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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산이 있었네] 지리산- 서부계곡③

[거기에 산이 있었네] 지리산- 서부계곡③

지리산 서쪽 지역의 대표적인 봉우리는 노고단(1,507㎙). 자동차 CF에 등장했던 ‘자동차가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도로’가 있어 더욱 유명하다. 지리산 서부 계곡 산행은 이 노고단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지리산의 아름다움이 집약적으로 모여있는 곳이다.


# 노고단 코스

노고단에 이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동차를 타고 노고단 턱 밑의 성삼재까지 오르는 것이다. 성삼재 주차장에서 노고단까지는 약 2.7㎞.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다. 등산로가 아니라 차가 다닐 수 있는 넓은 길이다.

노고단 바로 아래에 커다란 KBS 송신소가 자리를 잡고 있어 장비와 인력을 옮기기 위해 찻길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코스는 등산이라기보다는 가족 산보용이고 진정한 노고단 코스는 따로 있다. 전남 구례군의 화엄사에서 오르는 길이다.

화엄사 코스는 마지막 부분의 경사가 급한 돌무더기 지역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완만하다. 노고단까지 7㎞로 오르는데에 약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노고단에서 성삼재로 내려가 차를 타고 내려오는 편도 산행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화재방지 입산금지 기간에도 이 코스는 언제나 개방된다. 화엄사와 그 부속 암자들이 골짜기 곳곳에 놓여있다. 은은한 향냄새를 맡으며 맑은 계류를 따라 걷는 맛이 일품이다.

노고단 산행은 흐린 날이 제격이다. 잔뜩 찌푸린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르다보면 어느 덧 몸은 구름 속에 잠긴다. 그리고 구름을 벗어나 뒤를 돌아보는 순간 가슴이 미어진다. 구름은 발 아래에 바다처럼 펼쳐져 있다. 지리산 10경 중 제1경이라고 하는 ‘노고단 운해’이다. 이 운해를 봤다면 지리산에 대한 가슴앓이가 시작된다.


# 연곡사 코스

일명 ‘피아골’이라 불린다. 이름이 내뿜는 강렬한 이미지 만큼이나 대표적인 지리산의 계곡이다. 피아골은 지리산에서도 역사의 아픔이 가장많았던 곳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구한말 의병투쟁, 빨치산 등 피가 흥건한 역사가 이 골짜기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그래서 이름이 그런가. 그렇지는 않다. 곡식인 피(稷)를 많이 길렀다. 피밭골로 불리다가 피아골로 바뀌었다.

원시림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여름과 가을 산행에 제격이다. 매표소에서 주능선의 임걸령까지는 약 10㎞로 오르는 데에만 5시간이 걸린다.

특히 계곡의 상류에 난코스가 많다. 그래서 하산코스로 많이 이용된다. 성삼재에서 노고단에 오른 뒤 능선을 타고 임걸령까지 갔다가 연곡사로 내려오는 길이다. 약 14.2㎞로 6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특히 가을에 아름답다. 맑은 계류를 덮은 핏빛 단풍의 터널이 바람에 흔들릴 때면 세상사를 모두 잊는다.


# 뱀사골 코스

가족 산행에 가장 좋은 코스이다. 산행 기점은 반선에서 주능선의 화개재까지 약9㎞. 꽤 긴 편이지만 4시간 30분 정도면 주파가 가능하다. 난코스가 거의 없는 평탄한 산행이기 때문이다.

지리산의 북쪽 물줄기가 대부분 집결하는 뱀사골은 너른 계곡과 풍부한 수량을 자랑한다. 그래서 여름 장마철에는 심심치 않게 조난사고가 발생한다. 일기가 예사롭지 않으면 우중 산행을 강행하지않는 것이 좋다.

뱀사골은 물이 만들어놓은 절경이 많다. 탁룡소, 병풍소, 간장소 등 지리산의 깊이만큼 깊은 물줄기가 이어진다. 역시 가을철에 좋다. 뱀사골로 올라 피아골로 내려가는 코스가 인기가 높다. 본격적인 단풍철에는 단풍잎보다 더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권오현 문화과학부차장 koh@hk.co.kr

입력시간 2002/02/2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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