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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들여다보기] Judge와 Chancellor

요새와는 달리 필자가 학교 다닐 때만해도 중학교를 들어가면 달라지는 것이 많았다. 먼저 교복을 입고 남학생은 머리를 박박 깎고 여학생은 단발머리를 해야 했다.

집 근처에 있는 학교를 다니던 국민학교 (현재는 초등학교)와는 달리 중학교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배정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버스로 통학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버스 요금을 할인해 주는 버스 회수권은 학생들 사이에서는 현금처럼 통용되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외면적으로 바뀌는 것이라면 교과 과정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영어를 처음으로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연필 이외의 다른 필기구를 쓸 수 있다는 것이 큰 변화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중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받는 대표적인 선물은 파이롯트 만년필과 민중서관의 에센스 영어사전이었다. 조금 형편이 좋은 아이들이 들고 다녔던 파커 만년필을 부러워하며 처음 잡아보는 펜으로 펜맨 쉽에 알파벳을 적어가면서 종이에 구멍을 냈던 기억은 누구나 한번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알파벳을 떼고 나서 2-3학년쯤 되고 나면 영어공부라는 것이 결국 단어 외우는 것으로 바뀐다. 조그만 단어장을 들고 다니며, 각 단어의 스펠링과 의미를 연결시켜 외우려면 알쏭달쏭한 단어가 많아 늘 이 말이 저 말 같았고 저 말이 이 말 같았었다. 혼란스러운 단어들 중의 하나가 바로 Judge와 Chancellor였다.

사전을 뒤져보면 둘 다 판사, 법관이라고 되어있는데, 영작문을 하다가 보면 어떤 때 어떤 단어를 써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더구나 당시 이해력 문제로 나오는 문장들을 보면 대부분 18~19세기 문장가들의 말을 인용한 것이었는데, 가끔 이런데서 나오는 두 단어들을 어떻게 구별해 해석하느냐를 놓고 골머리를 앓은 기억이 난다.

법대에 들어가 영어와는 담을 쌓는 법률 공부를 하느라고 까맣게 잊어버렸고 미국에 와서 10년 가까이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도 저 기억 깊은 곳에 잠겨 있었던 의문이 최근 풀리게 됐다. 얼마 전 뒤늦게 변호사 시험을 다시 보게 되었다.

워싱턴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다가 강 건너 버지니아의 매클린 지역에 있는 사무실로 옮기면서 출퇴근 시간이 훨씬 단축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만 일하는 주가 바뀌게 된 것이다. 미국은 외교와 국방을 제외하고는 50개 주가 개별적인 정부역할을 한다.

변호사 자격도 각 주에서 개별적으로 부여한다. 따라서 그 주에서 변호사 일을 하려면 그 주의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즉 미국 50개 주 전역에서 통용되는 변호사 자격은 없는 것이다.

다만 자신이 속해 있는 주가 아닌 다른 주의 관할에서 소송을 진행해야 할 경우에는 그 소송에 한하여 그 법정에 설 수 있도록 해달라는 신청을 하면 대부분의 법원에서는 이를 받아준다. 변호사들이 미국 전역의 법정을 돌아다니며 활동하는데 실제적인 문제는 없다.

그러나 만일 변호사가 다른 주로 사무실을 옮겨 계속 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그 주의 변호사 자격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변호사들이 타주로 이사를 갈 때마다 시험을 다시 보아야 하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대부분의 경우 다른 주에서 활동하던 변호사들이 일정 요건을 갖추면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시험을 보지 않고도 변호사 자격을 주고 있다.

소정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다시 변호사 시험을 보게 되었지만, 덕분에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법체계를 가진 곳 중의 하나인 버지니아의 법률제도를 다시 공부하게 되었고, 드디어 Judge와 Chancellor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나라와는 다른 영미법 체계에서는 보통법(common law)과 형평법(equity law)이 있다. 간단히 말해서 법으로만 따지면 억울한 경우가 있는 경우에는 형평법으로 억울함을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현대에 들어와 이러한 구별은 거의 다 없어졌지만 아직도 보통 법원과 형평 법원을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주중의 하나가 바로 버지니아다. 바로 보통법의 판사가 Judge고 형평법의 판사가 Chancellor이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Judge들만 너무 많은 우리 나라에도 Chancellor들이 좀 있어도 괜찮을 듯 하다.

박해찬 미 McGuire Woods LLP 변호사 hpark@McGuire Woods.com

입력시간 2002/03/1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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