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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카페(100)] 황사테러

[사이언스 카페(100)] 황사테러

아무리 첨단과학시대를 만든 인간이라지만 자연의 힘 앞에서 감히 고개를 들겠는가. 무섭기가 노아의 홍수와 같고, 유해하기가 9ㆍ11 테러와 같다. 황사를 당하면서 절감하는 필자의 오감이다. 학생들의 휴교령이 내려지고, 항공기가 결항하고, 온 천지에 흙먼지 냄새가 진동을 한다. 눈이 쓰리고 목이 아픈 정도가 아니라, 영락없는 화생방전의 실제 상황이다. 때맞춰 감기에 걸린 사람의 고통은 두 배 세 배다.

그래서 이번 황사는 정기적인 계절현상을 넘어 하나의 ‘사태’다. 황사나 흙비에 관한 기록은 '삼국사기'에도 등장하므로 황사 현상은 최소한 2~3,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졌고, 그저 계절마다 스쳐 지나는 소소한 자연현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연현상을 넘어 인재와 겹치면서 심각한 사태로 발전하고 있다.

세계적인 이상건조 현상에 따른 사막화 현상이 이번 황사사태의 일차적인 원인이지만, 동시에 최근 중국의 산업화 또한 ‘사막화’를 부추겨 왔다.

근본적으로 본다면 이상 건조현상도 인간의 무절제한 개발과 소비가 가져온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가 원인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번 황사는 인간의 헛된 욕망에 대한 자연의 분노 표출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먼지의 질적인 악화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만들고 있지 않은가.

9ㆍ11 테러의 시멘트 먼지는 석면 등 발암물질이 함유하고 있었다면, 황사는 중국의 공업단지와 산업화지역을 지나면서 납, 카드뮴 등의 중금속과 발암 물질, 그리고 황산염, 질산염 등 각종 유해 오염 물질과 질병 원인균을 품고 나타났다.

인간은 지금 누워서 침 뱉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이 인간에 대하여 차디찬 등을 완전히 돌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은 필자만의 기후가 아닐 것이다.

황사(황색 먼지)라는 말을 서방세계에서는 ‘아시아 먼지(Asian dust)’라고 하고, 아프리카 북부의 사하라 사막에서도 사하라 먼지(Saharan dust)라는 유사한 현상이 나타난다.

황사는 봄에 나타나는데, 여름에는 비가 많고, 가을에는 식물이 뿌리를 내린 상태이고 겨울은 땅이 얼어서 흙먼지의 발생이 적지만, 봄이 되면 겨우내 얼었던 토양이 녹을 뿐만 아니라 연중 최고의 건조기가 겹치면서 흙은 크기 20㎛ 이하의 작은 먼지로 부서지기 때문에 쉽게 바람에 날리게 되는 것이다.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 발원지의 면적은 한반도의 약 4배, 바람에 거세지면 지표면 10cm까지의 흙이 하늘로 날려가 먼지구름이 된다. 이 먼지의 무게는 많게는 수백만 톤에 이른다.

황사의 발원지인 중국의 신장과 황하 상류지역, 몽고와 중국의 경계지역에서는 미세 먼지가 아니라 엄청난 모래 폭풍으로 나타난다. 강풍과 함께 모래먼지가 일면 시계는 거의 0이며 인간생활은 불가능하다. 이를 중국에서는 ‘흑폭풍(黑暴風)’이라고 한다.

아직 황사를 막을 만한 기술은 없다. 높이 2킬로미터의 병풍을 서해안에 둘러치거나 언덕을 만든다 해도 황사구름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황사의 발원지를 원천 봉쇄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한 반도의 4배나 되는 지역을 무슨 수로 막는단 말인가.

우리나라 산림청이 중국과 공동으로 1996년부터 황사발생의 근원지인 중국 우란부허 사막과 모우스 사막·바단지린 사막 등 가운데 적정지역을 선정, 방풍림 실연사업에 몰두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보듯이 역부족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황사의 결과인 생활과 경제적인 손실을 염려할 것이 아니라 온 자연이 인간을 향해서 등을 돌리기 이전에 지구 개발에 대한 절제를 통하여 자연의 분노를 식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www.kisco.re.kr

입력시간 2002/04/0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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