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도박] 대세론 뒤흔든 '朴風'

대선 양자대결 구도에 중대변화, 예상보다 큰 탈당 파장

지난주 여의도 정가의 최대 화제는 단연 박근혜 의원의 한나라당 탈당이었다. 박의원 탈당은 실제 탈당 결행 전 정치권이 어림짐작했던 영향력보다 훨씬 컸다. 곧바로 이어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막 의원은 무시 못할 지지도를 보였다.

어떻게 해서든지 박 의원은 붙잡아두려 했던 한나라당은 아직껏 충격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으로서도 '강건너 불구경' 거리는 아니다. 박의원 탈당의 파장이 한나라당에만 영향을 끼치는 국지적인 성격이 아니라 민주당까지 포함, 정치권 전반에 미치는 것으로 드러난 까닭이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이들 시나리오의 중심에는 박의원이 서있다.

정계개편은 본질적으로 현재의 민주-한나라 양자대결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같은 대결구도의 변화는 곧바로 현재 정치권의 큰 흐름인 대세론과 맞물려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의원의 탈당이 대세론을 송두리째 흔들 수도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영남표 향배에 촉각

이른바 정치권의 대세론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대세론이다. 이회창 대세론은 한나라당에만 국한되는게 아니라 여야 모두에 해당된다.

이총재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번도 선두를 뺏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회창 총재론은 곧 '부동의 1인자론'인 셈이다.

또 다른 대세론은 민주당 이인제 고문의 대세론이다. 이인제 대세론은 굳이 말하자면 '대안부재론'이다. 이총재와 맞서 겨룰 수 있는 여당 후보로는 이인제 고문밖에 없다는 논리다.

바로 이 두가지 대세론이 박의원의 탈당으로 흔들리고 있다. 먼저 이회창 대세론의 경우 박의원의 주요 지지기반이 이총재의 지지기반과 상당부분 중첩하는 까닭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당장 영남표의 향배가 문제가 되고, 보수층의 이 총재 지지세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탈당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이 총재와 민주당 후보, 그리고 박의원이 대선 후보로 나설 경우 지지도가 각각 35.5%, 24.8%, 26.6%로 나타났다. 박의원이 대중적 인기를 실감케 하는 결과다.

특히 박의원이 출마하지 않고 민주당 이인제 고문을 지지할 경우 이 총재와 이고문의 지지도는 45.1%, 43.7%로 조사됐다. 지난해 연말 각종 여론조사 두 사람의 격차가 10%포인트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이는 박의원이 움직일 경우 부동층이 줄어들고 반 이회창 표의 결집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반면 이인제 대세론에도 박의원의 탈당은 적지않은 영향을 끼친다. 젊은층 중심의 무당파층의 지지세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이예 못지않게 민주당 성향의 표까지 상당부분 이탈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적으로 박 의원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실제 한 여론조사서는 박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제3신당 지지자는 한나라당 지지층보다 무당파층과 민주당 지지층에서 훨씬 높게 나왔다. 게다가 다수의 여롡사에서 박의원은 이 총재보다 이 고문의 표를 더 많이 깎아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나라당, 탈당 파급효과 줄이기 안간힘

대세론을 대선 정국 막바지까지 끌고 가야 하는 한나라당은 바빠졌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우선 김덕룡 의원 등의 추가 탈당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이는 '박근혜 파급력'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박 의원에 이어 김의원등 한두사람만이라도 한나라당을 떠나게 되면 당장 이 총재의 리더십에는 흠집이 갈 수밖에 없다. 항상 제기됐던 포용력 부족 문제가 다시 회자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한나라당의 주요당직자들은 "추가 탈당만 없으면 박 의원의 탈당이 대선 정국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뒤집어 보면 추가 탈당을 막는데 당력을 집중할 것이라는 뜻에 다름 아니다.

현재 탈당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사는 김덕룡 의원이다. 한 핵심당직자는 "전방위적으로 김 의원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원 계보 의원을 내세운 간접 설득에다 이 총재 측근들 가운데 김의원과 주파수가 맞는 인사가 ㅈ거극 나설 태세다. 이총재가 서둘러 직접움직일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하다.


'박근혜 신당'대비, 대책마련 부심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박근혜 신당'이 현실화될 것을 가정하고 이에 대한 대책도 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이 정권 교체를 이룰 유일한 세력임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전략을 다양하게 마련할 계획이다.

이는 이 총재의 지지세력이면서 박의원에게도 우호적인 보수층을 끌어안는 방안이요, 영남 지역을 굳게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 당연히 이인제 학습 효과가 이용될 게 틀림없다. 박의원을 제2의 이인제로 몰아붙이는 전략이야말로 한나라당 지지표를 묶어두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적그적인 네거티브 전략은 당분간 자제할 듯하다.

박근혜에 대한 동정 여론을 사전 차단키 위해서다. 또 굳이 한나라당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치권 바깥에서 박근혜에 대한 비판이 본격화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경우 박근혜의 거품이 급작스레 빠질 것으로 한나라당은 전망하고 있다.

이인제 고문측도 박근혜 대책 마련에 부심할게 분명하다. 이 고문측은 박의원의 독자적인 움직임이 이 고문의 표를 상당부분 빼앗아 가는 것으로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를 우려스런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이 고문측은 일단 무당파층 가운데 이 고문 지지세의 이탈을 막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충청 경기 지역의 표심 잡기에도 적잖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민주당의 당대 경선을 하는 과정에 전국적인 조직을 가동해 자신의 표를 단속하고 경우에 다라서는 DJ와 분명한 선 긋기에 나설 수도 있다.

입력시간 2002/03/0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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