게서 나왔다.

로그 위원장과 씬콴타 회장의 합동 기자회견은 공동 금메달이 두 사람의 합작품이란 사실을 알리는 외교적인 조치였다. 파운드 위원은 “사태를 가장 우아하게 해결했다”고 만족했다.

로그 위원장의 적극적인 개입은 전임자인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위원장의 자유방임식 운영과의 결별을 뜻한다. 올림픽 심판 제도에 공격적인 개혁이 이루어 질 것이라는 고무적인 신호이기도하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로그 위원장 자신이 솔트 레이크 시티의 개최지 선정 비리는 물론 수많은 판정 시비에 대해 눈을 감아온 사마란치 전임 위원장과 다르다는 것을 나타낸 신호 정도에 불과하다.

로그는 피겨 스케이팅의 불미스러운 사태로 인해 동계 올림픽이 프로 레슬링같은 천박한 게임이 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다. 현재로서는 그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계속 그런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피겨 스케이팅이 올림픽 종목이어야하는가 하는 물음은 오래 전에 제기됐다. 올림픽 코치인 프랭크개롤은 “피겨 스케이팅은 판정의 객관성이 부족할지 모른다. 시비를 없애려면 모든 경기를 기록 경기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피겨 스케이팅이 올림픽 종목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 섣부르다.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상품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피겨 스케이팅은 동계올림픽 종목 중 TV 시청률이 가장 높고, 판정 시비가 있을수록 스포츠팬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진다.

1994년 토냐 하딩과 낸시 캐리건의 시합은 올림픽 중계 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피겨 스케이팅이 인기 종목으로 자리를 유지하려면 현재의 심판 방식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심판이 뇌물에 눈이 어두워 그릇된 판정을 한다고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들은 왕복 항공료와 숙식비를 제공받을 뿐 별도의 심사비를 받지 않는다. 심판 대부분이 작은 경기의 심판에서 시작해 올림픽 심판까지 올라간 전직 선수들이며 정기적인 재훈련과 시험 등으로 피겨 스케이팅 분야의 최신 움직임을 포착하고 있다.

그러나 초시계나 경기녹화 장면을 배제한채 내려야 하는 심판들의 평가에는 개인적인, 혹은 국가적인 편견이 개입될 소지가 있다. 선수들의 점프 속도나 회전 같은 테크닉 부분의 심판은 그나마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예술성 부분은 보는 사람 나름이며, 음악과의 조화를 주로 보는 창의력 부분 역시 기계로 측정할 수는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심판을 추천한 각국스케이팅 연맹과 심판들과의 인맥이다. 19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에서 캐나다 올림픽 심판관인 진 센프트는 경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다른 심판들이 우승자를 정하는 사실에 격분해 올림픽 관리들에게 항의했다.

페어 경기 당일 센프트는 우크라이나 심판이 캐나다 심판에게 전화를 걸어 서로 상대방 국가의 선수들을 밀어주자고 요구하는 것을 녹음해 증거로 제시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 심판인 발코브가 1년동안 심판 자격을 정지당했고, 센프트 자신도 6개월 자격 정지를 당했다.

정리=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2/02/2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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