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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프레이크 동계올림픽, 판정시비·오심 등 가장 추악한 대회

‘영혼과 맞바꾼 동계올림픽 개최권.’

1999년 1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동계올림픽 유치과정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이 물의를 빚자 ‘성자(聖者)의 도시’ 솔트레이크시티가 만신창이가 됐다며 강한 논조로 비난했다.

유치 과정부터 잡음이 일었던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은 개막식 때 9ㆍ11테러 참사 때 찢겨진 성조기를 등장시켜 스포츠 축제가 아닌 미국인의 상처를 치유하는 ‘애국 쇼’로 변질될 기운마저 느껴졌다.

2주 동안 이런 우려는 그대로 현실로 드러났으며 2월 25일 폐막된 제19회 동계올림픽은 106년 올림픽 역사상 가장 추악하고 지저분한 대회로 남게 됐다.

캐나다 피겨스케이팅 페어 부문 참가자가 실수한 러시아의 금메달 수상 판정을 문제삼고 나서면서 시작된 추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결국 피겨스케이팅 파문이 공동 금메달 수상이라는 임기응변으로 마무리되면서 판정 논란은 다른 종목에까지 불통이 튀었다.

김동성(22ㆍ고려대)과 일본의 데라오 사토루는 쇼트트랙에서, 러시아 선수단은 크로스컨트리에서 오심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마음의 불을 밝혀라(Light the Fire Within)’라는 대회 슬로건은 잇단 판정 시비 탓에 ‘내 메달은 어느 곳에?(Where is mine?)’로 바뀌었다고 비꼬았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맹목적 애국주의(Jingoism)가 판친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마련된 무대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중국의 국영 신화통신 역시 국제빙상연맹(ISU)이 대회 기간 4차례나 제소됐다고 올림픽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를 내렸다.


상처 받은 영웅 김동성과 조작된 영웅 오노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워낙 많아 쇼트트랙 선수들 사이에는 “쇼트트랙은 원래 이런 거야(That’s short track)”라는 말을 자주 한다. 111.12㎙의 짧은 트랙을 반복해서 도는 쇼트트랙에서는 어느 종목보다 선수들의 충돌이 잦다.

대회 기간 고정 심판 5명이 경기마다 주심만을 바꿔서 맡으면서 전 경기를 담당, 판정시비도 그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트트랙은 한국 동계 스포츠 최고의 효자종목으로 자리잡았다.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따낸 금메달 11개가 모두 쇼트트랙일만큼 골드러시를 주도한 종목이다.

하지만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때는 쇼트트랙 때문에 환호성 대신 눈물과 울분을 터뜨려야 했다. 비극의 전주곡은 2월 14일 금메달이 가장 확실시 됐던 남자 쇼트트랙 5,000㎙ 계주에서 민룡(계명대)이 추월을 시도하다 넘어지면서부터 시작됐다.

김동성은 17일 1,000㎙서 준결승서 ‘반칙왕’ 리자준(중국)에게 무릎을 잡히는 반칙에 당했으나 심판들이 못 본채 해 2번째 시련을 겪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종합 1위에 올라 올림픽 다관왕을 눈앞에 뒀던 김동성은 21일 트랙을 13바퀴 반을 도는 1,500㎙에서 1위로 통과했지만 아폴로 안톤 오노(19ㆍ미국)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 처리됐다.

호주 출신인 주심 제임스 휴이시는 오노의 추월을 막으려고 김동성이 투스텝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비디오 판정에서 거짓으로 드러났다.

미국 언론은 일본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불우한 성장배경을 가진 오노를 투혼의스타로 치켜세운 반면 김동성, 민룡, 안현수 등을 더티 스포츠맨으로 맹비난, 영웅 만들기를 노골화했다.


F학점 받은 한국의 스포츠 외교력

한국측은 스포츠 중재재판소(CASㆍCourtof Arbitration of Sports)를 통해 김동성 실격 문제를 정식으로 제소했으나 심판들의 뇌물수수 등 경기 외적인 부당함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국제빙상연맹(ISU)에 제기한 메달결정 번복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솔트레이크시티 지방법원에 고소한 5명의 심판들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성 뿐만 아니라 안현수 역시 남자 1,000㎙에 참가, 결승선을 불과 10여 ㎙ 앞두고 오노 등과 뒤엉켜 메달을 놓치면서 쇼트트랙 불운은 대회 기간 한국팀에게 가장 커다란 화제가 됐다.

박성인 선수단이 22일 기자회견에서 폐막식 불참과 대회 보이콧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강경발언을 해 미국을 제외한 외국 언론의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프랑스의 권위지 르몽드는 22일자 체육면에서 ‘진정한 승자는 김동성’이라고 밝히면서 1,500㎙서 5위를 차지한 프랑스 출신 브뤼노 로스코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한국선수가 약간의 실수를 저질렀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일은 이전부터 행해져 오던 것이고 그로 인해 심판들이 제재를 가했던 적은 없었다 … 이상하게도 오노가 1,000㎙ 결승선서 명백한 진로방해를 저질렀을 때는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라며 판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경기 직후 외신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오노가 두팔을 치켜든 것은 할리우드 연기”라고 밝혔던 이탈리아의 파비오 카르타에 이어 선수 2명이 부당함을 호소한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 “올림픽에서 심판의 불공정한 판정으로 각국 선수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며 한국의 김동성 선수가 대표적인 경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동금메달이 수여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은 CAS 1차 심리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김운용 IOC위원이 “이번 대회는 성공적으로 치러졌고 폐막식 때 한국선수단이 참가할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김 의원은 또 당초 참가를 기대했던 IOC 집행위원회 마저 뚜렷한 이유없이 불참하게 돼 네티즌으로부터 “어느 나라 IOC위원이냐”라는 반발을 샀다. 대다수 국민들도 아시아에서 최다인 3명의 IOC위원을 보유한 한국이 캐나다나 러시아와 달리 너무나 미온적으로 대응했다고 비난했다.


한미 갈등 빌미 제공한 올림픽

김동성 파문에 흥분한 네티즌들은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와 오노의 개인 홈페이지를 해킹을 하는 등 판정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는 이튿날 AP통신이 오노가 1만 6,000여통의 악의적인 e메일을 받았고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협박을 받고 있다는 내용으로 기사화됐다.

공식중계권자인 NBC 토크쇼인 제이 르노는 투나잇쇼에서 “김동성은 너무 화가난 나머지 집으로 돌아가 개를 잡아먹었는지 모르겠다”라는 인종 차별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국내 네티즌들도 차세대전투기(FX)사업에서 미국제품 구매 반대운동을 시작했고 월드컵 예선 때 미국 축구팀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반미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애국감정을 의식해 무리하게 역대 최고의 성적을 낸 미국은 한국민들에게 쉽게 치유되기 어려운 반미라는 상처를 남기고 2주 동안의 축제를 끝냈다.

정원수 체육부 기자 nobleliar@hk.co.kr

입력시간 2002/02/2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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