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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로 돌아선 외국인, Sell Korea ?

5개월만에 순매수세…차익실현인 듯, 800이후 추이에 촉각

외국인 매매 동향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9ㆍ11 테러 이후 거침없는 순매수로 460대까지 추락한 종합주가지수를 800대까지 올려 놓는 데 1등 공신이었던 외국인이 최근 주식을 내다 팔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 증시를 외국인이 주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순매도 전환은 외국인이 짐을 싸고 있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어 투자자들의 걱정이 아닐 수 없다. 19개월만에 탈환한 800선 등극을 마냥 기뻐할 때가 아닌 것이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Sell Korea)’는 시작된 것인가. 지수 800 이후의 외국인 매매를 점쳐 본다.


2월 4,900억원 순매도 전환

지난달 외국인은 거래소 시장에서 4,9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간 계속된 외국인 순매수 행진이 마감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인은 지난해 10월 1조4,223억원, 11월 1조6,216억원의 대규모 순매수로 테러 공포감에 끝없이 추락하던 증시를 상승세로 반전시킨 뒤 지난해 12월 4,054억원, 올해 1월에도 1,449억원을 순매수, 4개월간 순매수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달 지수가 800선에 가까워지면서 주식을 내다 팔기 시작, 결국 지난 한달 동안 4,9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것이다. 월 단위로 보면 5개월만에 순매도로 전환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가 일단락되고 이제 ‘셀 코리아(SellKorea)’가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상승세가 외국인의 순매수덕분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각은 나아가 “주식 시장이 이제 꼭지를 찍은 것이 아니냐”는 전망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 순매도 미국ㆍ영국계 자금이 주축

특히 외국인 중에도 이번 순매도의 장본인은 외국인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영국계 자금인 것으로 분석돼 이러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은행 및 LG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증시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외국인의 국적은 미국, 영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이다.

또 지난 1월 현재 전체 외국인 거래 대금 중 가장 많은 것은 미국으로 37.2%이고 그 다음이 영국 14.2%, 말레이시아 9.6%, 아일랜드 4.5%, 싱가포르 4.0% 등이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점은 지난해 12월과 올 1월의 경우시장 전체에서 외국인은 순매수를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계 자금은 순매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또 영국계 자금도 지난해 10월과 11월의 순매수후 큰 폭의 매도세를 기록했다. 최근 순매도는 외국인 중 비중이 가장 큰 미국과 영국계 자금이 주축이라는 점에서 외국인의 매도가 본격화했다고 볼수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자금 유출 없을 듯

그러나 외국인 매도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LG투자증권 서정광 스트래티지스트는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더라도 지난 1997년 외환위기때나 99년 대우사태처럼 경제 펀더멘털을 현저하게 훼손시킬 만큼 제반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고 오히려 경기 회복기로의 터닝 포인트를 지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외국인 매도는 테러 이후 유입된 매수세의 일시적인 차익실현 성격이 짙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96년 이후 지수대별 외국인 증권 자금 순유입 추이를 살펴볼 때 집중적인 자금 유입이 있었던 시기가 500~600대라는점과 9ㆍ11테러 이후 외국인 매수가 집중된 것도 같은 지수대임에 비춰볼 때 차익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96년 이후 외국인 증권 자금 추이는 대체로 800선을 전후로 감소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이는 우리나라 증시가 10여년 동안 800선을 중심으로 위 아래로 350포인트의 역사적 변동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800선을 넘어서면 한국시장의 상대적 저평가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차익실현 욕구가 커져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선다는 설명이다.

외국인들은 800선 이상에선 주식을 계속 보유했을 때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기대 수익보다 더크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거래소 상장 기업의 시가 총액이 300조원을 돌파하면서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시가 총액 비중도 100조원을 넘어섰다. 외국인들로선 ‘뿌린 씨앗을 수확하는 관점’에서 접근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단기 차익을 노리고 우리 나라에 들어온 헤지펀드가 차익을 실현하고 나가려한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자금의 투자 성향이 투자은행과 증권, 보험, 연기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최근 외국인 매도를 헤지펀드가 주도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유력하다.


시장매력 확대 “순매수 나설 것” 전망

최근의 외국인 매도를 일부 차익실현 매물로 보는 시각은 외국인 매도가 계속 이어지진않을 것이란 기대와 맞닿아 있다.

특히 외국인 매도를 포트폴리오 재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증시 고수들의 주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외국인의 순매수 패턴이 전기전자, 은행, 증권업종에서 철강, 화학, 유통, 운수장비업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된다.

미국의 투자 은행인 메릴린치사에서 전세계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분석한 서베이자료에 따르면 신흥시장(이머징 마켓) 기업의 이익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펀드매니저가 1월 19%에서 2월에는 27%로 크게 증가했다.

신흥시장이 다른 지역보다 저평가됐다고 응답한 펀드매니저도 1월 35%에서 37%로 늘었다. 이와 함께 향후 1년내에 관심을 가질 업종에 대해서 경기 민감업종(소매, 미디어, 운송)과 기초소재산업에 꼽는 펀드매니저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외국인의 순매수 종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수가 800대를 넘을 경우 외국인들의 매도가 커졌다는 역사적 사실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한국 증시는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점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어느 정도 소화되면 외국인은 다시 순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일근 경제부 기자 ikpark@hk.co.kr

입력시간 2002/03/0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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